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동부 아프리카에 사는 덫 사냥꾼이 덫을 놓으러 숲으로 들어갔어요. 으르릉, 사자가 나타났어요. “어이 덫꾼, 내가 장군이자 여기 대장인디 누구 맘대로 사냥?” “몰랐슈, 용서해주슈.” “조건부 용서. 오늘부터 잡은 짐승들 나헌티 상납혀. 염통허고 간만 상납하문 뎌.” “그류. 약속!”

“생긴 건 온화한 편이쥬?”

덫꾼은 이때부터 짐승을 잡으면 염통과 간을 으르릉 사자한테 갖다 바쳤어요. 남편이 짐승을 잡아와도 매번 염통과 간이 없자 마누라가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당신, 혹시 다른년헌티 갖다 주는거 아녀?” “아녀.” “수상헌디....” “말못할 사연이 있응께 그런가보다 혀!” 자존심 상한 남편은 사자가 원망스러웠어요.

그날도 덫꾼은 숲으로 갔어요. 첫 번째 덫에도, 두 번째 덫에는 쥐새끼 한 마리 없었어요. 덫꾼은 세 번째 덫으로 갔어요. 얼러리, 가보니 마누라가 덫에 걸려 있는 거에요. 마누라가 남편을 몰래 쫓다 길 잃고 헤매다 그렇게 됐나봐요. “웬일이랴, 그러게 왜 남편을 미행하냔 말여!” “어떻게 알았슈?” “보문 알지! 남편 의심하는 사람은 사람도 아녀!” “하여간 이거부텀 좀 풀어유!” 바로 그때 사자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났어요.

“덫꾼, 또 한 마리 잡았구먼. 털이 없으니 먹기는 편하겄다. 하여간 나헌티는 염통허고 간만 바치문 되야.” “안듀! 이 여잔 짐승 아니고 사람이유! 내 마누라유!” 남편이 울부짖었어요. “아까는 사람도 아니라고 했잖어?” “아끼는 사람이유?” “그렇다치구, 사람이 짐승보다 훌륭한 겨? 말뽄새가 그런 뉘앙슨디?” “그 말 취소하께유.” “하여간 나 시장하니께 빨리 좀 움직여. 안그럼 너두 잡아먹을껴.” “아이고, 대장님 제발....”

이러고 있는데 바위 뒤에서 토끼 한 마리가 나왔어요. “왜들 시끄럽대유? 뭔일이랴?” 덫꾼과 사자는 질세라 토끼한테 하소연을 시작했어요. “그렁께, 난 염통이랑 간만 받겠다고 했거덩. 근디 지 마누라 아낀다면서 안된댜. 약속 불이행” “난 짐승의 염통과 간을 준다고 했지 내 마누라 잡겠단 약속은 한 적이 없슈.” “도대체 니 마누라는, 사람은 짐승이 아니라는 근거가 뭐여?”

“부인 잘 기시쥬?” ”갑질하느라 좀 바쁜가봐유.“

토끼, 양자의 말을 다 듣고 나더니 판사가 되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사자 말씀이 맞구먼. 이 여자는 아예 덫꾼 마누라가 아녀.” 사자가 물었어요. “무슨 증거로 그런 말을 한댜?” 토끼가 씨익 웃더니, “어이, 대장님, 지 정신이유? 증거 운운은 그쪽이 할 얘기가 아닌디?”

토끼는 일행을 데리고 덫꾼이 놓아둔 두 번째 덫으로 갔어요. “대장님, 저 덫에 증거가 있으니께 잘 봐.” “안뵈는디?” “가까이, 더 가까이” 대장은 안경을 꺼내 쓰고 덫 가까이 갔어요. 그러다 덫에 걸렸어요. “토껴!” 토끼는 사자가 덫에 걸리자 부부에게 소리질렀어요. “토껴가 뭐여, 이쁜말좀 골라써.” 남편이 토끼며 궁시렁거렸어요. 토끼도 토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어요. “토끼니까 토껴라고 그런겨. 별걸 다 시비네. 고마운줄 모르고”

“난 토끼만도 못한 놈.... 과연 사자가 토끼보다 훌륭하다 할 수 있는가.”

