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투위 세대가 동아일보 근무 시절에는 청진동 낙지(전남 남부지방에서는 낙자라 부름)집을 자주 다녔다. 점심 때 매운 고추로 볶은 낙지밥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금방 조름이 오고, 매운 음식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배탈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선배와 동료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을 혼자서 마다 할 수 없어 깡으로 먹고 나서는 잠깐 고생도 했다.

안산 우리 동네에 청진동 낙지볶음밥과 비슷한 낙지집이 생긴지는 벌써 몇 년 지났다. 오늘은 점심시간을 넘겨 혼자서 그곳을 찾았다. 주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낙지볶음밥 1인분에 빨간 뚜겅 소주 한 병(술집에서는 흔히 옛날 술이라 하더라)을 시켰다. '지부지처'(지가 붓고 지가 처먹는다의 준말)하니 천하가 다 내 손 안에 들어온다.

2년 전 개업 때는 덤핑으로 4천 원 하던 볶음밥이 덤핑행사 끝내고 나서는 5천 원, 물가가 좀 오른다고 7천 원, 마침내 8천 원까지 올랐다. 경제대통령 재임 시에는 물가 하나는 꽉 잡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이 나라는 물가에는 관심 없는 부자들만 사는 나라인가. 조선조부터 부자란 거의 나쁜 놈들이다. 그 부자들이 패거리를 만들어 정치를 하다가 나라를 일본에 진상했다. 이제 그들은 미국에 바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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