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불통’… 대결정치 선언

ㆍ‘국정원 대선 개입’ 사과 등 민주 7개항 요구 모두 거부
ㆍ3자회담 파국, 경색 장기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황우여·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3자회담을 열고 정국 현안을 논의했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가 준비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관련 대통령 사과와 법무장관 문책 등 7개항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대치 정국의 마지막 출구로 여겨진 3자회담이 결렬되고, 대통령이 강공 기조를 천명함에 따라 정국 경색은 추석을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국회 ‘사랑재’에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김 대표 요구에 “국정원에 (대선개입을)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다.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는 왜 국정원 개혁을 안 했나”라면서 “국정원이 혁신적 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며, 이를 통해 정치개입을 확실히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여당 내에서도 거론됐던 포괄적 유감조차 표명하지 않았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압력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은 워낙 중요한 자리여서 의혹이 제기됐을 때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배후조종설’에 대해서도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총장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 야당이 먼저 나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원칙이고 도리가 아니냐”면서 “일반 검사들도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놓고서는 “대화록 공개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제민주화 후퇴 지적에 대해 “특정 계층을 옥죄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를 놓고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회담 뒤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어 회담 결과를 ‘결렬’이라고 평가하고 김 대표의 노숙투쟁을 포함해 장외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어렵게 성사된 회담을 망쳐버린 민주당은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국회가 식물상태에 빠져 민생이 타격받고 있는데,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가는 만큼 적극적으로 경색 정국을 타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MB(이명박) 정권과는 다른 정권이길 기대했는데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 이용욱·유정인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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