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영국이 선진국 이라는 착각

민중의소리

입력 2014-03-20 06:43:59l수정 2014-03-20 07:19:54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미국이나 영국이 선진국이라는 착각이 팽배해 있다. 단적으로 영어 공부에 환장해 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선진국의 기준이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은 논외로 하더라도 과연 미국과 영국이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할 선진국인가에 대해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어제 일부 언론의 국제 면에 눈에 띄는 기사가 실렸다. ‘영국 5대 부자가문 재산, 하위 1260만명 재산보다 많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 보도한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보고서 ‘두 영국인 이야기’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영국 5대 부호 가문의 재산은 모두 282억파운드(약 50조1404억원)로 1260만명에 달하는 하위 20% 저소득층의 총재산 281억파운드를 능가했다. 저소득층 1인당 평균 재산은 고작해야 2230파운드(약 395만8495원)에 지나지 않았다. 영국 최대 부호인 웨스트민스터 공작 가문의 재산은 79억파운드(약 14조464억원)로 하위 10%의 총재산 78억파운드보다 많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사의 나라’ 이미지 영국의 실상이 이러하다. 영국의 ‘신사’란 한줌도 안 되는 귀족 가문의 대부호들이고, 밑바닥 민중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의 극단적인 사례가 영국일진대, 과연 이런 나라가 선진국이며 우리가 영국을 따라 배워야 한다는 것인지 냉철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한 ‘선진화’란 말인지….

그렇다면 한국의 위정자들이 선망해 마지않는 ‘선진국의 표상’ 미국은 어떤가. 빌 클린턴 정부 당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작년 8월 미국의 불평등 심화를 다룬 <모두에게 불평등 Inequality for All>이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영화 제작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헛살았던 것 같다. 세상은 더 나빠졌다. 사람들은 이제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정치에 기댈 수도 없는 지경이다. 죄다 월스트리트와 한통속이다. 그렇다고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을 지켜볼 수만 없지 않는가?”

그 배경은 이렇다. 1978년 미국 노동자 평균연봉과 상위 1% 소득은 4만8000달러 대 39만3000달러였으나, 지금은 3만3000달러 대 110만 달러다. 5년 전부터 미국 국민의 1%가 국민총생산 증가의 90%를 차지했고, 미국 국민의 99%가 남은 10%를 나눠 가졌다. 슈퍼 부자 400명이 1억5000만 명의 미국인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1대 99’의 사회를 고발한 2011년 9월 ‘월가 점령시위(Occupy Wall Street)’가 벌어지게 된 배경이다. 이것이 ‘선진국의 표상’이자 ‘신자유주의의 원조’ 미국이란 나라의 실상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이미 파산 선고를 받은 미국식 신자유주의. 의료 영리화에 따른 양극화로 미국인 가운데 무보험자는 4천800만명으로 추산된다. 오죽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의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추진하고 있을까.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최악의 미국식 의료제도를 선진 제도인양 왜곡 선전하면서 의료 영리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오바마케어에 역행하는 반미(?) 정책을 고집하는 모양새다. 시대착오적인 희대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선진국이라는 미망에서 깨어날 때다. 언제까지 숭미사대주의(崇美事大主義)의 착각에 빠져 머저리 노릇이나 하고 있을 텐가.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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