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우산이 찢어지면, 우린 전멸이다"(오마이)

"안철수 우산이 찢어지면, 우린 전멸이다"

[분석] 안철수에 '올인'한 새정치민주연합, 그 아찔한 선택

14.03.19 20:15l최종 업데이트 14.03.19 20:15l이주연(ld84)


▲ 경기도당 창당대회 참석한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도당 창당대회에 나란히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2일 합당을 선언한 후 16일 발기인 대회를 치른 후 오는 26일 창당을 앞두고 있다.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당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각기 다른 두 당이 합쳐지다 보니 정강·정책 등에서 갈등이 빚어지긴 했지만 김한길 대표가 직접 "실무 단위에서 불거진 문제는 미리 안철수 위원장과 협의한 결과는 아니"라며 사태 해결에 나서 진정시켰다.

신경전을 예상했던 당명도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을 그대로 합친 무난한 이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결정됐다. '연합'대신 '당'을 넣자는 것이 민주당 측 의견이었지만 제3지대라는 의미를 살려 연합으로 마무리됐다. 약칭은 민주를 뺀 '새정치연합'이다. 안 의원 측 승리다. 6·4 지방선거까지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까의 문제도 신경민·양승조·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도부 참여 여부를 '백지위임'하며 길을 터줬다.

창당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당헌당규나 정강정책 등 논의 당시에는 이견들이 불거질 수 있지만 그렇게 큰 갈등으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정한 선에서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지점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안철수 측 위신을 세워주는 일은 거의 들어주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새정치연합 측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126 대 2의 결합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토록 낮은 자세로 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안철수가 흔들리면 민주당 전체가 흔들린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총선·대선을 내리 패배한 후 6·4 지방선거 대응책에도 묘수가 없던 민주당에 '안철수 측 결합'은 동아줄과도 같은 희소식이다. 이 밧줄을 '내부갈등' 때문에 썩혔다가는 전멸한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창당 과정 불만 목소리 잠잠... "안철수 단독 대표라도 좋다"


▲ 고참 의원들 만난 안철수, 귀 '쫑긋'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박병석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의 얘기를 들으며 나서고 있다. 이날 점심식사 자리에는 안 의원과 문희상, 박병석, 김성곤, 이미경, 신기남, 이석현, 김영환 의원등이 참석했다.
ⓒ 남소연

창당 과정에서 대다수 의원이 완전히 배제됐음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흘러나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당 과정에서 126명 의원 가운데 100명은 기자들보다도 더 논의에서 배제됐다, 그런데도 왜 가만히 있냐고? 김한길 대표로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상황을 바꾸지 못한 거 아니냐. 안철수 의원이 오면서 어쨌든 길이 생겼다. 현 상태로는 안철수 의원이 단독대표를 해도 좋다고 본다."

당 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더 좋은 미래'에 소속된 한 의원의 말이다. 그는 "내부분란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지방선거까지는 어떻게든 지금 상태를 유지해 최대한 통합의 효과를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단은 '안철수 통합 효과'를 극대화시켜 지방선거까지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우리는 안철수 현상에 기대야 한다, 그 우산 밑에 숨는 거"라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안철수 효과에만 올인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잘해야지..."라고만 답했다.

문제는 통합 신당이 가진 강력한 패가 '안철수'가 거의 유일하다는 데 있다. '안철수'라는 상징이 흔들리면 새정치민주연합 전체가 함께 흔들리게 되는 형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빈사 상태에서 '안철수'라는 떡을 먹고 몇 개월은 버틸 것"이라며 "그 다음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민주당에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자조했다. 그는 "안철수 우산이 찢어지는 순간 우리는 다 망한다, 그래서 솔직히 두렵다"라고 털어 놓았다. 안철수 의원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올려져 있는 셈이다.

당장 눈 앞에 닥친 과제는 6·4 지방선거다. 그러나 녹록하지 않다. 단기적으로 6·4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안 의원 측이 '지분'을 요구해 잡음이 불거질 경우 안 의원 이미지에 상처를 낼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안철수 측과 민주당이 지분 나눠먹기를 한다고 비춰질 경우 안 의원 이미지가 훼손된다"라며 "안 의원 측이 광주도 막무가내로 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 역시 "안철수 새정치에 '지분'은 없을 거다, 지분이라는 말의 '지읒'자만 나와도 안철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민주당의 텃밭 '호남' 지역의 경우 내부 정리가 만만치않다. 광주지역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자체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이루며 민주당 소속 현역 구청장을 압박하고 있다. 통합신당에 공천권이 있는 시의원 후보의 경우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측 후보들의 각축전이 예고된다. 여기서 '지분 요구'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윤장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통합신당의 광주시장 후보 선출은 '5 대 5 정신'이 구현되는 방식으로 가지 않겠냐"라고 말한 바 있다.

두 당의 합당으로 새누리당이 총력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 역시 부담이다. 통합신당의 지방선거 결과 예측치가 장밋빛만은 아닌 이유다. 지방선거에서 예상치를 밑도는 결과를 받아 안았을 경우 안 의원에게 지워질 정치적 책임도 크다.

"안철수, 공천폐지 전당원투표 제안해야"

장기적으로 안 의원은 기초 선거 무공천의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측 모두 구청장과 구의원 대부분을 새누리당 소속 후보에게 내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몰락이다. '기초 선거 공천 폐지'를 새정치의 상징으로 강조하고 민주당과 통합하는 데 핵심 고리로 내걸었던 안 의원에게 '풀뿌리 민주주의' 몰락이 현실화된다면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대부분 1번 딱 찍고 나올 텐데 기초 단위는 거의 새누리당에 넘어갈 거라고 본다, 이건 현역 구청장도 마찬가지"라며 "기초 단위 자체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정치연합 측 관계자도 "기초 공천을 안 하면 새누리가 싹쓸이 할 거"라며 "이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초 공천 폐지가 답은 아니지만 감당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모두 끝난 후 정치적 책임을 진다 도 그 때는 이미 늦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기초 단위가 무너지게 되면 지역 조직이 무너지는 걸로 봐야 한다"라며 "의회가 장악됐는데 민주당 단체장이 들어서봐야 무엇하겠나, 아무 일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렇게 되면 풀뿌리 민주주의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고, 선거 때 동원할 조직력도 망가지게 된다"라며 "단순히 기초 선거가 무너지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대선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은 방법은 하나다, 안철수 의원이 '기초 선거 공천 폐지'를 두고 전당원 투표를 다시 하자고 제안해 당원들 의견을 다시 수렴해야 한다"라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 같은 조치를 취한다면 안철수는 진짜 정치인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정말 큰일이다"라고 우려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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