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라고 하지만 본질은 ‘박근혜 게이트’인 요즘 한국 게이트 기사를 열심히 찾아보고 있는 귀신이 있어요. 로마 귀신 얘기에 나오는 야누스죠. 애는 ‘처음과 끝’을 상징하는 두 얼굴의 귀신으로 알려져 있어요. 한 해의 처음을 여는 1월을 영어로 재뉴어리라고 하는데 애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애는 문이나 대문, 문간 따위를 상징하는 귀신이기도 해요. ‘게이트(gate, 문) 귀신’이니 한국의 게이트 기사를 열심히 읽을 수밖에요. 문고리 삼인방 어쩌고 하는 문 얘기도 계속 나오잖아요. 이래저래 야누스는 요즘 한국신문 애독자가 됐어요.

두 얼굴의 귀신 야누스는 며칠 전 두 얼굴의 박근혜 얘기를 실은 한국신문을 보게 됐어요. 보고 화가 났어요. “박근혜의 은은미소 얼굴, 그 미소 뒤에 감춰진 추악추잡 얼굴 두 얼굴이 국민을 돌게 만들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 말미에 “박근혜의 두 얼굴은 바로 야누스를 닮았다”고 쓴 거에요. 야누스 주장인즉슨 “박근혜나 나나 두 얼굴인 건 맞는데 내용 자체가 다르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인터뷰를 했어요.

동화작가 : 이름이 뭐?

야누스 : 야누스라고 하는데 원래 라틴어로는 야누아리우스라고 한다.

동화작가 : 어찌하여 두 얼굴의 귀신으로 불리나?

야누스 : 나는 전쟁과 평화, 닫힌 문과 열린 문의 귀신이기도 하다. 그런 양면성이 있어서 사람들이 나를 두 얼굴의 귀신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동화작가 : 문 얘기를 더해주라.

야누스 : 나는 문 관리 잘한다. 평화시에는 평화가 문밖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닫아둔다. 전시에는 싸움터에 나간 백성이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열어둔다.

동화작가 : 문의 귀신으로서 박근혜의 청와대 대문 관리방식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야누스 : 정말 정신나간 여자다. 최순실같은 여자한텐 청와대 대문을 활짝 열어주고, 국민한텐 안열어준다. 거꾸로 됐다. 문 삼인방은 또 뭐냐.

동화작가 : 문 삼인방 아니고 문고리 삼인방.

야누스 : 하여튼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여자가 그러면 안된다. 근데 내가 한 말 그대로 실을 수 있나? 박근혜 정권 들어 한국엔 언론자유가 없다던데?

동화작가 : 그래서 생긴게 자유언론실천재단이다. 우리 조직은 니가 한말 그대로 실어준다. 걱정말라.

야누스 : 고맙다. 촌지를 좀 주고 싶다.

동화작가 : 마음만 받겠다. 김영란법 때문에 못받는다.

이렇게 인터뷰가 끝났는데 야누스가 자기만큼 빅스타는 아니지만 시롤랄리라 불리는 변두리의 아줌마 문 귀신이 또 있다며 한번 만나보라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동화 써달라는 출판사 하나 없는 무명의 동화작가, 그래서 시간 펑펑 남아도는 동화작가는 그 귀신을 만나 또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구글을 뒤져 사전조사를 좀 해봤는데 변방의 귀신이라 그런지 써먹을 건 별로 없더라구요.

동화작가 : 우선 하시는 일부터.

시롤랄리 : 우정, 신뢰, 믿음, 환대, 호의, 선, 질서 등을 담당한다.

동화작가 : 좋은 일은 혼자 다 하시네. 야누스한테 문하고 무슨 관계가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시롤랄리 : 아, 내 상징이 바로 ‘열려있는 문’이다. 별일 없으면 문을 늘 열어둔다.

동화작가 : 문은 열고 닫고 하는건데 늘 열어두신다고?

시롤랄리 : 열려있는 문은 우정, 신뢰, 믿음, 환대, 호의를 뜻한다.

동화작가 : 박근혜가 최순실한테 청와대 대문을 활짝 열어준 건 어떻게 보나?

시롤랄리 : 박근혜가 호의를 갖고 최순실을 우정, 신뢰, 믿음으로 받아들였다고 해석한다. 쉬운 한국어로 말하면 “어솨요, 드루와”고 영어로 말하면 “순Siri, you''re welcome anytime."이란 었단 얘기지.

동화작가 : 지금 두 여자의 우정을 칭송하는건가?

시롤랄리 : 그럴 리가. 내 무기가 곤봉인데 조만간 한국 가서 휘두를 생각이다.

동화작가 : 누구 패려고?

시롤랄리 : 누군지 몰라서 묻냐?

동화작가 : 으음, 문 얘기를 더 듣고싶다.

시롤랄리 : 다시 말하건대 내가 문을 열어두는 건 우정과 믿음의 표시다. 고급스럽게 말하면 나의 열린 문은 ‘영광스런 미래로 안내하는 통과의 문’을 상징한다.

동화작가 : 구글을 뒤져보니 좀 미성숙한 아해들 그러니까 하플링*들을 거둬준다는 얘기가 있던데?

시롤랄리 : 내가 어른이니 아해들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거두고 있다.

동화작가 : 박근혜도 문고리 삼인방 같은 아해들 거뒀는데 비슷하다.

시롤랄리 : 나도 한국신문좀 봐서 아는데 그런 재수없는 비교는 하지말라. 기분 나쁘다. 인터뷰 그만 끝내자.

동화작가 : 죄송합니다. 말실수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사과 한 상자 보내드릴테니 사시는데나 좀 알려달라.

시롤랄리라 : 김영란법 때문에 사과 안받겠다. 그리고 내가 어디 사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귀신도 모른다. 그냥 신비주의로 살겠다.

이렇게 두 귀신의 인터뷰가 끝나고 다시 구글을 뒤져 시롤랄리의 거주지를 알아보려 했는데 결국 못찾았어요.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 초상화나 사진도 거의 없어요. 갖고 계신 분 보내주세요. 보답으로 사과 한 상자 보내드릴게요.

* 하플링(halfling) : 원래는 ‘미성숙한 남자아이’라는 뜻인데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에서는 꼬맹이 종족으로 출연해요.

* 검색어 : 박근혜 최순실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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