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쿠마리의 발

밤이 되면 여신 탈레주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네팔 왕의 처소를 찾았어요. 여신과 왕은 주사위 놀이를 하며 국정을 논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밤, 왕은 눈이 헤까닥 돌아 여신한테 거시기한 짓을 시도했어요. “이런 싸가지 없는 왕을 봤나. 아주 왕싸가지로구먼!” 여신은 화가 나 발길을 끊었어요.

왕은 자신의 무모한 시도에 대해 깊이 반성했어요. 왕은 16일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으니, 다시 기회를 달라”고 공개적으로 사과했어요. 왕은 “거시기 사건 파문과 관련해 왕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거시기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나한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지지해주신 백성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내가 왕이 되는 과정에서 묵묵히 헌신해주신 간신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어요.

왕은 “지금까지 의금부 수사를 지켜보며 깊은 자성의 시간을 보냈다. 더 일찍 사과문을 발표하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는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말했어요.

아무개 전 최고간신이 구속된 데 대해서는 “의금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왕실이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어요. 마지막으로 왕은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왕인 내게 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뻔뻔하게 밝혔어요.

왕은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 아뉴?” 하면서 기회를 한번 더 달라고 사정했어요. 백성들은 “병아리설사같은 소리허고 자빠졌네” 어쩌구 하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하지만 착한 여신은 왕을 용서하고 사과를 받아들였어요. 조건부 용서였어요. “왕, 용서해줄터이니 내가 시키는대로 허시게. 앞으로 초경 전의 계집아이 중에서 내 분신을 찾아 극진히 모셔. 특히 내 분신의 발을 잘 모셔. 무좀 안걸리게 조심.” “알았슈.” 네팔 왕과 백성들은 이때부터 여신 탈레주의 분신을 찾아 모시기 시작했어요. 그 분신이 바로 쿠마리에요. 그러니까 쿠마리는 살아 있는 여신, 탈레주의 현신이에요.

쿠마리로 선발된 애는 살아있는 여신이 돼요. 아이의 전존재, 몸 전체가 ‘신적 존재’에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발이에요. 그러므로 아이는 쿠마리가 되는 순간, 심지어 발로 땅을 밟아서도 안돼요. 어디 갈 때는 가마를 타거나 어른한테 안겨 이동해요. ‘신성한 발’이거든. 무좀 걸리면 안되거든.

쿠마리는 여신의 처소에 머물며 하루 세 번 창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어요. 이때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인생상담, 고민상담을 해요. 그냥 하는게 아니에요. 사람들은 쿠마리의 ‘신성한 발’에 뽀뽀를 하거나 쓰다듬으며 상담해요. “발가락 다쳤슈. 고쳐줘유” “무좀이 아주 심해유. 고쳐줘유” “자꾸 누가 나를 동네 아줌마라고 비웃어유. 그 사람좀 혼내줘유” 쿠마리는 카운셀러지만 인간의 언어로 답을 주는 법이 없어요. 표정이나 제스처, 동작으로 힌트를 줘요. 이런 식이에요.

박수 : 너는 ‘왕에게 들켜서는 안 될 죄’를 지었구먼

울음, 웃음 : 중병이나 죽음이 찾아올 것이여

눈을 닦거나 비빔 : 조만간 죽음이 찾아올 것이여

선물로 받은 음식을 집음 : 재산을 잃을 것이여

나쁜 얘기밖에 없지요? 하지만 사실 쿠마리는 무표정에 별 제스처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어린애가 사람들이 줄줄이 줄서서 허구헌날 자기 발 만지작거리는데 뭔 감흥이 있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쿠마리의 무반응-무표정을 “소원을 이룰 것이니라”로 좋게, 편하게 해석해요. 재밌구먼.


(2) 박근혜의 발

쿠마리가 네팔에서 가장 소중한 발을 갖고 있다면, 박근혜는 한국에서 가장 소중한 발을 갖고 있어요. 근데 박근혜의 그 귀하신 발에 문제가 생겼대요. 왼쪽 발가락을 다쳤대요. 그래서 재판출석도 못한대요. 박근혜를 가둬두고 있는 서울구치소는 난리가 났어요. ‘박근혜 긴급 병원이송’ 연습도 했대요. 참나, 별거 다하는구먼.

발가락은 왜 다쳤느냐, 사실 왼쪽 발가락과 박근혜는 서로 사이가 안좋았어요. 왼쪽 발가락이 좌파였기 때문이에요. 좌파 싫어하는 박근혜는 얼마전 이성을 잃고 왼쪽 발가락을 확 꼬집었어요. 발가락은 “이런 싸가지 없는 전직 공주를 봤나. 싸가지도 공주급이구먼!” 하면서 화를 냈어요. 좌파 발가락은 그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박근혜를 괴롭혔어요. “박근혜한테 더 이상 수모를 주면 안된다”고 만들어진 우익단체 ''박수모''는 박근혜에게 “좌파 발가락과 결별하라”고 요구했어요. 아참, 재판에 출석해 삼성 이재용과의 미팅을 학수고대하던 박근혜는 발가락 때문에 결국 나가지 못했어요. 섭섭해라.

얘기를 꾸며내고 조작하긴 했는데 결과물이 좀 어색하고 이상허구먼유. 더위 먹었나뷰. 자숙과 성찰의 시간 갖겠슈.

쿠마리

힌두교 고대 여신 탈레주의 현신. 살아 있는 여신이자 발을 소중히 여기는 여신. 축제가 시작되면 네팔 왕이 가장 먼저 무릎꿇고 발에 뽀뽀.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처녀를 뜻하는 카우마리아에서 유래. 네팔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은 어린 여자애’ 정도로 사용. 꼬마여신은 초경과 함께 자격 상실. 상처로 피가 나도 부정탔다는 이유로 자격 상실. 무좀이 심해도 피 날 정도로 긁으면 안된단 얘기구먼.

쿠마리의 메이크업과 코스튬

초강력 메이크업 선호. 이마 한가운데는 눈 모양을 그려넣음. 화려한 머리 장식. 올림머리는 비선호. 옷은 빨갱이.

복수의 쿠마리

무슨 앙갚음을 한다는 게 아니고, 네팔에는 대여섯 명의 쿠마리가 있음. 그중 카트만두 왕실의 쿠마리가 가장 강력.

쿠마리 선발

쿠마리 선발은 1757년부터 시작. 후보는 4~7세 여아. 예지력, 평온함, 두려움 있는지 체크. 32가지 외모 심사 거침. 소라고둥 닮은 목, 소 닮은 속눈썹, 사슴 같은 허벅지, 사자 같은 가슴, 오리처럼 분명한 목소리, 아주 검은 머리카락, 작은 손발.... 헉헉. 이란 등등의 이유 때문에 ‘인권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음. 네팔 대법원은 2006년 쿠마리 풍습이 여아의 인권을 침해하는지 조사하라고 명령한 바 있음.

쿠마리미

쿠마리미는 쿠마리 시중드는 사람들. 근혜니미는 근혜 시중들던 사람들.

탈레주

옛날, 인간 괴롭히던 악귀들 물리친 여전사. 싸움 열흘만에 악귀들을 밟아버림. 네팔인들은 가을에 탈레주 모시는 ‘다사인 축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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