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모녀가 살고 있었어요. 모녀는 너무도 가난해 굶기를 밥먹듯 했어요. 어느날 딸아이는 바닥에 뭐 먹을 거라도 떨어져 있나싶어 숲을 헤매고 있었어요. “시방 여기서 뭐하는겨?” 어디선가 나타난 할머니가 말을 시켰어요. “배 고파요....” 할머니는 소녀를 측은해 하며 냄비를 하나 주었어요. “쯧쯧, 이거 받어. 마술냄비여. 허기질 때 냄비헌티 ‘죽 쒀라, 뚝딱’ 하면 죽이 나올껴. 냄비가 먹을만치 주면 ‘죽 그만, 뚝딱’ 하거라. 죽 쒀서 개 주지 말고.”

딸아이는 집에 돌아와 ‘죽 쒀라, 뚝딱’으로 엄마와 함께 배불리 먹는 삶을 시작했어요. 먹을만큼 먹고나면 딸아이는 잊지 않고 냄비한테 ‘죽 그만, 뚝딱’이라고 말했어요. 모녀는 하루가 다르게 통통해졌어요. 특히 엄마는 뱃살이 장난 아니게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행복했어요.

어느날, 딸아이가 마을 밖으로 볼일보러 나갔어요. 딸이 나가고 얼마뒤 엄마는 시장기를 느꼈어요. 마술냄비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엄마는 냄비한테 ‘죽 쒀라, 뚝딱’을 날렸어요. 한 냄비 뚝딱 했지만 더 먹고싶은 마음에 ‘죽 그만, 뚝딱’을 날리지 않았어요. 먹고, 또 먹고, 계속 먹고.... 엄마는 배가 터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죽 그만, 뚝딱’을 날리기로 했어요.

아이고, 큰일났어요. 냄비에서는 죽이 쉴새없이 넘쳐 흐르고 있는데 엄마는 ‘죽 그만, 뚝딱’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집은 순식간에 죽으로 가득 찼어요. 죽은 집밖으로 흘러나가 길을 덮었어요. 이를 어쩐디야. 마침내 마을 전체가 죽에 잠겨버릴 지경이 됐어요. 마을사람들은 죽 홍수를 피해 허둥지둥 마을 밖으로 피신했어요. 이제 마을에는 딱 집 한 채만 남기고 다 잠겼어요. 산꼭대기에서 그꼴을 보고 있던 할머니가 중얼거렸어요. “쯧쯧, 어리석은 것들.... 죽 쒀서 개나 줘라.”

우리 모두, 정말 어렵사리 죽 한 냄비를 끓여 냈어요. 촛불로 힘겹게 끓여낸 죽이에요. 싸움 끝이라, 이명박과 박근혜한테 시달린 끝이라 우리 모두 배가 고파요. 먹어야지요. 하지만 천천히, 기다리며, 신중하게 죽과 냄비를 다뤘으면 좋겠어요. 할머니 마음 헤아려가며....

뒷얘기

“이게 웬일이랴!” 마을로 돌아온 딸아이는 기가 막혔어요. 딸을 발견한 엄마는 샤우팅을 시작했어요. “딸아, 죽 멈추는 주문이 뭐랴? 죽멈춰 뚝딱? 죽정지 뚝딱? 죽을래 뚝딱?” 딸아이는 온힘을 다해 소리 질렀어요. “죽 그마안, 뚜욱따악!” 냄비는 그제서야 죽 생산을 멈췄어요. 엄마와 마을사람들은 집에 돌아가기 위해 죽을 먹어 치워야 했어요. 마을로 가는 길을 덮고 있는 죽, 마을을 가득 채운 죽을 다 먹어야 했어요. 그림형제 이야기.

“죽 쒀서 개 주지 말자” 동영상

뉴스타파(http://newstapa.org) 대선특집 : 촛불 2017 “죽 쒀서 X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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