사자는 간신히 덫에서 벗어났어요. “토끼새끼 어디로 토낀겨. 이 토깽이 새끼 잡으문 염통은 구이로 해먹고, 간은 날 것으로 먹어주겄어!” 사자는 으르릉거리며 토끼굴로 향했어요. “야, 나와!” 사자가 토끼굴 앞에서 으르릉거렸어요. 토끼가 굴에서 나왔어요. 사자가 발톱을 세우는 순간 토끼가 소리쳤어요. “조심! 굴 위에 바위, 저거 조심해! 굴러 떨어지면 우리 둘다 죽는겨!” 사자가 고개를 들어 살펴보는 순간, 토끼는 또 토꼈어요. 이때부터 사자는 토끼를 추격했어요. 한 백년, 이렇게 쫓고 쫓겼어요. 드디어 토끼가 항복했어요. “고마해라, 마이 토꼈다 아이가....” “그래, 고마하자, 나도 마이 쫓았다 아이가....” 토끼는 사자의 종이 되기로 하고 목숨을 건졌어요.

이때부터 사자의 갑질이 시작됐어요. 애처가였던 사자는 어느날 골프공을 치며 “내 부인은 여단장급이니 예의를 갖춰야 한다. 군기 빠지면 안된다”고 강조했어요. 대장이 골프공을 날리면 토끼가 주워왔어요. 사실 대장보다 대장부인의 갑질이 더 대단했어요.

“부인, 당신은 나보다 더 혀. 여단장급 갑질이여....”

으르릉, 대장부인은 토끼 다리에 전자발찌부터 채웠어요. 호출벨도 설치했어요. 호출해서 가보면 “물!” 심부름이었어요. 빨리 오지 않으면 제자리 갔다가 다시 뛰어 오라고 시켰어요. 그냥 기분 나쁘다며 호출벨을 토끼한테 던진 적도 있어요. 으르릉, 토끼는 찍소리도 못냈어요.

“찍소리도 내지마!” “자유언론실천하라....”

대장부인은 알뜰주부였어요. 다른 토끼들이 대장의 사냥터에서 모과를 따오면, 머슴토끼를 시켜 모과청을 만들었어요. 비 오는 날에는 감 따서 곶감도 만들게 했어요. 토끼가 만든 음식이 맘에 안들면 으르릉, 버럭버럭 소리지르고 칼을 휘둘렀어요. 애처가의 대장 마누라는 자식사랑도 극진했어요. 아들이 휴가 나오면 토끼한테 바비큐 파티를 준비시켰어요. 토끼 시켜 아들 빤쓰를 빨게 했어요.

“여보, 갑질을 해도 꼬리는 잡히문 안되여” “알았슈”

주말이 되면 토끼한테 함께 교회에 갈 것을 강요했어요. 하지만 토끼는 독실한 무슬림이었어요. 토끼가 종교의 자유에 대해 철학적 고민을 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에요. 으르릉 부인은 토끼 엄마와 아빠에 대한 모욕도 일삼았어요. 토끼는 스트레스 받아 자살생각까지 했어요. 토끼는 동물권리센터에 제보할까 하다 관두고 직접 복수하기로 결심했어요.

“사모님, 우리애들은 무슬림인디유....”

그날도 어느날이었어요. 으르릉 부부가 저녁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토끼, 오늘 저녁메뉴는 뭐여?” “대장님, 오늘은 코스요리유” “좋지” 토끼는 애피타이저로 뜨끈하게 구운 기름덩어리를 내놨어요. “음, 맛 좋군. 넥스트!” 부인이 감탄했어요. 토끼는 다시 불에 빨갛게 달군 납작한 돌을 메인으로 내놓았어요. “뜨거울 때 잡숴” 부부는 대답도 하지 않고 달궈진 돌을 꿀꺽 삼켰어요. 이때부터 토끼는 두 발 쭉 뻗고 편하게 살았어요,

“제대했으니까 이제 두발 쭉 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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