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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복국집’ 사건-‘우리가 남이가’동아일보 대해부 4권 - 2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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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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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일을 사흘 앞둔 1992년 12월 15일자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금품 감시 ‘72시간 비상’ 돌입 / 각 당 막판 혼탁 방지 대책기구 가동」이었다. “각 당 대통령후보 진영이 15일부터 상대 당 후보 진영의 막판 금품 투입 등 불법 사례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72시간 금품 감시 총력체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금품선거’가 아니라 ‘관권선거’였다. 1면에 주요 기사로 오른「“부산지역 ‘기관장대책회의’ ‘김영삼 당선’ 지원 논의했다” 국민당 폭로 / 시장 경찰청장 안기부 기무사 책임자 등 참석 / “지역감정 부추기고 유세장 동원 나서자” 녹음 내용」이라는 기사가 관권선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국민당의 김동길 선거대책위원장은 15일 김영환 부산시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김대균 부산지역기무부대장, 우명수 부산교육감, 정경식 부산지검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부산지역 기관장 7명이 지난 11일 아침 7시 부산시 남구 대연동 초원복집에서 김영삼 민자당후보의 당선을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폭로하고 이들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 기관장들은 김기춘 전 법무장관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김영삼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는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신문사 간부들을 매수하며, 상공회의소 등 민간단체들이 유세장 인원 동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등에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적극 노력키로 했다”고 폭로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대책회의는 한 부산시민의 제보에 따라 대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었다”면서 “이들 중 정 부산지검장과 우 부산교육감을 제외한 5명을 우선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테이프에 따르면 이들 기관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대선에서 경남·부산이 발전할 기회를 못 잡으면 영영 파이다’ (김 기무부대장) ‘잘못하면 혁명적 상황이 와서 전부 끌려 들어가야 할 판’ ‘부산·경남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니 하면 영도다리 빠져죽자. 남들이 비웃을 것이다. 당락을 불구하고 표가 적게 나오면 우리는 멸시 받는다’ (김 전 법무장관) ‘팔이 안으로 굽는 것 같이 상공회의소 회장은 다 여당권  입니다’ (박 상공회의소 회장) ‘부산지역 호남인표 10%와 군소정당표 3∼5%를 빼면 나머지 85%인데, 이중 15%를 정주영이가 가져간다면 ○○은 끝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60대로 떨어지니까 10% 미만으로 떨어뜨려야 한다’(김 부산시장) ‘…하여튼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 일으켜야 돼’ (김 전 법무장관) 등등의 대화로 김영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같은 날짜 동아일보 사설(「선거운동 막판을 깨끗하게」)은 공허하게 당위론만 읊었을 뿐, 지역감정을 부추겨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천인공노할 부정선거 모의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당황했기 때문일까?

동아일보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린 듯「‘부산 기관장회의’ 파문 확산 / 민주·국민당 노 대통령 사과‧현 총리 사임 요구 / “‘지역감정 조장’ 용납 못 한다” / 선거 뒤 탄핵·법정 투쟁 밝혀」라는 제목의 후속기사를 1면 머리에 올리고,「‘관권’ 막판 최대 쟁점 / 김대중 후보 “정부 중립성 의심” 규탄」이라는 별도 기사를 5단으로 비중 있게 처리했다.

2면에는「부산 ‘기관장 대책회의’ 대화록; 국민당 공개 요지」, 3면에는「“‘중립’ 실종” 경악… 충격… 분노 / ‘부산기관장회의’ 정·관가 파문 / “사사로운 대화 모임… 당과는 무관” 주장; 민자 /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 안 가려”; 민주 / “노 정권 국민 기만” 선거 결과 불복 경고; 국민 / 관권 개입 비난 조기 진화 부심; 정부」라는 기사와 함께「이것이 중립인가」「국민이 감시자가 돼야 한다」라는  두 편의 사설이 나왔다.

