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겨레 대기자 곽병찬의 ‘향원익청’ <학봉 종택 인향만리> 칼럼을 통해 학봉 김성일의 진면목과 그의 후손들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됐다.

칼럼은 그의 집안(경북 의성)과 임진란 의병 제봉 고경명 장군 집안(전남 광주)사이에 대를 이은 아름다운 교류가 있었음도 덤으로 적고 있었다.
그 대목이 특히 가슴 뭉클했다.

지난 달 광주에 있는 고봉 기대승 선생의 월봉서원에서 하루 묵으면서는 그와 퇴계 이황 선생(안동) 간에 오고 간 격렬한 ‘사단칠정’ 논쟁과 그 과정에서 싹튼 두 분의 깊은 우정과 존경의 깊이를 현장에서 가늠해 보았다.
이 분들의 아름다운 교류에 있어 영호남의 구별이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은 이 분들이 각별히 훌륭해서가 아니다.

도대체 영남과 호남이 지금처럼 이렇게 등을 돌리고 지낼 이유 자체가 없는 것이다.
박정희가 처음 대선에서 윤보선과 붙었을 때는 호남에서 박정희의 표가 더 나왔을 정도다.
김대중이 가장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로 성장하자 그를 견제하기 위해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호남을 격리하고 차별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정희의 뒤를 이어 권력 찬탈에 나선 전두환은 공포분위기 조성을 위해 광주를 선택적으로 학살까지 했다.
그때 떠 돈 말이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사람들 씨를 말리려고 왔다.”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눈 것이 김일성과 이승만의 죄라면, 동서로 나눈 것은 명백히 박정희와 전두환의 죄다.
김일성과 이승만은 외세 탓이라도 하지만 박정희와 전두환은 오직 권력욕 밖에 없다.
민족의 죄인들이다.
이 와중에 호남에 웅크리고 앉아 제 잇속만을 챙기려는 자들에겐 무슨 죄목을 지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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