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놓고 찬반이 엇갈려 있다. 언론계와 언론단체 등은 대부분 반대하고 일반시민을 한 여론조사, 언론감시 시민단체 일부에서는 찬성하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언론자유를 침해할 우려와 함께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부딪히고 있다. 대중매체가 사회적인 보도 서비스를 최대한 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여러 각도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지만 그 가운데 대중매체 전반과 언론단체들이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른바 보수·진보 매체 가릴 것 없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진영으로 갈라져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언론계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다. 그러면 이런 모습이 자연스런 것일까, 아니면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까? 국내 대중매체와 언론단체를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으로 나눌 때 그 지향성, 언론관이 다르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흔히 일컬어지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주목할 유사한 현상들이 목격된다.

첫째, 보수·진보 대중매체 진영은 대중매체 언론이 하나의 사회적 권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기를 돌아보고 사회적 책무를 다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전체 사회가 인정하는 공론의 장에 열중한 적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국내에는 많은 대중매체, 언론단체들이 있지만 오보, 왜곡보도 등으로 인한 피해발생이나 그 방지, 그리고 손해 배상 등에서 사회적 공기로써의 책무를 다하는 노력을 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거나 그 대책에 열심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신문과 방송이 자사에 대한 외부의 접근권에 얼마나 진지한지 살펴 볼 일이고 보도로 인한 언론중재, 소송 등이 제기되었을 때 지피지기라는 노력에 얼마나 진지했는지 궁금하다.

대중매체 보수·진보 진영은 21세기 정보환경 속에서 대중매체가 첨단 미디어의 속출, 가짜뉴스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공동 대처 노력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각자 도생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가짜뉴스는 물론 특정인의 검증되지 않은 페이스북, 카톡, 블로그를 인용, 보도하는 속보 경쟁을 벌이는 등 대중매체의 위상을 크게 손상시키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언론계 전체 차원에서 대처하고 합리적으로 극복할 노력을 하지 않는다.

▲ 사진=gettyimagesbank

둘째, 진보와 보수 대중매체 모두 국보법과 한미동맹이 허용하는 공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국보법은 언론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제동을 걸고 있고 언론인은 일상적으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두 진영 언론은 평화통일, 남북교류 등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국보법이 1948년 이래 최장, 최악의 보도지침이라는 점에 분노하거나 그것을 폐기하려는 노력이 미미하다.

한미동맹 관련해서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고 미국이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다. 미국에 나가 있는 대중매체 특파원들의 경우 미국이 슈퍼 갑이고 한국이 을인 현상에 갇힌 보도를 주로 할 뿐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경제력 10위권, 군사력 6위권인데도 미국에 군사적 주권을 내준 상황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국민소득 1백 달러 였던 시기의 한미동맹 관계의 공간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국보법과 한미동맹 등에 대해 보수·진보 진영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은 대중매체의 경쟁 공간이 크게 좁혀져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그 결과 대중매체가 좁은 공간에서 사활적인 경쟁을 하게 되고 상식에 걸맞지 않은 미디어 현상이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셋째, 대선이 다가오면서 대중매체의 관련보도는 진보·보수 진영 가릴 것 없이 대선 주자의 신상 문제, 말 싸움 등 지극히 말초적인 정보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정치가 어떻게 국민에게 대선을 통해 정치 서비스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다루면서 그것을 견인해 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다. 자칫 진영 논리에 갇히기도 하고 특히 가짜뉴스에 무감각하다. 미국 언론의 경우 십 여 년 전부터 선거 국면에서 속출하는 정치인들은 메시지에서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작업을 우선시 하고 있다. 즉 대선 국면이 되면 그  후보자들의 정치 메시지에 대해 진위 여부를 가리는 팩트체크를 우선하고 있다. 진위를 가리는 것은 나중 일이고 일단 보도하고 보자는 태도는 시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국내 언론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는지 의심스럽다.

넷째, 언론이 제 4부의 역할에 충실한가 하는 점이다. 방송의 경우 정치, 시국 대담에서 정당인이나 그 출신자들을 토론자 등으로 불러 프로를 진행한다. 그 결과 진영논리만이 강조되면서 여야 등 전체 정치권을 포괄해서 총평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사회 원로, 전문가들이 정치, 사회 관련 방송 프로에서 오래 전부터 보이지 않고 있다.

다섯째, TV의 경우 유아, 어린이 등이 어른 시청자가 즐겨보는 프로에 등장하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철부지들을 성인시청자들이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유아, 어린이 등의 가정교육이나 일상생활의 모습을 가감 없이 소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학계의 결론이고 이는 유럽 방송계 등에서 일반화되어 있다. 아이들이 성인의 판단력을 가지기 전에 부모 등의 보호자의 결정에 의해 영상물이 만들어져 공개되었을 경우 초상권,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생기고 실제 소송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 방송계는 무감각한 편이다.

여섯째, TV 막장 드라마 등의 범람이다. TV 드라마 등은 창작의 자유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상식이나 상궤를 뛰어넘는 내용이 일상적으로 안방극장에서 넘치는 것은 재고해 볼 일이다. 공영TV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스럽지 않은 듯하다. 예를 들어 혼외정사로 인한 배다른 형제의 일상적 등장, 살인까지도 소재로 활용하면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것은 곤란하다.

이상에서 대중매체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현상을 소개했는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에서 이런 부분이 생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언론중재법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불투명하지만 보수·진보 언론들이 한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서 그 체질이 부분적으로 유사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게 된다.

보수·진보 대중매체는 이번을 계기로 전체 대중매체 진영이 다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언론의 방향과 그 방법 등에 대해서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대중매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무엇인지 살피는 자세는 21세기 민주사회에 걸 맞는 것이어야 한다. 진보·보수라는 체질을 가지고 가면서도 대중매체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민주사회에서 언론에 대한 규제는 자율 규제가 최선이라는 점, 그리고 이런 점이 충족되지 않으면 정치권 등의 타율규제가 등장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때 생략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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