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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북풍 조작’을 적극 보도동아일보 대해부 5권 -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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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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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은 1998년 3월 5일자 동아일보 1면 머리에는「안기부 수뇌부서 북풍 조작」이라는 기사가 올랐다. 「본보 안기부 문건 단독 입수」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는 기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안기부 고위 간부들이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공작적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북풍(北風)’을 일으켰다는 주장과 관여자의 명단 및 역할 분담 등을 자세히 기록한 안기부 내부 문서를 4일 본보가 입수했다.
  「97, 12 대선 당시 북풍사업 관련 내용」이라는 이 3쪽 짜리 문서에는 3급 이상 고위간부 24명의 명단과 대선 당시 한나라당 측에 줄을 댄 간부 6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와 관련, 이종찬 신임 안기부장은 이날 “월북한 전 천도교 교령 오익제 씨 사건 등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북풍을 이용한 배후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밝혀 안기부 내에서 ‘북풍 공작’을 한 사실이 있었음을 뒷받침 했다.
  이 부장은 이어 “현재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며 앞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관련자를 사법처리하거나 문책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
  ‘북풍 문건’의 대부분은 대선 당시의 북풍 공작은 안기부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특히 고위간부 P 씨가 지휘를 하고 L, L, Y, K, N, S 씨 등이 업무를 나눠 관여했다는 내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
  N 씨의 경우는 북한 고위층을 알고 있는 재미교포 Y 씨를 사주, 중국과 일본에서 “DJ는 북한 고위층과 연결돼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도록 종용하는 ‘비인가 공작’을 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또 이 문건은 C 씨가 김대중 후보를 비난해온 모 월간지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고 기록했다.


‘북풍 철저히 규명하라’

1997년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을 당선시키려고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김대중을 낙선시키기 위한 ‘북풍 공작’을 벌였다는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김종필 총리 인준’에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던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대형 악재임이 분명했다.

동아일보는 3월 7일자 3면에「‘북풍’ 철저 규명을」이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 문건에 따르면 공작 시나리오는 선거 전 상황에 맞추어 1단계부터 3단계까지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짜여졌다. 안기부 대공실장이 검찰 기자실에 가 발표한 것이나 안기부 간부 출신인 한나라당 의원이 김 후보의 색깔 시비를 편 것 등이 모두 공작 시나리오에 포함돼 있다. 직무 특성상 신원이 베일에 가려 있어야 할 안기부 대공실장이 보도진 앞에 선 것부터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그 당시 나왔었다.
  사실이라면 예삿일이 아니다. 국가정보기관이 대통령 선거전을 공작 대상으로 삼았다는 문건 내용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공작의 실체와 의혹이 제기된 안기부 간부 및 정치인의 배후 연루 여부를 엄정히 가려내야 한다. 정보를 독점한 국가 안보기관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고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색깔 시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도 그렇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안기부 상층부까지 확대될 경우 파장이 너무 커질 것을 우려해 안기부 자체 조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한 발 물러서는 듯한 인상이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정치권 인사가 연루돼 있다는 것 등 어떤 이유도 수사에서 고려 요인이 될 수 없다. 안기부의 정치공작 의혹을 규명하는 일은 왜곡된 정치사를 바로잡고 앞으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피해 갈 수 없다. (·····)
  이번 사건의 여파로 안기부는 조직과 인사, 그 기능의 대대적 개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정치에 초연하고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견인차로 다시 태어나는 안기부를 보고 싶은 것이 국민적 희망이다. 안기부의 본래 임무는 국내 사찰이나 정치공작이 아니다. 국제시장의 경제통상 동향을 파악하는 국가정보기관이 필수적임은 이번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서도 입증됐다. 안기부가 작지만 정예화된 정치적 중립의 국가정보기관상을 확립하도록 환골탈태하기 바란다.

동아일보가 3월 5일자에 「안기부 수뇌부서 북풍 조작」이라는 기사를 내보낸 데 이어 한겨레 3월 9일자 1면 머리에는 「안기부 ‘북풍’ 언론 공작」이라는 기사가 「본사, 내부 문건 단독 입수」라는 부제와 함께 나왔다.

  국가안전기획부가 지난 대선 때 오익제 편지사건을 계기로 한나라당 조직을 활용해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의 사상 의혹을 전파하고, 텔레비전 토론과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찬조연설에도 오익제 편지의 내용을 집중 부각하도록 시도했던 사실이 8일 밝혀졌다. (·····)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안기부 내부 문건 「오익제 편지 사건 언론 보도 실태 및 후속 대책」(97년 12월 7일 작성)에서, 안기부는 자체 조직은 물론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 조직까지 활용해 김대중 후보의 용공 의혹을 제기하고, 언론에 관련 기삿거리를 계속 제공해 쟁점화하도록 하는 치밀한 공작 대책을 마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건은 “언론이 ㅈ 일보를 제외하고는 오익제 사건에 중립적 논조를 보여 김대중(후보) 이미지 저상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어 쟁점을 지속시킬 후 후속 대책 마련이 긴요”하다는 전제 아래 ‘보도 실태’ 분석과 ‘평가 및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다.

