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회 6월 청계산 산행은 예상보다 참여가 저조했다. 일행은 모두 여섯. 여느 때보다는 단출했다. 김태진 회장을 비롯해서 문영희, 조강래. 이영록. 신정자 등 회원 다섯에 정현조 KBS 심의위원이 함께 했다. 정위원은 지난해 초여름 관악산 탁족 산행 때도 함께 한 적이 있어 요요회로서는 낯익은 산손님이다. 참여가 부진한 것은 연일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아 무더운데다, 건강문제, 손주 돌보기 등 다들 개인사들이 많아서이겠지만 홍보 부족도 한 요인이라는 자체분석이 나왔다. 다음부터는 집행부에서 문자도 여러 번 보내고 투위 홈페이지 공지라든가 개인 이메일을 적극 활용하자는 약방문도 나왔다. 일행이 적은 만큼 먹거리의 불균형이 살짝 걱정되었다. 산행은 아침 10시 양재동 화물 터미널 어귀에서 시작했다. 1차 목적지는 옥녀봉. 바람골 줄기를 타는 것으로 시작했다. 바람골은 우리 땅 골골마다에서 흔히 만나는 이름이다. 바람골(風谷), 바람재(風嶺). 한여름에 부는 계곡 바람은 산나그네의 이마에 흐르는 더운 땀을 식혀주니까 고맙지만, 한겨울의 곡풍은 귀 끝을 에이게 할 만큼 무섭다. 그러나 이날 산에서는 산바람 냄새를 맛보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잔잔했다. 이른 장마라고 중기예보가 발령 중이었지만 장마전선은 제주해협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바람골 마루에 올라섰다. 휴일이어선지 산행객들이 꽤 많았다. 일단 산 속으로 들어섰으니까 입산주라도 가볍게 한 모금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조대장의 배낭에서‘월매’가 나와 고개를 조아리자 어느 배낭에서 흑임자(검정깨)인절미가 상자채로 나왔다. 바로 전날 동아투위 월례 모임을 별러서 찾아온 ‘최문순 팬카페’ 회원들이 선물한 떡이었다. ‘최문순 팬카페’는 언론인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언론개혁을 위해 힘들게 싸워오고 있는 최문순 전 언노련위원장(현 강원도지사)의 활동을 격려하고 후원하기 위해 평범한 직장인들이 만든 모임이라고 한다. 사연인즉 이 팬카페 회원들이 우리가 매달 17일이면 정례모임을 갖고 있음을 알고 오래전부터 동아투위 선배들과 자리를 한번 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해와 이날에야 성사가 됐다. 극구 시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네들이 모은 회비로 투위 모임의 점심값까지 치렀다. 또 정성스레 포장한 흑임자 인절미를 선물로 내놓았다. 이날따라 참석자들이 적어 한 사람에게 떡 상자가 두 개 꼴로 돌아갔다고 한다. 김태진 회장이 그중 한 상자를 이날 산행에 가져온 것. 막걸리와 인절미가 궁합이 잘 안맞는 것 같지만 그 분들의 마음씀씀이가 고마울 따름이다. 옥녀봉 가는 산길은 흙먼지가 풀풀거렸지만 길 양 켠에 임립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뜨거운 유월의 햇빛을 가려주었다. 온갖 활엽수들이 수해를 이루고 있었고, 거기서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무더위 속의 산행을 얼마간 쾌적하게 해줬다. 청계산은 도심과 가까운 산이어선지 아이들에겐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연학습장이 되고 있었다. 이름표를 단 나무들이며, 집단 서생하는 식물군락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산에서 서식하는 날짐승, 길짐승은 물론 온갖 곤충, 벌레 미물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놓은 안내판이 눈길을 잠깐잠깐 붙들었다. 나이 탓인지 자꾸만 까먹게 되는 피톤치드도 여기 와서야 다시 복습하는 기회가 되었다. 여유 있는 보폭으로 산길을 더듬어 가는데도 신총무의 발걸음이 평소와 영 다르게 초입부터 더뎠다. 전날 좀 잠을 설친데다 조금 전에 마신 막걸리 한 잔이 화근인 것 같다면서 천천히 뒤따를 터이니 괘념 말고 가라는데 자꾸 눈에 밟혔다. 조대장이 뒤를 맡게 하고 옥녀봉에 올랐다. 청계산엘 여러 번 다녀갔지만 옥녀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목표는 언제나 주봉인 매봉(582.5m)이었고, 옥녀봉은 그저 표지판만 보고 지나쳤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옥녀봉 길은 노폭이 넓은데다 경사도 완만하고 군데군데 평지가 많아서 특별히 힘든 구간은 없었다. 