조선일보 기자들, 비판 목소리 낼까 고심 중

“정치권·언론 해묵은 문제…일도양단 어려워”

경향 “정치권 직행에 언론 중립성 위반 비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1일 외신 대변인에 강인선 전 조선일보 부국장(58)을 임명한 데 대해 조선일보 내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 구성원 다수가 불과 3일 전 기명 칼럼을 작성한 기자가 정치권으로 직행할 거라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기자협회 조선일보지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국희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은 22일 미디어오늘에 “지난 금요일(18일)까지 칼럼을 썼던 강인선 부국장이 월요일(21일)에 외신 대변인으로 임명되며 회사에 사표를 냈다는 소식이 알려져 내부 구성원들이 놀랐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조합원들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했다.

▲ 강인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신임 외신 대변인이 지난 17일 조선일보 유튜브 정치펀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박 위원장은 “다만 박근혜 정부의 민경욱 KBS 기자, 문재인 정부의 김의겸 한겨레 기자, 윤도한 MBC 기자 등 사례만 봐도 (언론인의 정치권행은) 정치권과 언론의 해묵은 문제라 점점 일도양단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비판 목소리를 낼지 고심 중이다.

일부 조선일보 젊은 기자들은 강 대변인의 갑작스러운 정치권행에 “부끄럽다”는 반응이지만 고연차 기자들은 무작정 비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강인선 대변인은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워싱턴 지국장을 지낸 외교통으로 최근에는 조선일보 유튜브 방송을 진행했다. 지난 17일까지 배성규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조선일보 유튜브·팟캐스트 콘텐츠 ‘강인선·배성규의 정치펀치’를 진행했다.

배 논설위원은 21일 통화에서 “강인선 부국장 개인 신상 문제이기 때문에 더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치권행은) 최근 결정한 것으로 안다. 나도 강 부국장이 거취를 결정한 후에야 이야기를 들었다. 조선일보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떠난다는 소식을 서운해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전했다.

배 논설위원은 “일단 혼자서 ‘정치펀치’를 진행한다. 계속 혼자 할지 아니면 다른 분을 모셔야 할지 이번 주중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배 논설위원은 21일 방송에서 강 대변인 하차에 관해 “오늘은 강인선 부국장 없이 제가 홀로 진행한다”고만 밝혔다.

주용중 조선일보 편집국장에게도 21일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은 받지 못했다. 강 대변인도 통화에서 “지금 바빠서 연락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 경향신문 22일자 4면.

22일자 주요 종합 일간지 가운데 경향신문만 비판적 견해를 담았다. 경향신문은 이날 4면 “윤, 외신 대변인에 전 조선일보 기자”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정치 분야를 다뤄온 현직 기자의 정치권 직행을 두고 언론 중립성 위반이라는 비판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기사 부제목은 “강인선 정치권 직행 논란”이었다.

반면 조선일보는 22일자 5면에 “윤 당선인은 이날 당선인 외신 대변인에 강인선 전 조선일보 부국장, 외신 공보 담당 보좌역에 김일범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을 임명했다”며 “강 대변인은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국제부장, 논설위원, 워싱턴 지국장 등을 지냈다”고 전했다.

* 이글은 2022년 03월 22일(화)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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