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 2조 13호 합헌”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 운동을 적극 주도한 것을 ‘친일반민족 행위’로 규정한 특별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친일반민족행위자 구자옥(1890~1950)의 후손이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3호에 대해 제기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구씨 후손들이 문제삼은 것은 친일반민족행위를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사회·문화 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 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라고 규정한 부분이다.

후손들은 “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 운동’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이념적 구호로 추상적이고 ‘적극 주도’라는 표현도 구체적이지 않다”며 “사회·문화기관이나 단체를 통하기만 하면 친일반민족행위로 인정하고 있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주장했다. 구자옥은 1930년 후반부터 황도학회 이사 등 친일단체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일본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협력하는 다수의 글을 발표했다는 점이 인정돼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에서 친일반민족행위를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받았다.

헌재는 “일본인과 조선인이 완전히 융화되도록 하는 내선융화와 조선인에게 철저히 황국신민이 될 것을 요구하는 황민화운동은 일본의 침략전쟁에 한민족을 동원·이용하기 위한 철저한 민족말살정책이었다”며 “내선융화와 황민화운동을 적극주도한다는 행위는 한민족말살정책을 적극 주도한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일제시대에 셀 수 없이 많은 사회·문화기관이나 단체가 설립돼 활동했기 때문에 심판대상을 더 구체화하기는 어렵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심판대상 조항이 의미하는 바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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