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서청원 '으르렁', 개헌 놓고 정면충돌

이재오 "개헌 대선공약 지켜라" vs 서청원 "MB땐 뭐했나?"

2014-01-08 09:53:21

친이 좌장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이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급제동을 건 개헌 문제를 놓고 마침내 정면 충돌했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가 올해의 화두가 맞다. 그러나 저희 당 입장에서 해야 될 과제는 정치 개혁"이라며 "정치개혁의 첫째과제가 개헌"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연초에 국민 여론조사에서 75%가 개헌을 해야 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에 따라가는 것이 소통이다. 대다수 국민 의견과 반대로 가는 것이 불통"이라며 "대통령께서는 개헌 논의가 정국의 블랙홀이 된다고 말했는데, 그 말씀에 일견은 이해를 하 그건 개헌 주체들의 제어능력에 따라, 개헌논의를 어떻게 운반하느냐에 따라서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수도 있다"고 박 대통령 주장에 정면반박했다.

그는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개헌논의를 하겠다고 공약하셨다"며 "그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서청원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김형오 국회의장 산하에 개헌특위를 만들었다. 그때 이재오 의원은 정권의 2인자라고 모든 언론이 얘기했다. 그만큼 힘이 있었다"며 "그런데 개헌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이 의원을 정면으로 힐난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개헌문제보다도 국민들 먹고사는 경제 살리는 데 우선 과제를 둬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이 의원 얘기도 틀리지 않는다고 보지만 시간과 타이밍이 필요하다. 금년에는 다 같이 함께 박근혜 정부가 1년동안, 뭐 국정원 댓글 때문에 발목잡혀 한 치도 나가지 못했는데, 이런 문제보다 남북통일 문제, 대한민국 국민이 또 뭘 원하나? 법이 바로 서기를 원한다. 그걸 비정상의 정상화라 하는데 이런 데 팔을 걷어 부치고 2년차, 3년차 박근혜 정부가 온전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개헌 논의를 일축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을 일축하면서 양계파 좌장인 두사람의 충돌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이재오 의원은 박 대통령의 개헌 불가 입장 표명 다음날인 7일 트위터에 <한비자>에 나오는 "침관지해심어한(侵官之害甚於寒)"이란 글귀를 적은 뒤, "자기의 직분을 망각하고 남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그 해악이 혹한보다 더 심하다"는 해설을 붙여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이 개헌 논의에 급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이재오 의원 등 여야 개헌파의 개헌 논의를 막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친이계와 친박 비주류가 개헌에 적극적이며, 야권에서는 민주당의 전병헌 원내대표 등이 총대를 매고 나섰고 손학규 상임고문도 오는 16일 개헌을 공론화하기로 하는가 하면 정의당도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등 상당수가 개헌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철수 의원을 다시 돕기로 한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도 조만간 이재오, 손학규 등 야당 개헌파와 만나겠다며 개헌에 적극적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7인회' 멤버인 강창희 국회의장도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6월 이전에 개헌안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나서면서 개헌을 둘러싼 힘겨루기와 합종연횡이 본격 전개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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