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각지역에는 온갖 귀신, 유령, 정령, 요정, 괴물, 괴수, 요괴, 요물, 마귀, 마녀 따위가 살고 있다. 이 존재들 중 일부는 이미 오래전 톱스타가 돼서 예술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그리스 신화와 북유렵 신화 속의 귀신, 괴물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귀신과 요물들이 ‘망가’와 ‘애니메’에 출연, 맹활약하고 있다. 우리가 이들 귀신들의 스토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결국 그것이 인간세상의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그 존재들의 오욕칠정이 결국 인간과 인간세상의 반영이며 패러디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 세계 각지역 귀신, 괴물들을 찾아 헤매고 있는 나는 언젠가부터 어떤 뉴스를 접하면 어떤 지역의 어떤 귀신 혹은 어떤 괴물이 자연스레 떠오르곤 한다. 예를 들면 요즘의 박근혜와 최순실 뉴스를 접하면 어떤 지역의 어떤 귀신, 괴물, 마녀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제 그 어른거리고 떠오르는 것들을 최근의 뉴스와 비비고 섞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엮어보려 한다. ‘귀씻소’의 첫 번째 주인공은 최순실 닮은 루마니아 마녀 무마 퍼두리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종종 “그 여자 참 못생겼네”라는 말을 “그 여자 참 무마 퍼두리 닮았네”라는 말로 대신해요. 젊은 여자보다는 주로 못생긴 할머니들을 대상으로하는 표현이죠. 한데 “무마 퍼두리 닮았다”는 단순히 외모나 스타일만 얘기하는게 아니에요. 심성이나 품성 따위까지 포함하죠. 우리가 심술맞은 사람을 일컬어 “놀부 닮았네”하는 것과 비슷해요.

무마 퍼두리는 루마니아에 사는 늙은 마녀죠. 무마 퍼두리는 ‘숲의 어머니’라는 뜻이니 이름은 참 아름답군요. 하지만 정체를 알고 나면 오만정이 다 떨어져요. 외모 추한 것이야 비난할 게 아니죠. 하는 짓이 추해요. 마녀는 아이들을 잡아다 종으로 부려먹어요. 가장 징그러운 소문은 ‘어린애를 산채로 끓여 먹거나 구워 먹는다’는 겁니다. 이런 마녀이니 아이들과 부모들에겐 극혐의 존재에요. 그래서 루마니아 말에는 “무마 퍼두리 닮았네”같은 혐오의 표현이 적지 않다고 해요.

루마니아 사람들은 숲을 거닐다 가끔 우는 척하는 마녀를 만난다지요. 이때 마녀에게 해코지 당하지 않으려면 “왜 우셔요?” 하고 물어봐야 해요. 마녀는 “아직도 배가 고파....”라고 대답한다네요. 그러므로 숲으로 피크닉 갈 때는 빈손으로 가지말고 마녀에게 뜯길 김밥 몇줄이라도 싸들고 가는게 안전해요. 삥 뜯은 김밥으로 배를 채운 마녀는 숲 근처 인가에 출몰, 사람들에게 “빗과 버터를 협찬해달라”는 협박도 해요. 역시 군말없이 내주는게 신상에 이롭죠. 거절하거나 ‘세 단어보다 많은 말’을 하면 목소리를 빼앗아 버려요. 세 단어라, 소통하는 대신 불통하겠다는 얘기죠. 아참, 빗과 버터는 마녀가 제 머리를 반짝반짝 빛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미용품이랍니다. 마녀도 여자잖아요.

요즘 루마니아 사람들은 한국여자 최순실에 대해 “무마 퍼두리 닮았다”고 말해요. 최순실, 참 추하고, 못생기고, 못나고, 지저분한 할머니죠. 무마 퍼두리와 쌍둥이처럼 닮은꼴이에요. 뭐가 닮았나는 전국민이 다 아는 얘기이니 초간단으로 정리할게요.

삥 뜯는 솜씨가 닮았어요. 최순실에게 당한 기업들이 한둘 아니죠. 규모도 김밥이나 버터 따위 저리 가라니 마녀 찜쩌먹을 솜씨죠. 최순실이 얼마나 오랜 세월 삥 뜯으며 치부해왔는지 이미 밝혀진 것만 해도 어마어마해요. 앞으로 또 얼마나 그 추악한 삥의 실체가 드러날지 아무도 모르죠. 요즘 검찰하는 꼴을 보면 결국 언론이 나서 그 전모를 밝혀내야 할 것 같아요.

무마 퍼두리는 사람 잡아다 종으로 부려먹는 악취미가 있는데 최순실도 그래요. 청와대 비서관들과 고위공무원들을 종으로 부려먹었어요. 총장과 교수, 교장과 교사들도 종처럼 부려먹었어요. 딸의 학점을 조작하고 출석일수를 조작했어요. 종들이 알아서 기었나봐요. 종 되기를 거부한 교수 한분은 학교도 안나오고 숙제도 안하는 최순실 딸에게 경고를 하니 “교수같지도 않고 이런 뭐 같은 게 다 있냐”라고 엄마가 막말을 했다네요. ‘이런 뭐 같은’ 교수님은 과연 얼마 뒤 지도교수직에서 쫓겨났다지요.

무마 퍼두리는 불과 세 단어보다 많은 말만 해도 목소리를 빼앗아 버리는 소통거절의 불통 마녀죠. 최순실은 대한민국의 모른 언론이 자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외국 어딘가에 숨어 찍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있다가 얼마전 귀국했어요. 하지만 최순실도 ‘세 단어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을 게 뻔해요. 검찰은 최순실이 최소 삼만 단어를 토해내게 해야 하는데 하는 꼴 보니 벌써 날샜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순실 입을 열려면 언론이 또 나서는 수밖에 없어요.

사족.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무마 퍼두리는 핸젤과 그레텔 혹은 유사 민담 속에 나오는 마녀 할망구의 조상인데 복수심이 강해요. 당했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보복하죠. 하지만 핸젤과 그레텔의 마지막 장면은 아이들의 승리, 마녀 패배에요. 아참, 아직 나이 예순인데 할머니 마녀에 빗대 최순실에게 좀 미안하네요. 하지만 옛날엔 50대만 돼도 노파 소리 들었어요. 억울해하지 마시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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