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후보의 언론정책 관련 서면질의서

- 자유언론실천재단

I. 취지와 배경

  2022년 대통령선거는 향후 5년뿐 아니라 그 이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선거입니다. 우리 앞에는 실업, 양극화, 부동산 등 시급한 민생의 문제뿐 아니라, 공정과 정의, 성별·세대별 갈등, 소수자 차별, 기후변화, 에너지, 기술혁신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 신 냉전의 국제질서, 한반도 평화 등 우리 사회의 미래를 규정할 거시적 이슈들이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이슈들은 정치권의 발전적 논의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된 데는 정치권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언론은 이번 대선국면에서 나라를 이끌 후보들의 국정철학과 국정역량을 검증하고 국가정책을 분석하는 데는 소홀한 반면, 후보 가족들의 내밀한 사생활 등 흥미 중심의 이야기에 매몰되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품질이 이처럼 실추된 배경에는 극단의 상업주의와 과도한 정파성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진실추구, 불편부당, 공정성, 객관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망각한 지 오래며, 이를 지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마저 상실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도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언론·미디어 정책이나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속에서 민주주의는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자유언론실천재단은 대통령 후보들의 언론관과 언론·미디어정책을 들어보기 위해 ‘대통령후보 초청 토론회’를 계획했지만 각 후보의 일정이 여의치 않아 실행이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우리 재단은 아래와 같이 서면질의서를 보냅니다. 답변의 분량은 제한이 없습니다. 후보님의 솔직하고 성실한 회신을 기대합니다.

II. 서면질의서

1.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우리 언론은 일제, 미군정, 군부독재 등 외세와 독재권력이 지배했던 암울한 시대를 지나, 1987년 민주항쟁을 통해 정치권력의 직접 지배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KBS, MBC, EBS를 비롯한 공공미디어의 임원을 인선할 때면 정치권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 정치적 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내부 구성원들 간에도 정파적 갈등을 야기해왔고 정치권 또한 소모적인 정쟁을 이어왔습니다. 이제 이러한 폐단과 폐습은 끝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실질적으로 정치적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후보께서는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며, 그 구체적인 대책은 무엇입니까?

2. 언론사의 편성·편집위원회 의무화
  신문, 종합편성채널 등 사주가 있는 사영언론의 경우, 사주 또는 발행인의 편성·편집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진 반면 내부 언론종사자들의 ‘내적 자유’는 위축돼 있거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리하여 1987년 어렵게 얻은 언론자유는 오로지 ‘사주의 자유’, ‘자본의 자유’라는 한탄스런 푸념만 남았고, 언론의 편향성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언론의 편성·편집책임(editorial responsibility)을 둘러싼 내적 자유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에 관한 후보의 견해와 대책은 무엇입니까?

3. 언론에 의한 시민의 피해구제 방안 마련
  언론·미디어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가짜뉴스가 난립하고 이에 대한 시민의 피해가 커졌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의 허위정보를 근절하고 그에 따른 시민의 피해구제를 위한 대책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punitive damages)를 포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 개정법안은 법사위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의당 등 야당과 언론현업단체들은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고, 국가인권위원회, UN인권최고대표사무소, 국경없는기자회(RSF), 국제기자연맹(IFJ) 등 국내외 언론단체나 언론기구 등도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시민의 피해구제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후보님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4.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했던 언론현업단체들은 언론자유와 시민의 인격권을 모두 충족시켜줄 대안으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율규제기구로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웹툰자율규제위원회 등이 있으나 재원과 인력,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지, 규제기구의 구속력 부재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분쟁해결의 신속성, 피해구제, 심의 및 제재의 통일성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설립은 매우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적·행정적 지원이 매우 중요합니다. 후보께서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5. 공영언론의 위기 극복방안
  언론의 상업주의는 공공언론의 위기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연합뉴스의 ‘광고형 기사’ 사건은 그러한 상업주의 언론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무한경쟁 속에서 언론은 경영상 적지 않은 불법, 탈법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열악한 재원으로 인해 빚어진 광고수주 경쟁이 극한상황까지 와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KBS, MBC, EBS, 연합뉴스, YTN 등 공공미디어의 재정적 위기는 우리나라 언론·미디어 환경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사들이 흥미 중심의 자극적인 오락물 제작에 빠져들고, 제작현장에서 프로그램의 공익성과 공공성은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영언론들이 공공의 영역(Public Zone)을 지키고 콘텐츠의 중심을 잡아 전반적인 언론환경이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재정의 안정과 동시에 시민의 감시체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후보께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6. 지역 언론의 활성화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본격적인 지방화시대가 열렸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회가 출범한지 어언 30여 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치단체를 감시·견제하고 지역의 여론형성에 앞장서야 할 지역언론의 역할은 충분치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뉴스를 포함한 언론사들의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지역언론들이 열악한 재정과 인력 때문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전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어있는 인구 및 국토의 불균형도 지역언론을 어렵게 하는 중대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역언론에 대한 특별지원제도가 시행되어 왔지만 이것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공동체 라디오, 마을미디어 등 풀뿌리 언론에 대한 재정적·행정적 지원과 지역언론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지방화시대를 맞아 지역언론을 살릴 수 있는 후보님의 대책과 고견을 알고 싶습니다.

