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가 권력이 막강했을 때엔 설사 명백한 국가(권력자나 공무원)의 잘못이더라도 민간영역에 그 책임을 떠 넘기고, 민간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제 국회에서는 삼성병원의 한 감염내과 과장이 메르스 확산과 관련, 삼성병원의 잘못을 질타하는 여야 의원들에 맞서 "우리 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가(방위체계)가 뚫린 것"이라고 당당히 주장했다.

민간은, 특히 삼성처럼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기업은 무조건 " 맞습니다. 저희가 잘못해서 이리 됐습니다."라며 정치권에 머리를 조아려야 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과 과장은 평택성모병원에서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정부가 즉각 전국의 병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삼성병원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메르스 감염자를 폐렴환자로만 여기고 받은 것이라는 얘기다.그렇다면 삼성병원은 오히려 국가의 무능.늑장 보건행정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

또 메르스를 처음 국내에 가져 온 최초 감염자가 밀입국이 아니라 공항을 통해 당당히 입국한 것이 맞다면 공항방역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 역시 국가가 뚫린 것이다.(그런데 이 심각한 공항방역문제는 아직까지도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사태 발생 후에도 감염병원 명단과 감염경로를 극구 비밀로 감추려던 정부의 태도를 보면 내과 의사의 지적대로 완전히 국가(방역체계)가 뚫렸을 뿐 아니라 어디가 얼마큼 뚫렸는 지도 모르는 한심한 상태가 한참이나 지속된 것이다.

물론 메르스가 삼성병원에서 확 번진 이유를 밝히고 앞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의학적 대처에 삼성병원같은 국내 최대 최고 수준 병원의 책임이 아주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왕의 발생과 확산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삼성병원 내과 의사의 발언이 책임회피나 전가를 노린 것이 아니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문제제기로 받아 들여야 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얼굴을 붉히며 "일개 내과 과장을..." 어쩌고 하며 국회 권위부터 걱정한 정진후 의원은 오만할 뿐 아니라 어리석다.

용기있는 일개 내과 과장 덕에 역병의 책임 소재가 더욱 분명해 진 것인데 야당 의원들이란 사람들이 엉뚱한 데서 봉창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국가에 뚫린 구멍은 메르스구멍 뿐 아니라 탄저균구멍도 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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