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국 암탉과 병아리들

옛날, 태국 어느 시골마을에 암탉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암탉은 병아리 일곱 마리와 행복하게 살았어요. 암탉은 행복한 와중에도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어요. 자신들을 키우는 가난한 노부부가 가끔 속이 헛헛해지면 침을 흘렸기 때문이에요. 암탉은 모성애가 강했기 때문에, 새끼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기 때문에 오래오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여기저기 태국 관광지를 주로 떠돌던 걸식승이 웬일로 노부부의 시골집을 찾아왔어요. “아니, 하필이면 우리집에....” 노부부는 크게 당황했어요. 마음만 풍족했던 가난한 노부부는 걸식승에게 줄 마땅한 음식이 없었어요. “영감, 어쩐대요?” “그러게 말여.” “잡을까요?” “흐음, 할 수 없지.” “그럼 불부텀 피울게유.”

노부부는 암탉을 잡기로 한 거에요. 근데 노부부가 주고받는 말을 암탉이 우연히 듣고 말았어요. 암탉은 잠시 숲으로 도망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금방 포기했어요.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종이 저를 잡겠다는데 어쩌겠어요. 게다가 암탉한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새끼들이 있잖아요. 그것들을 두고 에미가 저 살겠다고 어떻게 도망칩니까.

암탉은 새끼들에게 유언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닭장으로 달려갔어요. “그만 삐약대고 다들 모여봐. 내 얘기 잘들어. 엄마는 이러저러해서 중놈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앞으로 나 없어도 사이좋게, 꿋꿋하게 살아야 한다. 뭐, 할머니 할아버지도 내가 반항하지 않고 얌전하게 중놈의 밥상에 오르면 니들을 잘 돌봐주겠지....” 어미의 유언을 들은 병아리들은 울음을 터뜨렸어요. “삐약삐약.... 엉엉.”

닭가족 전원이 병아리눈물만큼도 눈물을 흘리지 못했을 때, 노부부가 칼을 들고 닭장에 나타났어요. "나 떨고 있니...." 어미닭은 그러면서도 의연하려 노력했어요. 새끼들은 어미의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 했어요. 노부부는 잡은 어미닭의 털을 그슬리기 위해 미리 피워둔 불 속으로 던져 넣었어요. (근데 밑에 그림을 보니 털을 미리 뽑아뒀네. 어떤 태국 화가 실수인 듯.)

“삐약삐약! 엄마! 엉엉엉! 우리도 엄마랑 같이 갈래! 우리는 운명공동체!” 닭털 타는 냄새가 퍼지기도 전, 병아리들도 앞다퉈 불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너무도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노부부는 그냥 망연자실할 뿐이었어요.

“오오, 놀랍도다. 어미닭의 모성애와 새끼들의 사랑이 불보다 뜨겁구나.” 어미닭과 일곱 병아리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던 신은 크게 감동받았어요. 신은 병아리들은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주기 위해 하늘나라로 올려보냈어요. 병아리들은 거기서 플레이아데스의 일곱 별이 되어 영원히 살게 되었어요. 태국 사람들은 그 별들을 ‘병아리 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어미닭만 억울하다구요? 맞아요. 근데 플레이아데스의 별은 모두 일곱 개밖에 안되거든요. 그래서 다른 이야기에서는 병아리가 여섯 마리만 나오기도 해요. 엄마 자리도 하나 만들어주려고요. 태국 사람들 머리 좋구먼. 하여간 그날 이후, 태국에는 병아리 새끼들에 대한 어미닭의 모성과 사랑을 칭송하는 닭사모, 친닭단체 등이 503개나 생겼어요. 정치인, 공무원들도 모두 친닭을 내세워요. 친닭 아니면 똥배지도 못달고 면서기도 못한대요.

(2) 한국 암탉과 병아리들

옛날, 한국 삼성동에 암탉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숨어사는 와중에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어요. 길거리에 나선 개돼지들이 자꾸 뭐라고 떠들어대서 두려웠어요. 누가 와서 잡아갈까봐 걱정이 태산이었어요. 자신은 물론 병아리들까지 다칠까봐 걱정이었어요. 그래도 암탉은 병아리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기 때문에 오래오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과연 어느날 어떤 사람들이 암탉을 잡아가겠다고 삼성동에 나타났어요. 암탉의 일곱 병아리들도 어디선가 나타나 삐약거렸어요. 최경환, 윤상현, 이완영, 유기준, 조원진 등이었어요. 암탉이 “나 때문에 미안하다”고 하자, 병아리들은 “건강 지키시라, 힘 내시라”고 위로했어요. 한겨레신문은 이날 암탉과 병아리들의 이별을 슬퍼하며 〈‘폐족’ 운명 처한 7인의 친박, 삼성동에서 ‘마지막 배웅’〉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어요.

사실 암탉은 일곱 마리 병아리 외에도 셀 수없이 많은 병아리들을 키우고 있었어요. 하지만 암탉도, 그 어떤 병아리도 밤하늘의 스타가 되지는 못했어요. 그들은 그냥 그렇게 살다 한낱 닭똥별이 되었어요. 503개나 있던 닭사모, 친닭단체도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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