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침묵귀신 앙게로나

로마에 사는 앙게로나는 입을 붕대로 틀어막고 사는 침묵 귀신이에요. 삶의 모토가 “아가리 닥치고 살자! 주둥이 닫고 살자!”에요. 무조건 아닥하고 침묵을 지키는 존재에요. 입이 전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귀신이에요. 애에 관한 어떤 글을 보면 ‘침묵 요구 의지’(will of requesting silence)라는 표현까지 나와요. 그러니까 천성이 아니라, 지 의지로 아닥하고 지 결심으로 침묵한다는 거에요.

이 귀신,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오로지 ‘침묵 요구 의지’로 주둥이에 밴디지까지 하고 있으니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그래서 그런가, 애의 또다른 이름은 고통의 여귀이기도 해요. 그건 그렇고 요즘 로마 날씨는 어떤가 모르겄네.

(2) 땀띠귀신 안철수

‘안철수+침묵’으로 기사검색해보면 줄줄이에요. 최근치 기사만 몇 개 보겠어요. “안철수의 침묵, ''금''이 아닌 ''독''인 이유.... 왜 안철수는 아직도 침묵하고 있나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당시 국민의당에서 조작 파일에 대한 검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검사, 변호사, 기자 출신 인사가 수두룩한 공당이 일개 평당원에게...”(오마이뉴스) “안철수 전 대표의 긴 침묵은 13일째 이어지고 있다. 안 전 대표와 취재진의 숨바꼭질도 지난달 말부터 계속되고 있다.”(중앙SUNDAY) “‘남의 집 불구경?’… 길어지는 안철수의 침묵”(쿠키뉴스), 헉헉.

안철수가 십수일째 침묵하고 있어요. 침묵의 귀신이 돼있어요. ‘침묵 요구 의지’가 참으로 가상해요. 이 더운 날씨에 붕대로 입을 틀어막고 있어요. 지지자들은 안철수 입에 땀띠날까 걱정하고 있어요. 발바닥에 땀나게 뚜벅이 유세하실 때도, 발바닥에 땀띠날까 지지자들이 걱정 많이 했어요. 여보슈, 침묵정치 땀띠정치 그만 하셔. 그러다 땀띠귀신 되면 어쩌시려구 그려.

붕대녀 앙게로나

사실 나쁜애는 아니에요. 겨울 오고, 세상 삼라만상과 인간들이 추위 때문에 힘겨워하면 도와주기도 해요. 겨울 가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로마인들은 신년(新年)의 여신으로 모셨어요. 따뜻한 봄햇볕 기다리며 ‘되돌아 올 태양’의 여신으로도 모셨어요. 포괄적으로는, 고통과 슬픔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주기도 해요. 어? 애 이름 앞부분 Anger-와 angor(고통)가 어원학상 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팩트체크는 안해봤슈. 하여간 이런저런 선행으로, 앙게로나는 주둥이에 괴상한 붕대질을 했을망정 로마인들의 사랑을 받았어요. 그리하여 마침내 출세도 했어요. 로마의 수호여신 자리에까지 올랐어요. ‘도시의 성스러운 이름을 지키는 존재’도 됐어요. 다 선행과 노력의 대가에요. 디발리아는 앙게로나 기념축제. 매년 12월 21일(동지)에 열렸음. 제사장은 성전에서 그녀에게 희생제물을 바쳤음.

마스크녀 이유미

“''제보조작'' 이유미 檢 출석… 조작지시 여부에 ''침묵'' 일관”(뉴스1), “이유미, "안철수도 조작 알고 있었느냐" 질문에 침묵”(MBN), “취업 특혜의혹 조작 이유미 영장실질심사… 묵묵부답 일관”(세계일보), “영장심사 출석 이유미, 취재진에 묵묵부답”(노컷뉴스), 헉헉. 붕대가 없어 마스크를 했던 이유미. 마스크를 떼내고 입을 열었어요. 혼자 나쁜짓 한 거 아니래요. 사실 이유미는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카이스트 들어가고, 박근혜 옆에도 앉아보고, 안철수 애제자겸 측근도 돼봤어요. 문제는, 이 친구는 기본적으로 노력의 방향과 컨셉이 잘못돼 있어. 박근혜 덕, 안철수 덕, 누구 덕으로 권력의 부스러기를 주워먹으려는 행태가 대단히 많이 엿보여. 하여간 이유미 덕에 군불의당은 대선기간 내내 ‘문준용 취업 의혹’ 장사를 신나게 해먹었어. 그걸 군불삼아 큰불을 내보려 온갖 술수를 다 부렸어. 이유미는 그때 구원투수같은 심지어 메시아같은 존재감을 드러냈을 거에요. 만약에.... 안철수가 당선되고 군불의당이 여당이 됐다면 이유미는 봄을 가져다 둔 여신이 됐을 거에요. 고통과 슬픔에 쩔어있던 국물의당의 구원투수로 기록됐을 거에요. 뭐 결과적으로는 국물의당에 똥국물만 퍼먹인 꼴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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