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스칸디나비아의 어느 마을에 목사 부부가 살고 있었어요. 근데 목사 부인은 아이가 생길까봐 늘 걱정이었어요. 신자들의 헌금도, 남편의 수입도 시원찮았어요. 교회와 목사는 경제공동체였지만 살림은 늘 쪼들렸어요. 마침내 부인은 무출산을 결심했어요. 결심하고 나니 임신 공포증이 심해졌어요. 남편은 그것도 모르고 밤만 되면 애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목사 부인은 밤낮없이 고민하다 마녀를 찾아가 상담했어요.

“애를.... 정말이여? 죄 지으면 벌 받을지도 모르는디?” 그러면서도 마녀는 목사 부인에게 돌맹이 일곱 개를 내주었어요. 그걸 우물에 빠뜨리면 애가 생기지 않는다는 거에요. 부인은 마녀가 시키는대로 했어요. 근데 이상한 일도 다 있지. 우물에 돌맹이를 빠뜨릴 때마다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부인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뭘 의미하는지 짐작했지만 모른체 했어요.

그날 밤이었어요. 목사 부부는 교회마당을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즐기고 있었어요. “달이 아주 밝구먼.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호호, 보름달이 떴네요.” 부부는 달빛을 받으며 계속 어슬렁거렸어요. “어? 당신 그림자가 없네!” 문득 땅바닥을 내려다본 목사는 깜짝 놀랐어요. 아내는 있는데 아내의 그림자가 없는 거에요. “당신, 무슨 죄를 지은게 틀림없군. 죄가 13 가지는 될 거야. 고백해! 자백해! 인정해!” 부인은 잠시 박근혜처럼 무조건 부인할까, 모르쇠 부인이 될까 망설였어요. 결국 자백만이 살길이란 생각에 용서를 구하며 다 털어놨어요. "용서 못해!" 남편이 소리 질렀어요.

남편한테 뭐라 하지 마세요. ''죄가 밉지 사람이 밉냐’ 어쩌구는 사실 다 개구라에요. 죄 지은게 그 여자인데, 어떻게 그 여자랑 그 여자가 저지른 죄를 분리한대요. 그게 물리학적으로, 화학적으로, 정신분석학적으로 가능한 얘기냐구요. 목사도 아내를 미워하게 됐어요. “이런 빌어먹을 마누라. 그렇게 일곱 아이를 우물에 빠뜨렸군. 당신은 저주받을 거야. 신이 당신을 용서할 때까지 나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어. 신이 용서하면 기적이 일어나 우리집 슬레이트 지붕에서 꽃이 피겠지!” 목사는 "죄가 미우니 사람도 밉다"며 마누라를 쫓아냈어요.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쫓겨나던 장면과는 사뭇 달랐어요. 마누라는 순순히 집을 나갔어요.

세월이 흘렀어요. 어느날 늙고 비루한 거지 노파가 목사관을 찾아왔어요. 거지 노파는 가정부에게 “하룻밤만 묵게 해주셔요. 먹을 것좀 주셔요.” 하고 사정했어요. 가정부는 불쌍한 마음에 먹을 것도 주고, 부엌 한편에 잠자리도 마련해주었어요.

다음날 아침. “어? 이게 뭐랴?” 목사는 부엌 바닥에 무슨 누더기 뭉치가 있는 걸 발견했어요. 눈곱을 떼고 자세히 보니 웬 노파였어요. 노파는 죽어 있었어요. “아니, 누구신디 하필 여기서....” 목사는 당황했어요. “목사니임!” 바로 그때 가정부가 부엌으로 우당탕탕 뛰어 들어왔어요. “목사님! 기적이 일어났어요! 슬레이트 지붕에 꽃이 피어났어요!”

목사도 놀라 부엌을 뛰쳐 나갔어요. 슬레이트 지붕을 올려다 보았어요. 과연 지붕에는 환한 꽃이 만발해 있었어요. 목사는 그제서야 노파가 아내임을 깨닫고 다시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오오, 마침내 신이 당신을 용서해주었구먼.” 목사는 눈물을 흘리며 죽은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었어요. 아내의 얼굴은 그제서야 평온해지는 것이었어요. 입가에는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어요. 죄를 용서받고 평화를 얻은 거에요.

후일담. 얼마 뒤 목사 부인의 편지가 발견됐어요. “닭부인에게. 나는 이제 천국 갈 준비로 경황이 없네만, 닭부인 보기가 딱해 몇자 적네. 닭부인은 청와대에서 쫓겨난 뒤로 매우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네. 엊그제 구속은 검찰수사의 정점이었네. 닭부인이 박-최 게이트의 정점에 있으니 도리 있겠는가. 닭부인은 간신과 친닭들의 ‘세월호 아이들 부모는 보상금 노리는 거지들’이라는 말을 믿었던 모양이네. 결국 거지 된 건 아우님 아닌가. 자네가 바다에 빠뜨린 아이들은 돌맹이가 아니네. 어거지 그만 부리고,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 사시게. 절망은 자네를 단련시키고 희망이 자네를 움직일 것이네. 인생은 결국 한 줌, 결국 한 점 아닌가. 삼성동 집 지붕에 꽃이 피길 하늘에서 기도하겠네. 이만 총총. - 13건의 금요일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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