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박 대통령에 “통일 전 다른 삶 산 사람에게 귀 기울여야”

ㆍ통합 과정 주역들 초청 한반도 통일 준비 조언 들어
ㆍ‘통일과 자유의 상징’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방문
ㆍ28일 드레스덴공대서 명예박사…‘통일 구상’ 연설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국빈방문 사흘째인 27일(현지시간) ‘통일 배우기’에 집중했다. 통일의 경험담을 듣고 현장에도 들렀다.

박 대통령은 베를린 시내 숙소호텔로 1990년 독일 통일과 통합 과정의 주역 5명을 초청했다. 박 대통령은 “분단된 역사를 극복하고 통일을 먼저 이루는 데 주역인 여러분의 통찰력과 지혜를 들려달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방문해 현지 예술가들과 함께 벽화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남은 1.3㎞ 길이 장벽에 세계 21개국 118명의 작가들이 벽화를 그린 야외 전시관이다. 베를린 | 연합뉴스

당시 서독 내무장관으로 통일 협상을 주도한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72)은 통일 방식 논의에서 합의까지의 협상 전 과정을 설명했다. 동독의 마지막 총리인 드 메지에르 전 총리(74)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 등 동독 주민들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이너 에펠만 전 동독 국방장관(71)은 동·서독 군대통합 과정을 들려줬다. 요하네스 루데비히 당시 헬무트 콜 총리의 경제보좌관(69)은 화폐통합 등 경제통합 과정을, 이리스 글라이케 경제에너지부 정무차관(50)은 경제격차 해소를 위한 현 정부 정책을 각각 설명했다.

통일 독일의 첫 외무장관인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 서독 외무장관(87)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집에 화재가 나 불참했다고 청와대 측이 전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6일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통일 준비에 대해 “통일이 되면 모든 상황이 바뀌게 된다. 그 전에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그를 위한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대통령은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도 방문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베를린 중심부에 남아 있던 1.3㎞ 길이의 장벽에 세계 21개국, 작가 118명의 벽화를 설치한 야외 전시관이다. 독일 통일과 자유를 상징하는 곳이다.

박 대통령은 갤러리 관계자들로부터 벽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20m 정도 장벽을 따라 걸었다. 이후 바로 옆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DMZ 그뤼네스반트 사진전’으로 향했다. 박 대통령은 분단 시절 동·서독이 1년에 부활절 등에 두 차례 왕래했던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면서 “동·서독 간에는 이렇게 왕래라도 할 수 있었군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 경제인연합회가 주관한 한·독 경제인 오찬에서 연설한 뒤 마지막 베를린 일정으로 지멘스 가스터빈 공장을 방문했다. 통일 직후 11개 동독 기업 인수, 1년 내 구 동독 출신 2만명 고용 등으로 동·서독 경제통합에 기여한 점을 감안한 행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4년 이 공장에 들렀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구 동독 지역인 작센주 드레스덴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평화·화해의 상징’인 성모교회를 찾았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공습으로 완파됐으나 미국·영국 등 20여개국에서 낸 기금으로 2005년 복원됐다.

박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날인 28일 드레스덴공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통일 구상’을 밝히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 베를린·드레스덴 |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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