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 공작정치 시대로 회귀하려는 것”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대책위, 긴급토론회 열어

김백겸 기자

최종수정 2013-09-13 22:15:50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긴급토론회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장 공안탄압규탄 대책위’는 13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민중의소리

“이번 사건으로 확인된 것은 분단 체제에서 냉전적 정치 심리가 발동되면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향후 누구에게 희생이 돌아갈지 모른다. 권력이 죄를 지정하고 그것을 아무도 거부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통합진보당뿐 아니라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문제이다”
-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수사에 대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국정원은 내란음모 정치공작을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공작정치 시대로 회귀하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로 이루어진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는 13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의 문제점과 한국사회’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한상희 건국대 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미디어스 김완 기자, 인권운동사랑방 정록 활동가의 발제와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국정원의 모든 활동이 헌법의 가치에 어긋나”

토론에 앞서 시작된 패널들의 발제에서는 헌법, 사회, 언론, 인권 등의 측면에서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가 끼친 영향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국정원의 내란음모 혐의 수사에 대해 “국정원의 위기 탈출용 공작이며 표현과 결사의 자유와 적법절차를 정면에서 부정하는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한 교수는 “있을지도 모르는 위기를 만들어 오며 존립기반을 만드는 국정원 같은 비밀정보기관은 기본적으로 헌법에 봉사할 틀에서 벗어나 있다”며 “정보기관의 비밀주의는 민주주의와 대치되고, 예비검속은 인권을 침해하고, 총체주의는 권력분배 장치와, 편의주의는 법치의 원칙에 어긋난다. 모든 헌법의 가치와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는 국정원의 내란음모 혐의 수사 과정 속에서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내란음모 수사의 처음에 나온 녹취록의 어떤 것도 검증 안 됐지만, 어떤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해하거나 검증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그러면서 언론에 의해 그 발언은 이석기가 한 것이 됐고 사실이 돼 버렸으며, 국회에서도 사실을 규명해야 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체포동의안이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공안기구와 언론이 합쳐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공안정치를 심화시키는 것이며, 대중적인 파시즘 정치 심리화를 몰고 오는데 이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향후 누구에게 피해가 돌아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미디어서 김완 기자는 내란음모 수사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국정원이 짜놓은 프레임 안에서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정부나 검·경의 발표를 그대로 기사화하는 한국의 ‘발표저널리즘’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처럼 공안사건 같은 경우 취재원 접근이 어렵고 차단 돼서 기관이 주는 정황, 가능성을 가지고 속보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사람들도 그럴싸하게 쓴 것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못 느끼게 만드는 관성화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정록 활동가는 분단 체제 안에서 반공의식이 있는 한 언제든 다시 이와 같은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록 활동가는 “한국사회에서는 어떤 일에 북한이 개입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예외가 돼버리는 것 같다”며 “매카시즘의 토대인 공산주의자들은 무조건 때려잡아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정치사상·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맴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에 대한 긴급토론회 열려

“공안기관과 언론이 함께 공안 정치로 돌아가고 있다”

토론회에는 국정원의 공안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사례도 증언도 있었다.

이날 오전 국정원의 대학교 학생회 불법 사찰의혹을 제기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김나래 의장은 “지난 10일 국정원이라 밝힌 사람이 학생회 간부를 했었던 학생에게 전화해 저의 활동에 대해 세세하게 물어봤다”며 “국정원의 불법사찰로 주변 사람까지 수사하는 것을 굉장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번 내란음모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이상호 수원진보연대 고문의 아내 윤소영씨는 “국정원이 압수수색하면서 마치 살인현장을 검증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동네에서 지내기가 불안하고 힘들 정도”며 “우리 가족이 이런 고통을 받을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국정원 선거개입 은폐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이번 사건과 더불어 한국사회의 파시즘에 대한 토론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배서영 사무총장은 “보수단체들의 백색테러가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사회에서 드러나고 있는 파시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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