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힘 있는 자가 독식하고 군림하는 약육강식과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정통성과 정당성을 잃은 패악적 권력집단과 권력을 앞장세워 게걸스럽고 때로는 악랄하게 무한 탐욕을 실현해온 재벌이 중심이 된 기득권 체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나라의 근본이 뒤틀려 있는데 언론만 청정하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일부 언론은 이미 권력과 자본의 앞잡이 역할에서 벗어나 때로는 동반자로 때로는 훈육주임이 되어 기득권을 지키는 수호천사로서 세상사를 마음껏 재단하고 있다. 권력과 공모하여 국정원의 선거개입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총장을 한칼에 날려버릴 정도로 위세가 등등하다.

사적 자본에 종속된 대부분의 언론인은 한낱 기능인으로 전락했다. 먹고 살기 위해선 조직의 지시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자본의 종살이 신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언론환경에 처해 있다. 출세욕에 눈먼 일부 간부급들은 염치와 양심을 저버린 채 권력의 신임을 얻기 위한 자발적 충성경쟁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은 충성의 대가로 조직의 완장을 꿰어 차고는 일사분란하게 언로를 통제하며 여론을 왜곡하고 때로는 조작하여 비정상 사회를 지탱하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나마 공영방송 제도하의 언론인들은 같은 종살이래도 상황이 양호한 편이다. 불과 6-7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이긴 하지만 4대강을 비판하고 검찰의 패악을 고발하며 천안함의 의혹을 파헤치고자 나섰던 때가 있었다. 당연히 완장 찬 관료들의 강제진압에 맞서 기자총회, 피디총회를 열고 피켓시위를 하며 때론 제작거부에 나서면서까지 권력비판의 자유를 지켜내고자 싸웠던 이들이다.

급기야 2012년에는 MBC를 필두로 KBS, 연합뉴스, YTN 등이 짧게는 90여일 길게는 180일에 이르는 파업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되찾고자 했으나 철저히 진압된 후 지금은 ‘기레기’ 신세가 되어 기약 없이 훗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KBS에서는 세월호 국면에 힘입어 ‘청와대만을 바라보던’ 관제사장을 쫓아낸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사장 하나 쫓아낸다고 KBS가 크게 바뀌긴 어려운 구조다.

그렇다면 KBS는, 우리의 언론은, 어떻게 하면 바뀔 수 있는가? 단기적으론 권력이 바뀌고, 장기적으론 자본의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 상식과 진실이 존중받고 인간과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적 변화, 문화적 혁명이 있어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자각과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사회의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난 해 10월7일 동아투위 선배들이 40년을 지켜온 자유언론수호 투쟁정신을 이어받고자 언론현업단체, 시민단체, 대안언론단체 등이 힘을 모아 자유언론실천재단을 만들었다. 이제 겨우 집 한 칸 마련하여 첫걸음을 내딛었다. 길은 멀고 할 일은 태산이다.

재단이 해야 할 일은 언론자유를 위해 평생을 투쟁해온 선배들의 명예를 높이고 해직언론인들의 복직을 비롯, 권력과 자본에 빼앗긴 언론 자유를 되찾아오는 운동이다. 현업언론인들이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일, 교육 및 문화사업을 통해 자유언론의 정신을 전파하고 소통을 통해 깨어있는 시민들을 조직하는 일, 노동운동 및 여타 민주운동세력과 연대하여 언론을 통제하고 있는 정치권력을 바꿔내는 일들이 재단의 지향점이다.

재단은 현재 동아투위와 80해직언론인협의회, 그리고 언론노동운동에 몸담았던 언론인들이 결성한 새언론포럼의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연대 등 여타 언론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크고 작은 현안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다.

언론통제 사실이 드러난 이완구의 총리 지명을 저지하기 위한 3차례의 기자회견과 검찰 고발, 선데이 저널을 통해 폭로된 mbn의 불법적 광고영업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제반 활동 등을 함께 하면서 언론운동의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언론을 지망하는 60여명의 새내기 대학생들에 대한 3일간의 교육지원사업을 통해 뒤틀린 언론현실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언론에 대한 모색을 통해 기초적인 언론교육을 한 바 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6월 이후에는 지속적 프로그램으로 촬영과 편집 등 영상제작을 위한 실습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수료생들을 중심으로 동영상 제작단을 조직해 모바일을 통한 사회적 메시지를 생산하고자 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아직은 손이 부족하고 재원이 넉넉지 못해 △이명박근혜 시기의 부역 언론인 백서 발간 △자유언론과 민주주의를 위한 순회강연과 시국콘서트 △언론 무크지 발행 등 많은 사업들이 계획에 머물러 있다. 언론단체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 속에서 재단이 제 몫을 하고 언론자유가 회복되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게 되기를 천지신명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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