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15공동행사 ‘갑작스러운’ 불허...왜?

정지영 기자

최종수정 2013-05-27 12:22:38

북측이 6.15공동선언 13주년 기념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남.북.해외 공동행사로 열자고 제의한 데 대해 정부가 27일 불허 방침을 밝혔다.

공동행사 개최를 추진해온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불허 입장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통일부, 6.15공동행사 ‘안 돼’=통일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과 브리핑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관련 당국 간 실무회담에 나오는 게 먼저라며 6.15공동행사 개최 불허 입장을 분명히 했다.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는 민간단체인 6.15남측위원회가 6.15북측위원회, 6.15해외측위원회와 함께 진행하는 행사이나 북측 지역인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하려면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날 행사 불허 이유로 “북한의 정치적 의도”를 들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관련 우리의 남북 당국 간 대화제의는 지속적으로 거부하면서 최근 우리 민간단체를 상대로 6.15남북공동행사 개최를 제의하는 등 이중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리 당국과 민간을 분리하고 이를 통해 소위 ‘남남갈등’을 조장하려고 하는 여러 가지 시도”라고 비판하며 개성공단 관련 당국 간 실무회담에나 먼저 나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실명비난이 직접적 배경=행사를 바로 앞두고 불허 방침을 밝히는 게 아니라 행사까지 시간이 꽤 남아있는 상황에서 공식 성명을 통해 불허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의 직접적인 배경은 주말 동안 북측이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측의 실명 비난에 대해 “남북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언행을 자제하고 절제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북한이 하고 있는 언행은 국제사회가 보기에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칠게 비난했다. 이는 지난 23일 박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이름을 언급하며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비판한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6.15남측위 “당혹”=6.15공동행사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은 주말을 거치며 나온 것으로 보인다.

6.15남측위 관계자는 앞서 통일부와 6.15공동행사에 대해 면담할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며 이날 정부의 불허 방침에 “갑작스럽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부터 이러한 입장이었는지 아니면 주말을 경과하며 갑작스럽게 기류가 변한 건지 진의를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며 당혹스러운 상황이니 만큼 일단 6.15남측위 내에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 정부가 6.15공동행사 개최를 승인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데 대해 김 대변인은 “정부가 대화를 제의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이미 정부가 대화를 제의해 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만 답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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