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우 법원장 사표.. 더 커지는 유착의혹

아파트거래 보도 하루만에 제출
향판 전체에 악영향 판단한 듯세계일보 | 입력2014.03.30 20:09 | 수정2014.03.3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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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노역' 판결로 비난을 받은 장병우(60·사법연수원 14기·사진) 광주지법원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을 둘러싼 파문이 법원과 검찰로 확산되고 있다. 장 법원장은 일당 5억원 노역 판결의 비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2007년 5월 대주건설이 분양한 188㎡ 크기의 광주 동구 학동 대주아파트로 이사한 뒤 기존 아파트를 대주그룹 계열사인 HH개발에 매각해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30일 광주지법 등에 따르면 장 법원장은 29일 "최근 저를 둘러싼 여러 보도와 관련해 한 법원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장 법원장은 2월 13일 법원장으로 취임한 지 44일 만에, 부적절한 아파트 거래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31일 장 법원장의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표가 수리되면 2004년 4월 당시 인천지법원장이 골프접대로 물의를 빚고 사퇴한 지 10년 만에 법원장의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황제노역 판결의 비난이 나올 당시만 해도 정면 승부를 각오했던 장 법원장의 전격적인 사퇴 결심은 여론이 더 악화될 경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역법관(향판)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장 법원장은 1985년 광주지법 판사로 임용된 뒤 29년간 광주고법 관할 지역에서만 근무한 향판이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동생이다.

그동안 장 법원장은 노역 판결 비판에 대해 "양형 사유들에 대해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없이 한 단면만 부각되고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으로만 확대된 점이 아쉽다"며 소신 판결을 강조하며 정면 대응 입장을 밝혔다.

장 법원장은 대주그룹 계열사와 아파트 거래에 대해 "문제가 된 아파트는 정상적인 거래로 취득한 것으로 어떤 이익도 취한 바가 없다"며 "다만 이사 후 기존 아파트가 시세에 맞게 처분되는지에만 관심을 가져 거래 상대방을 주의 깊게 살피지 못한 불찰로 물의를 일으킨 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장 법원장의 사표 제출로 '황제구형'을 한 검찰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2007년 허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뒤 징역 5년과 벌금 1016억원을 구형하면서 벌금형을 선고유예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해 봐주기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배임·사기 등 혐의로 고소된 허 전 회장 등을 2010년 3월 무혐의 처분하고 고소인 측의 항고도 기각해 비난이 커지고 있다.

한편 허 전 회장이 7년 전 500억원대의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광주·전남지역 기관장과 경제단체들이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31일 광주지방국세청, 광주본부세관, 광주시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기관협의회를 열고 허 전 회장의 재산추적 현황과 성과를 공유하고 국내외에 은닉하거나 빼돌린 재산의 추적 방안을 논의한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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