‘북풍 공작’ 의혹에 관해 조선일보는 동아일보·한겨레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3월 19일자 사설(「세 후보 측 제각기 뛰었나」)에 그런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른바 「이대성 파일」의 일부 내용이 밝혀지면서 작년 대선 기간 동안 이회창·김대중·이인제 세 후보 측이 북측과 접촉한 의혹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안기부의 북한 이용 대선 개입 의혹과는 별개의 사항으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대선 후보로 나선 각 당 후보 측근들이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측에 매달려 상대방에 흠집을 내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나라가 온전한 나라인가를 의심케 한다. 대선 기간 동안 북한 공작원들이 북경에 진치고 앉아 우리의 대선을 떡 주무르듯이 요리했다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세 후보 측 의혹의 핵심은 한나라당의 경우 정재문 의원의 돈 전달 여부, 국민회의의 경우 북풍 등으로 북이 대선에 개입하지 않으면 당선 후 보답을 하겠다는 약속을 한지의 여부, 국민신당은 북측의 상호협력 제의에 응했는지 여부이다.
  보도에 의하면 정 의원은 북경에서 안병수 북한 조평통 위원장 대리를 만나 “어떤 방법으로든 김대중을 쳐 주면 돈으로 보답하겠다”면서 3백60만 달러 정도가 든 가방을 건넸다는 것이다. 또 국민회의의 경우 김대중 후보 측근이 북한 공작원을 만나 북측이 대선에 개입하지 않으면 당선 후 북측이 원하는 연방제 통일방안을 받아들이고 집권 기간 중 북한이 원하는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국민신당에서는 이인제 후보 측근이 안병수를 만나 북측과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이산가족 방북 문제를 북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이들 문제에 대해 각 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재문 의원은 안병수를 만난 것은 사실이나 대선 개입 부탁은 물론 돈을 준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며,국민회의도 그러한 제의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신당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구속된 안기부 요원의 석방을 청와대에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전체 정치권과 북한 공작부서와의 관계가 밝혀져 정치권과 남북 문제에 크나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우려가 높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사직당국은 수사를 해서라도 각 당이 받고 있는 이들 의혹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 북한과 ‘뒷거래’를 하려고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런 행위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동아일보는3월 20일자 1면 머리에 사정당국이 전 안기부장 권영해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은 데 이어 21일자 1면에 검찰이 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권영해를 구속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안기부의 북풍공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20일 권영해 전 안기부장을 서울지검으로 소환, 밤샘 조사한 결과 권 전 부장이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비방한 윤홍준(31) 씨의 기자회견을 배후에서 직접 지휘한 사실을 밝혀 냈다. (·····)
  권 전 부장은 지난해 12월 대선 직전 이대성 전 안기부 해외조사실장에게 윤 씨의 기자회견을 지시하는 문건과 5만 달러를 넣은 봉투를 건네줬으며 기자회견을 마친 뒤인 12월 23일 20만 달러를 이 전 실장에게 추가로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 전 부장이 25만 달러를 안기부 공금에서 불법으로 인출한 사실을 확인, 공금유용 혐의를 추가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권영해 자해 사건’과 여야의 극한 대립

‘북풍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서울지검에서 밤샘 조사를 받던 권영해가 3월 21일 오전 4시 40분께 흉기로 할복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취재진의 눈을 피해 수감자 통로와 마약혐의자 조사실을 거쳐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에 도착한 시간은 20일 오후 3시 45분경. (·····)
  밤 9시경, 권 전 부장은 수사진에게 “예배를 볼 수 있게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 수사관 1명만 조사실에 남았다.
  권 전 부장의 변호인단에 따르면 권 전 부장은 가방에서 성경책을 꺼내다 길이 10cm 가량의 문구용 칼날을 우연히 발견했다. 권 전 부장은 성경책과 함께 칼날을 집어 웃옷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1차 조사가 끝날 무렵인 21일 오전 4시경, 자신의 진술조서를 읽어본 권 전 부장은 일부 진술 내용의 수정을 요구했다.
  오전 4시 40분, 권 전 부장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약 5분 후, 화장실에서 신음소리가 새나왔다. 곧바로 변기의 들통 뚜껑과 세면대가 부딪히는 파열음이 들렸다.
  수사관이 화장실 문을 열자 권 전 부장은 배를 움켜잡은 채 넘어져 있었고 화장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동아일보 3월 23일자 5면).

권영해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는데, 생명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일보는 3월 23일자 1면 머리에 「권영해 씨 조사 중 자해 / 여야 사활 건 정쟁 유발」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북풍 비밀문건’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권영해 전 안기부장의 자해사건을 계기로 신여권과 구여권 간의 사활을 건 정쟁의 양상으로 변모됐다.
  특히 한나라당은 22일 비밀문서 내용 중 국민회의 관련 부분에 대해 ‘조작’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문건 공개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서 북풍 사태에 따른 여야 관계는 새로운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맞서 국민회의는 권 전 부장의 자해를 일단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규정, 윤홍준 씨 기자회견 등 북풍 공작의 실체 규명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이 기사와 같은 날짜 동아일보 3면에는「권영해 씨의 자해」라는 사설이 올랐다.

