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 “민정수석 ‘원세훈 수사’ 검사에 압력 전화” 의혹 제기

ㆍ“뭐하자는 거냐고 힐난했다”… 곽 수석·검찰, 부인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54)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담당한 일선 검사들에게 ‘압력성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10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곽상도 민정수석이 5월 하순 원세훈 전 원장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들은 뭐하는 사람들이냐’ ‘도대체 뭐하자는 거냐’ ‘이런 수사 해서 되겠느냐’고 힐난하고 빈정댔다”고 주장했다. 당에서 국정원 헌정파괴·국기문란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 의원은 “당시 검사들의 회식 자리였는데 휴대전화 소리가 커서 모든 참석자들이 (이 같은 내용을) 들었다”며 “이것이 수사 개입이냐 아니냐”고 황교안 법무장관을 상대로 추궁했다. 황 장관은 “특정인이 검찰과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해선 모른다”고 답했다. 곽 수석과 연락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연락한 적 없다”고 말했다.

곽 수석은 지난 4월에도 일선 검찰청에 전화해 수사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이 일선(검찰)에 전화해서 (수사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곽 수석은 당시 이에 대해 사적인 통화였다고 밝혀 통화사실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신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동안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청와대 입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7일 황 장관의 국정원 사건 수사 개입 의혹이 일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는 (국정원 사건 수사에) 손끝 하나 대고 있지 않다”며 개입설을 부인한 바 있다. 당시 이 수석은 “MB 정부가 검찰총장을 임명한 것”이라며 “새 정부 입장에서 이보다 더 객관적인 수사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오히려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신 의원의 이번 주장이 사실이라면 곽상도 수석은 형법상 직권남용죄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법사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곽 수석이 대통령과 친하다고 알려져 있다”며 “(곽 수석의) 과잉 충성일 수도 있지만 대통령 의중이 반영돼 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곽 수석은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곽 수석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팩트 자체가 사실무근”이라며 “수사팀에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민정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검사가 없었다”며 “2차장, 팀장, 공공형사부장들도 없었고, 평검사들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이 어떤 자린데 검사들에게 전화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근거로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당 개입을 주장한 것은 면책특권을 악용한 정치공세”라고 신 의원을 비판했다.

<심혜리·구교형·정희완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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