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다녀 온 박근혜가 신이 났다.
마치 동북아 외교의 키를 자기가 잡은 것처럼 기고만장이다.
'신외교'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언론은 박비어천가 부르기에 여념이 없다.
진보언론마저도 균형외교에 대한 기대가 넘쳐난다.
덕분에 모처럼 지지율이 치솟는다.
전승절 대중외교의 성과가 아니라 사실 이것, 국내에서의 지지율 상승이 중요하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균형외교

내치에서 최악의 무능을 드러내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외교에서 이를 만회해 보고자 "제발 중국에 좀 가게 허락해 달라"고 미국의 바지자락을 붙잡고 애걸복걸해 얻어낸 것이 박근혜의 전승절 행사 참석이다.
그 대가로 박 정권은 뭔가 더 크고 은밀한 것을 미국에 약속했을지도 모른다.
균형외교?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전승절 방중외교는 국내정치용 일회성 푸닥거리다.
대미종속외교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쭈~욱 계속될 것이다.
멀지도 않은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에서 그 사실이 재확인될 것이다.

허울만 좋은 3국 정상회담

중국은 G2로 미국과 맞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일본과 한국은 말이 좋아 미국의 동맹국이지 미국만 바라보는 넘버 투, 넘버 쓰리다.
박근혜는 자신의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제안을 시진핑이 받아 줬다고 좋아하지만, 시진핑은 그저 만나지 않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아 그러마고 한 것이다.
3국 정상회담 역시 각자 국내정치용일 뿐이다.
넘버 원 빼고 넘버 투, 쓰리와 아무리 얘기해 봤자 나와바리(구역) 다툼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시진핑 아닌 동네조폭들도 아는 사실이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6자회담, 최소한 (일본과 러시아를 뺀) 4자회담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동북아 평화의 기본은 남-북 문제, 미-중 문제다.
북한마저 배제한 채 한 중 일 3국이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우국영감들의 자가당착

천안문광장에서 막강한 전력을 과시한 중국군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일본군을 깨트린 항일승전군이다.
장개석의 국민당군을 몰아 낸 인민해방군이다.
급기야 인해전술로 북한 '괴뢰군'을 도와 한반도 통일을 방해한 중공군의 후신이다.
말하자면 종북좌빨의 근원적 군사력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몰라도 최소한 서북청년단급 우국 노인들은,
천안문 망루에 올라 중공군의 후예를 사열하는 박근혜에게 헤벌레 감격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김정은 대신 최룡해가 나온 사연

전승절 참여 자격을 전승국으로 한정짓는다면 북한과 러시아야말로 최고의 자격을 갖춘 나라다.
자격으로 따진다면 박근혜야말로 가장 부족하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남한 군대가 항일전쟁에 크게 힘을 보탠 적도 없고 지금도 전시작전권마저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여러 승전국이 ‘함께’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서 이번 전승절 행사를 기획한 것이 아니다.
자기 ‘혼자’ 전승의 영광을 독차지하고 국내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꼭 참석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격’이 아니라 ‘폼’이 기준이 될 때 시진핑은 누구를 옆에 놓고 싶었을까.
어리고 뚱뚱하고 볼품없는 트러블메이커 김정은일까, 한류의 나라 대통령일까.
그런 사정이 이심전심 전해져 북한은 김정은 대신 최룡해가 간 것이고, 국가원수 아닌 최는 그의 지위에 걸맞은 자리에서 열병식을 관람한 것일 뿐이다.

외교를 국익 아닌 자기 출세수단으로 삼는 외교 달인들

아무튼 윤병세가 한 건 크게 했다.
이걸로 윤병세는 최장수 외교장관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윤병세는 아무래도 외교적 능력보다 정치적 감각이 훨씬 더 뛰어난 듯하다.
그런데 반기문은 왜 갔지?
능수능란한 외교관들은 종종 ‘기름바른 뱀장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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