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호주 북서부 지역. 어느날 개 모습을 한 형제가 땅에서 태어났다. 형제가 세상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살지 않았다. 물론 사람도 없었다.

형제는 최초의 인간을 만들었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형제는 얼굴을 마주보곤 갸우뚱했다. 아하! 형제는 뭐가 이상한지 깨달았다. 만든 인간이 자웅동체였던 것이다.

형제는 자웅동체 인간에게 성기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버섯이 있었다. 형제는 버섯을 따 자웅동체에게 성기를 붙여줬다. 자웅동체 인간이 남녀로 분리된 건 이때부터다.

한편 개 형제는 모습을 인간으로 바꾸더니 무럭무럭 자라 머리통이 하늘까지 닿을 정도가 됐다. 거인 형제는 세상을 여행하다 반인반묘(半人半描)를 만났다. 양자간에 말싸움이 붙었다. 전설에 따르면, 개 형제가 반인반묘를 보고 “크하하하!” 하고 비웃었다고 한다.

비웃은 이유는, 부덕의 소치로 자료를 못찾았다. 그러므로 이건 그냥 100% 상상이다. 반인반묘는 형제에게 “왜 인간에게 쓰잘데기 없는 성기를 만들어줬느냐. 나중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눈을 부라렸을 지도 모른다. 형제는 “너야말로 쓰잘데기 없는 시비 걸지 말라”며 비웃었을 지도 모른다.

다시 사실이다. 반인반묘는 화를 벌컥내며 형제를 창으로 찔러 죽여 버렸다. 형제의 엄마가 복수에 나섰다. 엄마는 자신의 유방에서 젖을 흘려 반인반묘들의 땅밑세상을 물바다, 아니 젖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또한 엄마는 형제를 다시 살려냈다. 그런가 했는데 한동안 살던 형제는 어느날 죽기로 결심했다.

형제는 왜 죽기로 했을까. 자료부족으로, 다시 상상이다. 형제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후회했다. “왜 인간 특히 수컷에게 쓰잘데기 없이 성기를 만들어줬을까!" 과연 그놈의 성기 때문에 오늘날 세상이 심히 어지러워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러니까 그 거장들, 그 거물들, 그 교수들에게 그놈의 성기를 왜 달아줬느냐 말이다.

(부록)

형제
이름 Bagadjimbiri. 처음 개 모습을 한 존재(dingo)로 나타남. 성기를 만들어준 뒤 인간들에게 할례를 명령. 한편 죽은 형제의 육은 물뱀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영은 올라가 커다란 구름이 되었다.

“고양이 많이 닮았쥬?”

반인반묘
이름 Ngariman. 형제 살해범으로 유명. 영어권 번역자들이 흔히 고양이인간(cat-man)으로 번역. 사실은 고양이 닮은 호주 등지의 토착종 쿠올이라는 놈. 그러므로 원주민 표현으로는 쿠올 인간(quoll-man)이라 해야 맞음.

엄마
이름 Dilga. 풍요와 성장의 여신. 젖 생산자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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