  (···) 사건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자살 기도였는지, 충동적인 일이었는지, 계산된 행위였는지도 엇갈린다. 그러나 동기와 배경이 어떻든 권 씨의 행동은 국가정보기관의 최고책임자를 지낸 사람으로서 떳떳하지 못했다. 자신이 관련된 여러 혐의에 대해 사실은 사실대로, 사실과 다르다면 다른 대로 국가와 역사 앞에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처분을 수용하는 것이 공인다운 자세다. (·····)
  권 씨 사건으로 ‘북풍 의혹’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다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권은 ‘수구세력의 저항’에, 야당은 ‘정치보복적 수사’에 초점을 맞추며 새롭게 대치하고 있다. 그러나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북풍 회오리’를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권은 과잉 대응을 자제하고 진상 규명이 차분히 마무리되도록 협조해야 옳다. 수사당국은 정치적 고려를 철저히 배제한 바탕에서 실체적 진실을 신속하게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수사 자체도 언젠가 재규명의 도마에 오를지 모른다.
  지금 국정의 최우선 과제는 국력을 모아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북풍 의혹’은 남김없이 밝히되 그것이 정치 불안과 경제 위기를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 정치권의 신중한 접근과 수사당국의 엄정한 자세를 거듭 촉구한다.

대통령 김대중은 취임 한 달을 맞은 3월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풍 사건에 일부 정치인들의 연루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죄질에 따라 다룰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단순히 국내정치 차원인지 북한과 내통한 것인지가 문제이기 때문에 진실을 알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안기부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북한 또는 남북관계를 이용해 야당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공작”이라고 규정하고 안기부와 검찰 등 수사기관에 엄정한 진실 규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
  한편 안기부는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8월 안기부 전직 수뇌부와 한나라당 핵심인사들이 수 차례에 걸쳐 협의했다는 내용의 내부 문서를 찾아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이 문건과 관련, “안기부와 한나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측근인사가 관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동아일보 3월 25일자 1면).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4월 2일 권영해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서울지법 형사합의26부는 2000년  12월 11일 그가 “적극적으로 직무를 유기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권영해는 그 뒤 항소심에서 같은 판결을 받고 2003년 9월 대법원의 상고심에서도 무죄가 확정되었다. 김대중 정권 초기 한 달 남짓 동안 정치권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북풍 공작’ 의혹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김대중 정권 초기에 동아일보가 ‘북풍 공작’ 사건을 단독으로 보도한 뒤 끈질기게 후속 보도와 논평을 한 것은 처음부터 국민의 정부를 적대시한 조선일보와는 전혀 다른 자세였다. 동아일보가 그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하자마자 안기부장 이종찬이 ‘내부 문서’의 존재를 시인한 것은 동아일보에 ‘신임장’을 보내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1999년 2월 25일자 5면에 내보낸 사설(「‘큰 정치’를 하라」)은 그 신문이 ‘김대중 정권 1년’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냈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아 실시한 두 차례의 행사, 즉 24일의 기자회견과 21일의 ‘국민과의 대화’는 국민의 기대와 궁금증이 절박한 데 비추어 보면 그 내용이 미진하다. 그렇다고 해서 김 대통령이 이끈 새 정부 1년의 궤적이나 실적을 깎아내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김 대통령과 새 정부의 외환위기 탈출, 경제 살리기에 쏟은 끈질긴 노력은 높이 평가하며 역사적인 것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김 대통령이 보여준 통치방식과 행정 지휘 스타일, 국회와 야당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어제의 기자회견 태도에 이르기까지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그런 문제점과 흠결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또 최근의 몇 가지 과제를 더 꼬이게 하고 빗나가게 한 본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첫째, 시스템을 무시한 독선과 독주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 정부의 일부 결정과 단안들이 충분한 토론과 여론 수렴 등 민주적인 절차를 통하지 않고, 또 행정 시스템을 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벽에 부닥치고 주춤거리는 것을 보아왔다. 국민연금이나 한자 병용 논란에서 파생된 문제 같은 것도 예가 될 수 있다.
  둘째, 보다 투명성이 높은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정치는 공동정권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이른바 ‘3김 정치’의 종식이 안되어서인지 알 수 없지만 투명하지 못하고 내일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다. (···)
  셋째, 진정한 여론이 무엇인지를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 검찰 파동 때 김 대통령이 그 본질을 ‘반개혁적’ ‘직역(職域) 이기주의’라고 인식한 것은 어딘지 이상했다. (···)
  넷째, ‘큰 정치’를 해야 한다. 야당을 진정한 동반자로 삼아 생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포용의 정치를 펴나가야 한다. 우리는 김 대통령이 정파의 영수 자격을 떠나, 공동정권의 한계까지도 딛고, 실로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며, 역사와 국민만 보고 걸어가는 구도자적인 대통령이기를 바란다. 혹시라도 ‘재집권’ 유혹 같은 데 휘말려서는 안 된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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