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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 영국. 헨리 2세 시절 얘기다. 롤랜드라는 궁전 전속 어릿광대가 있었다. 다재다능한 광대였지만 딱 한가지 재주만 부렸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 왕의 생일날에 방구댄스를 선보였다.

잔치가 무르익으면 롤랜드가 등장해 우아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의 하이라이트는 끝부분이었다. 엔딩 장면에서 롤랜드는 펄쩍 뛰고, 휘파람 불고, 방구를 빠앙! 하고 뀌었다. 점프+휘파람+방구는 동시적으로 이뤄졌다. 환상적인 3종 세트였다.

롤랜드는 왕과 좌중을 즐겁게 해준 대가로 헤밍스턴 지역의 집과 땅을 하사받았다. 집은 장원의 저택이었으며, 땅은 100 에이커에 이르렀다. 계산해보니 거의 125만평 넓이다. 방구로도 이렇게 잘 먹고 잘 살 수도 있다. 놀랍다.

옛날 아일랜드 잔치집의 난장판 방구쇼. 오른쪽에 방구쟁이 2명 보이쥬? (158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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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마시라. 요즘 한국에도 방구 하나로 잘 먹고 잘 사는 분들 허다하다. 한둘 아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자한당 의원 이은재는 겐세이 방구, 깽판 방구를 선보여 크게 한몫 잡았다. 이은재의 방구쇼가 부러웠던 동당 대표 홍준표는 “영어, 일어, 독일어, 중국어가 혼용되는 세계화 시대인데 유독 일본어만 사용해선 안 된다는 국민정서법만 고집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제법 긴 방구를 뀌었다.

재밌는 사실은, “말이여, 방구여?” 이러면서 두 분의 사운드를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두 분의 방구는 방구다. 다만 그것이 입으로 나올 뿐이다. 어, 참 구리다.

(부록)

방구쟁이 롤랜드
Roland the Farter. 12세기 영국의 유명 방구쟁이. 그에 관한 기록은 13세기의 궁정 회계장부에 기록돼 있다. 당시에는 영국, 아일랜드 등에 방구쇼 하는 광대들이 인기였음.

장부의 기록내용
“The following (lands), which formerly were held of Roland the Farter (Rollandi le Pettour) in Hemingston in the county of Suffolk, for which he was obliged to perform every year on the birthday of our Lord before his master the king, one jump, one whistle, and one fart (unum saltum et sifflettum et unum bumbulum)”

홍준표의 방구쇼 소개 리플렛. 업데 안된 구버전.

방구 값
당시 영국 궁정에서 아주몹시 후하게 계산해준 것임. 왜냐하면 은퇴한 광대에게 주는 것이 후추 1파운드, 박차(拍車) 한짝이었다 함. 그땐 후추가 비쌌겠지? 그래도 그렇지. 또 말은 안주고 박차를 줘?

방구쇼 비판
비판하신 분들 가운데 이런 기록 남기신 분 계심. The error [of these clowns] has so taken hold that they are not forbidden from the residences of great men, those indeed who expose their bodies’ shameful members in front of everyone, so that even a cynic blushes to see it. Still more astonishing, the clowns are not ejected even when the racket of their bottoms befouls the air with repeated noise, more shamefully emitting what is shamefully held in. (John of Salisbury – Policraticus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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