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귀신-괴물들의 이야기에는 로키라는 사악한 놈이 꼭 나와요. 나쁜짓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놈이에요. 놈은 새끼 셋을 두었는데 모두 괴물이에요. 첫째는 괴물뱀, 둘째는 죽음의 여귀, 셋째는 괴물늑대였어요. 오늘의 ‘귀씻소’ 주인공은 셋째 늑대 펜리르에요.

(1) 늑대전

“동쪽 무쇠의 숲에 있는 한 노파가 새끼들을 낳았는디, 그중 한놈이 훗날 대왕신을 잡아먹을 것이여....” 샤먼의 예언이었어요. 뉴스를 들은 신들은 깜짝 놀랐어요. 신들은 늑대새끼를 차마 죽일 수는 없어, 그냥 데려다가 감시하면서 기르기로 했어요. 늑대는 하루가 다르게 덩치가 커졌어요. 놈의 성장판은 닫힐 줄을 몰랐어요. 신들은 놈의 성장을 지켜보며 몸을 떨었어요. 사실 놈은 제 애비 로키의 성정을 그대로 이어받은 놈이었어요. 하지만 놈은 제 본성을 숨기고 착한 척했어요.

놈이 착하고 순한 강아지 코스프레를 할수록 신들은 더 두려워졌어요. 신들은 놈을 묶어 놓기로 했어요. 신들은 살살 눈웃음치며 이렇게 접근했어요. “너 힘 세지? 한번 밧줄에 묶여 보겠니? 너라면 웬만한 밧줄은 끊어버릴 수 있을 거야.” 과연 늑대는 순순히 묶이더니 순식간에 끊어버렸어요. “우와, 정말 세네!” 신들은 칭찬하며 더 굵은 밧줄로 묶었어요. 늑대는 그것도 끊어버렸어요.

“큰일났다. 저놈 생각보다 강한데 어쩌지?” 신들은 대책회의를 열었어요. 결론은 “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끈을 만들어 놈을 묶어버리자”는 것이었어요. 당시 끈 업계에서는 난쟁이들이 최고였어요. 난쟁이들은 고양이 발자국 소리, 여자 수염, 산맥 뿌리, 물고기 숨결, 새 침뱉는 소리 등 초고가 재료로 명품 끈을 만들었어요. 아주 가느다란 끈이었어요.

“이 가느다란 끈을 한번 경험해보겠니?” 신들이 늑대를 살살 도발했어요. 하지만 늑대는 끈이 가늘었기 때문에 오히려 의심이 생겼어요. “마법끈 같은데.... 내가 못끊으면 풀어줄거야?” 늑대가 물었어요. “그럼, 그럼.” 신들이 대답했어요. “그럼 누가 내 아가리 속에 한쪽 팔을 집어넣고 묶어.” 전쟁신 티르가 그 조건을 받아들였어요.

물론 늑대는 끈을 끊을 수 없었어요. 화가 난 늑대는 물고 있던 티르의 한팔을 깨물어 삼켰어요. 티르는 외팔이가 되었어요. 늑대는 “나를 이렇게 엮을 수가 있느냐”고 난리를 쳤어요. 시끄러웠어요. 귀가 먹먹해진 신들은 늑대의 위턱과 아래턱을 꿰뚫는 칼을 박아 넣은 뒤 매달아버렸어요.

후일담을 간단정리하면, 늑대는 줄에 묶인 채 동동 매달려요. 늑대는 복수의 그날을 기다리며 힘든 나날을 보내요. 흐음, 얘기를 여기까지만 들으면 신들은 나쁜놈들이고, 늑대는 억울한 놈이에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늑대는 과연 예언대로 훗날 대왕신을 잡아먹어요. 그리곤 대왕신의 아들에게 죽어요.

(2) 공주전

대한민국에 어떤 독재자가 살고 있었어요. 독재자는 어느날 부하에게 배신당해 죽었어요. 독재자는 자식 셋을 두었는데 그중 딸 하나가 괴물공주였어요. 가짜뉴스에 따르면, 그때 여러 예언가들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어요. “저것이 훗날 대한민국 국민을 잡아먹을 것이여....”

공주는 한시절 숨어 지냈어요. 온국민이 아버지의 독재를 욕해도, 역사가들이 비판의 전기를 써도 참았어요. 하지만 공주는 은둔 중에 덩치를 키우고 있었어요. 공주의 성장을 돕는 세력들도 있었어요. 사악한 샤먼의 집안과 괴물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정신나간 무리들이었어요. 공주는 아버지의 못된 성정을 그대로 이어받은 존재였어요. 하지만 공주는 제 본성을 숨기고 착한 척했어요. 착한 이미지는 쌓이고 쌓여 재산이 됐어요. 공주는 어느날 여왕이 됐어요. 아버지처럼 독재를 했어요. 국민이 여왕자리에서 쫓아냈어요. 지은 죄가 굵직한 걸로만 13가지나 됐어요. 죄를 지으면 검찰이 미팅하자고 해요.

“너 힘 세지? 한번 밧줄에 묶여 보겠니? 너라면 웬만한 밧줄은 끊어버릴 수 있을 거야.” 검찰이 전 여왕에게 권했어요. “이까이꺼!” 전 여왕은 밧줄을 순식간에 끊어버렸어요. 특검이 더 굵은 밧줄을 권했어요. “이까이꺼!” 전 여왕은 그것도 끊어버렸어요. 다시 검찰이 나와 또다른 밧줄을 권했어요. 전 여왕은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요. 이번엔 “이까이꺼!”를 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고민하던 전 여왕은 검찰에게 하트를 날리며 애프터를 신청했어요. 검찰은 거절했어요. 이제 전 여왕은 “나를 이렇게 엮을 수가 있느냐”며 난리를 칠거에요. 친닭단체들도 난리칠 거에요. 시끄러울 것 같아요. 아마 귀가 먹먹해질 거에요. 얼러리, 원고 다쓰고 보니 정말 시끄러워졌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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