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전문지 외 언론계 내부 비평 많아져야”

“미디어 비평과 언론 혐오 구분해야”

“자기 생산물 되짚는 성찰, 언론인에게 중요한 작업”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미디어 비평이 필요한 이유를 ‘신문과방송’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신문과방송은 재단이 펴내는 월간지다.

신문과방송에 실린 미디어비평에 관한 세 개의 글을 종합하면 △미디어 전문지 외에도 언론 스스로 미디어 비평을 더 많이 해야 하며 △미디어 비평과 언론 혐오를 구분해야 하며 △자신의 보도를 성찰해보는 작업이 언론인 스스로에게도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문과방송은 이달 주제로 ‘미디어 비평이 필요한 이유’를 선정한 까닭에 “언론이 신뢰를 잃고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우리 현실에서 미디어비평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며 “미디어비평의 어제와 오늘,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언론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위해 향후 나아갈 방향을 확인해 본다”고 설명했다.

커버스토리에 실린 글은 ‘정파적 유불리 떠나 저널리즘 원칙이 기준돼야’(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대중적 저변 확대 토대로 미디어 비평의 질적 성숙 도모할 때’(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 ‘미디어 권력화 비판은 역사적 전통’(박진우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부교수) 등 세 가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내는 월간 '신문과방송' 2월호 표지.

“미디어 전문지 외 언론계 내부 비평 많아져야”

김서중 교수는 ‘정파적 유불리 떠나 저널리즘 원칙이 기준돼야’라는 글을 통해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짚었다. 그는 “한국은 정치권력의 언론 장악 경험, 자본권력의 개입, 지나친 상업화 등으로 인해 언론 신뢰성이 낮아졌고 언론 혐오증이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언론 비평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김 교수는 미디어 전문지가 아닌 언론들의 내부 비평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밀한 취재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언론계 내부의 비평으로 미디어 비평이 보완돼야 한다”며 “언론은 충분한 취재를 통해 진실에 기반을 두고 사건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파성 또는 정파성으로 비치는 인식 극복 △공정성 추구(편파적이지 않은 올바름) △해법 추구 등을 향해 미디어 비평이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 전문성 강화가 필수라고 짚었다. 또 신문·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에 집중돼 있는 미디어 비평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2월 '신문과방송' 가운데.

“미디어 비평과 언론 혐오 구분해야”

박영흠 교수는 ‘대중적 저변 확대 토대로 미디어 비평 질적 성숙 도모할 때’라는 글에서 미디어 비평의 역사를 훑었다. 1972년 3월 조선일보에 실린 여석기 연극평론가의 ‘TV 일일연속극에 대한 시론’ 등 TV 프로그램 비평 역사와 함께 1964년 창간한 기자협회보, 1988년 창간한 PD연합회보, 1989년 창간한 언론노보 등 비평 매체들의 역사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그가 창간한 인물과 사상, 오마이뉴스, 대자보, 서프라이즈, 딴지일보 등 다양한 미디어 비평 주체를 짚은 뒤 1990년대부터는 진보언론과 방송사도 미디어 비평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미디어 비평 과제로 정파성 극복을 꼽으며 “미디어 비평이 상대 진영 공격의 무기로 활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미디어 비평과 언론 혐오를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이뤄지는 비평 중 많은 수가 언론 전반에 대한 무조건적 분노를 부추기며 ‘기레기’ 담론을 무책임하게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중 비평가들도 미디어 리터러시로 무장하고 나름의 전문성과 심층성을 갖춰야 한다”며 비평의 질적 성숙을 강조했다.

▲2월 '신문과방송' 가운데.

“자기 생산물 되짚는 성찰, 언론인에 중요한 작업”

박진우 교수는 미디어 비평의 해외 사례를 짚었다. 박 교수는 영국과 미국, 프랑스 사례를 검토했다. 이를 통해 미디어 비평은 △미디어 산업이 지나치게 이용자와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가능해야 하고 △보도 자체에 대한 비평과 함께 언론인에게 초점을 맞춘 비평이 이뤄져야 하며 △객관성 또는 중립성 기준 외에도 다원주의 구현, 심층 보도와 분석 가능성 등 복잡한 가치 규범을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프랑스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1996년 설립한 ‘아크리메드’, 같은 해 공영방송 채널인 프랑스5에서 처음 방송된 ‘화면정지’ 등과 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나 2018년 프랑스 ‘노란조끼 운동’ 시기 시민사회와 언론인 사이 상호 불신이 커졌고, 언론인들이 공공연하게 ‘미디어비평이란 미디어에 대한 혐오’라고 폄하하는 등의 갈등 양상이 빚어졌고, 이에 최근 영미권이나 프랑스에서는 미디어비평 형식이 ‘팩트체킹’으로 변하게 됐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팩트체킹 활성화가 미디어 비평을 전적으로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팩트체킹 활동은 현실적으로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미디어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확장한 미디어에 대한 보다 비판적인 이해 방식 가운데 극히 일부 요소만 주요 의제로 삼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을 총체적으로 불신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대중의 목소리, 근본적으로 ‘미디어의 권력화’를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자신들의 뉴스 생산 과정의 전반적인 흐름과 그 생산물을 새롭게 되짚어보는 성찰은 여전히 언론인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 이글은 2022년 02월 12일(토)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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