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실세’ 관여 의혹 미르재단 신임 이사장 ‘문창극 구하기’ 동참했다

구교형·김한솔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입력 : 2016.09.21 12:06:00

‘정권 실세’ 관여설이 제기된 미르재단 김의준 신임 이사장(66·사진)이 2년 전 ‘친일 발언’ 논란 끝에 물러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68)를 두둔하는 각계 사회인사들의 긴급성명서 발표에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기업에서 받은 수백억원대 기부금을 운용하는 최고책임자를 돌연 교체, 김 이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미르재단 이사회가 소집된 시간은 15분에 불과했다. 참석 이사 전원은 이처럼 중차대한 안건을 처리하면서도 “찬성한다” 또는 “이견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14년 6월 22일 롯데콘서트홀 대표였던 김 이사장은 학계·문화계·종교계 인사 483명이 참여한 문 전 후보자 구명운동에 이름을 올렸었다.

앞서 KBS <9시 뉴스>는 같은해 6월 11일 국무총리 자질 논란을 보도하면서 ‘일본지배 하나님 뜻 발언 파문’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민족 DNA’라는 제목으로 문 전 후보자의 강연 내용을 방송했다.

이후 야당은 곧장 박 대통령에게 지명철회를 요구했고, 여당은 문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면서 정치권은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었다.

그러자 김 이사장 등은 긴급성명서를 통해 KBS 보도를 “언론의 본분을 망각한 너무도 중대한 잘못”, “심각한 사실왜곡에 기반한 마녀사냥” 등으로 규정한 뒤 “총리 적합성 여부를 반드시 청문회에서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가 박근혜 정부와 결을 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듯 미르재단의 신임 이사장 추대 절차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오승훈 의원실에서 입수한 ‘미르재단 제5차 임시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벨레상스 서울호텔 3층에서 오전 7시 10분부터 오전 7시 25분까지 열린 회의에서 김 이사장은 신임 이사로 선출된 직후 만장일치로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당일 이사회 안건은 ‘제1호 : 이사 선임의 건’ → ‘제2호 : 이사장 직무대행 선임의 건’ → ‘제3호 : 이사장 선임의 건’ → ‘제4호 : 사무국장 선임의 건’ 순으로 의결됐다.

1·2호 안건만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인 김형수 전 이사장(57)이 진행한 뒤 추광호 이사(전경련 사업본부장)가 바통을 이어받아 이사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3·4호 안건을 처리했다.

김형수 전 이사장은 회의에 앞서 “저는 제1호 및 제2호 의안의 심의 후 재단법인 미르 이사 및 이사장 직위를 사임하고자 하며, 제3호 의안부터에 대한 심의 진행은 이사장 직무대행자께서 회의 진행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추광호 직무대행은 “재단 이사장 후보로 이사 김의준님을 이사장으로 추천하고자 합니다. 이번 이사장 후보자 김의준님은 문화·예술계에서 오랫동안 종사해오신 분으로 경험이 풍부하며 재단 내부 행정에 대한 이해도 높아 이사장으로서 적임자라고 사료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이구동성으로 인선에 찬성 의견을 밝힌 뒤 김의준 신임 이사장을 추대하는 의사봉이 3차례 울렸다.

김 이사장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고려대 영여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76년 대림산업에 입사한 뒤 1996년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장, 1996~2010년 LG아트센터 대표를 지냈다. 또 2011~2014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2014년~2016년 롯데콘서트홀 대표를 역임해 대표적인 예술행정가로 꼽힌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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