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계사 앞마당에서 인상깊은 시낭송회가 열렸다.
원래는 ''붓다로 살자''는 불교공부모임 월례회인데 회원 이광이의 모친 최봉희 시인을 특별 손님으로 모신 것이다.

올 78세인 최 시인은 최근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란 시집을 낸 바 있고, 내가 그 서평을 오마이뉴스에 쓴 인연이 있다.
서평을 쓰면서 언젠가 내가 광주에 내려가면 꼭 한 번 찾아 뵙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서울에서 뵙게 됐다.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는 베토벤이나 모짜르트가 음을 발명하거나 발견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주에 꽉 차 있는 음들이 음악가의 감정에 감응해 저절로 떠 오르는거지요. 음악가는 그저 그 음들을 악보에 적어 넣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악보에 따라 연주되는 음악을 듣고 감응하고 감동하는 거지요. 웅~ 하고 울리는 그 감응의 폭이 넓고 깊을 수록 위대한 음악가라는 말을 듣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가가 먼저 음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대상에 감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이 아니라 문자를 사용한다는 점만 다를 뿐 이지요. 여기 최 시인님이 세월호 참극에 바로 그렇게 감응하신 겁니다. 80년 광주항쟁 때 17살 난 아들을 둔 엄마의 ''단장의 슬픔''이 그대로 되살아 났던 겁니다. 그래서 그의 시가 비록 기록시라는 형식에 평이한 단어만으로 쓰여 졌을지라도 저는 그 시들을 읽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겁니다. 최봉희 시인은 그래서 제게 위대한 시인입니다."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아 마음 속에만 담아 두었다.

대신 뒷풀이 자리에서 최 시인과, 평소 멀리서 존경해 마지 않는 도법 스님과 어울려 흥겹게 한 잔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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