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이후의 행동까지 해고 사유? [해설] YTN 징계무효소송 2심 판결문 분석 2011년 04월 18일 (월) 14:38:29 정철운 기자 pierce@pdjournal.com 지난 4월 15일 서울고등법원 민사 15부(부장판사 김용빈, 배석 판사 유석동, 이순형)는 2008년 10월 7일 해직된 YTN 기자 6명 중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에 대한 YTN의 해고 조치가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YTN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공적 이익을 도모하려했던 동기를 고려할 때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던 1심의 전원복직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법원 판결이 언론사 노조의 내부 감시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재판부, ‘징계처분 이후 정황’으로 해고 정당성 주장 재판부는 2심 판결문에서 “방송관련 법령상 하자 없는 구본홍의 과거 경력을 문제 삼아 구본홍의 대표이사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주주총회 방해, 출근행위 방해 등을 한 것은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의 해고가 정당한 근거로 ‘징계 이후 활동’을 들었다. 재판부는 “노종면 현덕수 각 12회, 조승호 10회 등 징계처분 이후에도 추가 징계 대상 행위의 의사결정을 주도해 불법성의 정도나 비난 가능성이 다른 원고들에 비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사용자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권리인 경영진 구성권과 경영주의 대표권을 직접 침해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 할 수 없을 정도의 징계해고사유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해고 당시 노종면 기자는 노조지부장, 조승호 기자는 공정방송점검단 단장, 현덕수 기자는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또 재판부는 2008년 7월 17일 ‘날치기 주총’으로 논란이 있었던 구본홍 사장 선임과정에 대해서도 “소집절차상의 하자가 있지만 주주총회 결의가 무효 내지 부존재한다고 볼 정도로 명백한 하자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아울러 인사위원회에서 구두진술권을 보장하지 않아 징계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구두 또는 서면에 의한 진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원고들의 방어권을 보장했다”며 피고(YTN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언론계 “사법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청부 판결” ▲ 2009년 11월 13일 1심 판결에서 해고무효판결을 받은 해직기자 6인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YTN노조 하지만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은 ‘징계처분 이후 정황’으로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한 재판부의 모순이 지적됐다. 원고 측 강문대 변호사는 “해고 이후의 정황들은 해고가 정당한지의 여부에 따라서 대응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인데 그걸 근거로 재판부가 해고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판례로 볼 때 해고 이후의 정황도 참조는 할 수 있지만 판결에 있어서 부수적 판단에 그쳐야 할 부분을 주된 근거로 삼는 것이 부당하다는 게 강 변호사의 설명이다. 해직기자 6인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재판부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해직기자들은 “재판부가 해고 이후의 상황에 지나친 비중 두었다”며 “해고 이후 추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세세히 적시하고 가담 횟수로 정당성 판단의 기준을 삼을 경우 부당한 징계로 직원을 격동케 해 추후 부족한 징계사유를 채우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의 방어권이 보장됐다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 “소명 권리 박탈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한 서면을 재판부가 서면 소명 근거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또 조승호 기자의 경우 당시 노조 전임자도 아니었고 공정방송점검단은 사측의 공정방송위원회 무력화로 일시적으로 구성된 조직에 불과했는데 당시 행위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 할 수 없을 정도”로 보는 재판부의 판결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지난달 노사 양측에 제시한 조정안의 취지를 스스로 뒤집은 것이라는 점에서 일관성도 잃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재판부는 사측에게 해직기자 6명의 전원복직, 해직기자에겐 밀린 임금을 포기하라는 타협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해직기자들은 “재판부는 원고들이 언론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목적에서 행위 한 점,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사실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아직 2008년 주주총회 당시 과반수 이상이 참석해 의결했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라며 대법원에서 주주총회 결의의 하자부분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 이하 언론노조)은 이번 판결을 “사법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청부 판결”이라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15일 성명에서 “재판의 본질은 대통령 후보 시절 특보였던 사람이 언론사 사장으로 와서는 안 된다는 ‘낙하산 금지 투쟁’이 정당하냐는 것인데 재판부는 이를 알면서도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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