나이 든 사람들에겐 제격인 코스였다. 좀 힘들다싶으면 고맙게도 나타나는 나무 벤치가 길을 멈추고 쉬어가게 했다. 벤치 한 켠에는 여기에 쓰인 나무가 이산에서 나는 수목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는 길목에서 맨발 산행을 하는 남녀들을 여럿 마주쳤다. 그만큼 산길이 평탄하다는 까닭일 터이다. 건강에 좋다는 생각에서들 맨발로 산길을 오르내리겠지만 발바닥을 상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나이 든 사람의 기우일까. 옥녀봉 정상(375m)에 올라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서울경마공원, 그리고 왼쪽으로 펼쳐진 서울대공원이었다. 옥녀봉 정상 표지판에는 봉우리가 예쁜 여성처럼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고 쓰여 있었다. 옥녀봉 쉼터에서 사위를 일별하고 내려오는데 KBS 정위원이 어디서 구했는지(?) 비비빅 여럿을 들고 나타났다. 덥고 갈증이 나던 터에 팥앙금 막대 케이키의 옛맛을 떠올리면서 맛나게 빨아먹었다. 소소한 데까지 신경쓰는 정위원의 마음씀이 고마웠다. 다음 행선지를 정해야 할 차례였다. 또 점심 먹을 자리도 찾을 겸. 신총무의 컨디션이 아직 되살아나지 않아 매봉을 가지 않고 그냥 원터골로 내려가자는 쪽이 대세인 것 같았다. 김회장이 주저주저하는 듯하더니 좀 천천히 이동해서라도 매봉 쪽으로 올라가자는 용단(?)을 내렸다. 천하(?)의 요요회가 겨우 두 시간짜리 산행이라니? 요요회 등산 기록에 큰 오점을 남길 뻔 했다. 그러나 용단에도 타협은 있었다. 1천개가 넘는 나무계단 길을 넘어 매봉을 눈앞에 두고 나타난 헬기장 터에서 더 이상 앞서나가지 않고 옆길로 방향을 틀었다. 대공원 쪽 철조망 넘어 계곡 길을 타는 것으로. 지난해 겨울 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육 중이던 여섯 살 박이 수컷 말레이산 곰 ‘꼬마’가 우리를 탈출하여 청계산으로 숨어들자 수색작업을 벌이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던 곳이다. 이 꼬마가 잡힐 때까지 입산을 통제하는 바람에 며칠 동안이었지만 청계산 등산객과 주변 상인들의 불편이 컸었다. 사람들의 출입이 뜸한 숲길에는 둥굴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골짜기 쓸 만한 데는 발 빠른 산손님들이 다 차지하고 있었다. 계곡이라지만 가뭄이 깊어 물이 말라 발 담그고 놀 자리는 없었다. 그것도 하루살이. 날파리. 각다귀. 모기 따위 온갖 날 것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술잔을 돌리고 허기를 채웠다. 문이사가 직접 담갔다면서 원적 불명의 메추리 무침을 안주로 내놓았다. 울릉도에서 건너왔다는 명이나물도 막걸리 안주로는 훌륭했다. 명이는 예전에 울릉도에서 주로 나는 구휼, 구황 음식 노릇을 톡톡히 했었지만, 지금은 외지 사람들의 입맛에 봉사하는 명물이 되었다. 요즘은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도 나온다고 한다. KBS 정위원은 명이를 먹으면 명이 길어진다는 설 대신에 명줄을 잇게 해주었대서 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부연해주었다. 문제는 술이었다. 주류(酒流)(?)가 대거 불참하는 바람에 도수 낮은 막걸리가 주종을 이루었고, 알콜 부족사태가 생겨났다. 처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 아쉬웠지만 연목구어(緣木求魚)라, 도리가 없었다. 하산 길에 해결하기로 하고 산길을 내려왔다. 하산은 청계골로 잡았다. 그곳이 알콜 조달에 유리할거라는 판단도 부지불식간에 작용하였을 터이다. 내려갈 때는 언제 그랬던가싶게 신여사의 발길이 빨라져 있었다. 그새 원기가 돌아온 모양이다. 중도에 바로 하산했더라면 억울할 뻔하지 않았는가. 이러구러 산속에서만 보낸 시간이 6시간 남짓. 삼림욕 한 번 잘한 하루였다. 뒤풀이는 원지동 청계산 주등산로 초입에 있는 조선면옥에서 김회장이 크게 쏘았다. 김회장과 가까운 친척 조카가 하는 집이라서 우리가 하산한 지점으로 차를 보내도록 한 것이다. 떡갈비도, 술도, 냉면도, 장국밥도 다 맛있었다. 산 속에서 태부족했던 알콜을 이곳에서 다 채워 넣은 셈이었다. 다음 달 등산은 최문순 지사 관내인 강원도 점봉산에서 산나물 채취를 겸해서 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6월 산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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