7. 언론사 세무조사
  우리나라는 1994년(문민정부) 14곳의 중앙언론사가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지만, 결과조차 공표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세무조사가 언론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후 2001년(국민의정부)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23개 중앙언론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철저한 조사를 벌였고 몇몇 언론사 사주를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은 검찰에 고발되어 대법원에서 실형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세무조사를 받은 일부 언론사들은 이 또한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언론기업이든 일반기업이든 기업이 국가의 법률과 시장의 규율을 지켜야 하는 데는 예외가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언론사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세무조사를 받고 위법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언론길들이기’라며 거부하는 태도야말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연매출 1500억 원 이상의 법인사업자를 대상으로 4~5년에 한 번 정기 세무조사를 시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앞서 밝힌 것 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언론사 세무조사는 없었습니다. 후보께서 대통령에 당선되신다면 적극적으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원칙을 지킬 것을 약속하실 수 있겠습니까?

8. 언론의 불공정행위 방지
  지난해 일부 언론의 부수조작을 통한 광고단가 인상, 불법적인 광고협찬, 광고형 기사 등의 사례에서 보듯 제한된 광고시장을 놓고 이루어지는 불공정·탈법·편법 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ABC협회의 인증부수를 광고집행의 근거로 사용하지 않는 관련법(정부광고법) 시행령 개정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미온적인 방법이며, 언론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전무하거나 매우 소극적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내에 미디어담당부서를 신설해 불법광고영업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 후보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9. 언론시장의 개혁
  우리나라는 1995년에 케이블TV와 2002년 위성방송의 도입으로 불과 몇 개의 채널에 불과했던 방송매체가 지금은 수백 개 채널로 늘어났고, 21세기에 들어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터넷뉴스와 모바일뉴스의 출현 등 이른바 ‘다매체 다채널 시대’로 접어든 지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이는 비단 우리 언론계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발전에 따른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미디어 산업론자들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여론 다양성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체의 무한확대에 따른 무한경쟁으로 언론의 상업주의가 극대화되면서 낚시형 기사, 자극적인 정보, 허위정보가 만연하는 등 언론의 품질이 급속도로 떨어졌고, 확증편향으로 여론의 양극화 현상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언론이 지켜야 할 공정성, 객관성, 불편부당, 정치적 중립 등 저널리즘의 원칙들은 점차 잊혀져 가고, 이러한 언론의 품질저하는 민주주의를 급속도로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후보께서는 이처럼 무한경쟁으로 피폐해진 언론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10. 미디어산업 정책
  <기생충>, <오징어게임>, <K-팝>과 같은 우리의 영화와 대중음악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국제적 명성을 높이고 선진대열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기술을 기반으로 한, 페이스북, 넷플릭스, 유튜브 등은 영화, 드라마, 음반 등 우리 고유의 미디어산업을 급속도로 침식해가고 있습니다. 이들 글로벌 통신미디어복합체의 등장은 뉴스를 둘러싼 저널리즘의 문제뿐 아니라, 우리나라 미디어산업 전반을 약화시키고 있고, 이미 고유의 문화와 대중예술 분야는 이들 글로벌 미디어기업에 의해 문화종속의 길로 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과거 공중파방송들은 독자적인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콘텐츠들을 창출해냄으로써 외국의 문화침탈을 막아내는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방어해 낼 기술도, 재원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제작비 250억원의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 1조 원의 시장가치를 안겨주었습니다. 이렇듯 글로벌 미디어기업의 시장장악력은 무한정 커지고 있는데 그에 대한 규제는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규제장치와 공적 책무를 확립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며 더불어 이를 소비하는 시민의 권한 확대 또한 필요합니다. 이런 미디어산업의 현상에 대한 후보님의 생각은 무엇이며 우리 미디어산업을 지켜 문화종속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1. 포털의 공적 책무와 시민 이용자의 권리 확대
  작금의 포털은 자산, 매출, 영향력 측면에서 그 어떤 미디어도 따라올 수 없는 미디어 공룡이 되어 있으며, 따라서 포털의 공적 역할과 의무는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뉴스유통을 전담하는 포털의 공적 기능 중의 하나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지만, 그 위상과 역할은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방송협회, 신문협회, 기자협회 등 공급자 중심으로 되어 있는 위원회 구성은 전문가, 종사자, 시민참여를 확대해 이용자 중심의 구성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포털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후보님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12. 미디어교육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사실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미디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몇 사람이 언론사를 만들고 특정 분야에 대한 뉴스를 만들어가며 개인도 유튜브 등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매체의 무한확장은 필연적으로 정보의 왜곡·과장, 허위정보, 확증편향 등의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따라서 언론을 소비하는 독자와 시청자는 이러한 언론의 편향과 왜곡과 허위정보를 가려내고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시민에 대한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미디어교육이 절실합니다. 미디어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후보님의 견해와 구체적인 대책을 알고 싶습니다.

13. 미디어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설치
  언론·미디어 분야는 신문, 방송, 포털, 모바일 등 다양하면서도, 미디어와 미디어 사이에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히,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규제기구가 분산되어 통일된 규제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특히 2000년 개정된 방송법과 2005년 개정된 신문법으로는 포털과 OTT 등 급격히 변화된 미디어 지형을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 복잡다기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사회적 합의를 일구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미디어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통일된 기구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의 사회적 합의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이에 대한 후보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