  (…) (이번 사건은) 그들 기관장들의 위법성 여부를 떠나 도저히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개탄스러운 사건이다. 그 자리에서 모인 기관장들이 누구인가. (…) 시장에다 경찰청장, 안기부지부장, 기무부대장, 지검장, 교육감 (…) 그들을 초청한 전 법무부장관이 참석했다. 한마디로 부산지역의 행정과 공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인사들이다. (…)
  국민당이 증거물로 제시한 녹음테이프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들의 대화도 으스스하다. (…) 그들이 바라지 않는 대선 결과를 혁명적 상황으로 보는 위기관이 다름 아닌 전직 각료의 입을 통해 나왔다면 그것은 집권세력의 사고방식이 어떤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고위공직자들의 그따위 사고방식 위에서 이 나라의 민주정치가 제대로 되겠는가. 서글퍼진다. 그럼에도 중립내각은 관권 개입을 엄격히 다스리겠다고 공언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서 공명을 ‘감시’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까지 표명했다. 그러나 바로 그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할 당사자들이 뒷전에서는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혁명적 위기 상황을 강조하면서 특정 후보 표몰이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었다. (…)
  국민을 무섭게 여겨야 된다. 국민을 공작의 대상으로 여기려는 어떠한 음 모도 용서받지 못한다. 중립내각은 한 점 의혹 없이 이 사건을 철저히 즉각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그리고 중립내각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사적 모임’이라는 정부의 발언 의도는 무엇인가. 얼빠진 저질 기관장은 물론 행여 그들을 통해 득을 보려는 사고방식이나 선거전략도 제거되고 배제되어야 한다. (사설「이것이 중립인가」).

  선거의 불이 이제 발등에 떨어졌다. 그동안의 선거 분위기는 과열 혼탁 바로 그것이었다. 비방·중상·루머 퍼뜨리기로 상대방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가 기승을 부렸고 오리털파카·시계·볼펜·넥타이 등 선심공세도 한몫을 했다. 나머지 우려되는 것은 하룻밤 새의 돈 봉투 등 금품공세로 선거판을 일거에 뒤엎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크게 봐서 다행스러운 것은 폭력이나 대형 시위 등 선거질서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리는 불상사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라 할까.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하룻밤 사이의 표 도둑을 지키는 일에 국민 스스로가 나섬으로써 선거 마무리를 깨끗이 지어야 한다. (…) 당장 어제 폭로된 부산 기관장 모임의 작태가 이를 말해준다. 대통령이 중립을 선언하고 내각이 아무리 공명선거를 외쳐대도 선거판의 현장에서는 공무원들의 물밑 선거운동이 자행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일은 부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우리 공직사회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강한 보수 회귀의 잠재의식이 엄존하고 있다. 기회만 있으면 이들은 권력에 빌붙어서 잔명을 도모하려는 집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 직업공무원제도가 확립되지 못하고 더구나 30년이 넘는 군사독재 체제 아래 권력에 순치되어온 우리 공직사회가 하루아침에 공명선거 실현에 앞장서는 기풍으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은 선거운동 기간이니 만큼 표 도둑을 지키는 일은 국민 스스로의 몫으로 남아 있다. 돈 봉투나 금품공세는 물론 지연이나 학연 혹은 혈연 따위의 감성적 표 도둑의 공세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망국적 선거 관행의 개연성은 선거 기간 겪어온 갖가지 부정 타락의 선거운동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퇴치하느냐는 것은 온전히 유권자들의 정치의식과 시민적 양심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사설 」국민이 감시자가 돼야 한다」).

두 번째 사설의 의도는 알겠으나,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모여 부정 관권선거를 모의하고, 그것이 전국 규모로 자행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는 상황에서 “그러나 크게 봐서 다행스러운 것은 폭력이나 대형 시위 등 선거질서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리는 불상사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라 할까” 라고 써서는 안 되는 일이다. ‘초원복국집’ 사건처럼 선거질서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리는 불상사가 또 어디 있었겠는가?

「‘부산대책회의’ 검찰 본격 수사 / 김기춘 전 법무 등 소환 방침」(16일자 23면,) 「소환조사 시기에 관심 집중 / 검찰 ‘부산기관장회의’ 수사 방향과 전망」(16일자 22면), 「김 전 법무 소환 ‘예우’ 싸고 고심 / ‘부산기관장회의’ 검찰 수사 표정」(17일자 22면)라는 기사에서 보듯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는 시늉만 냈다. 동아일보 기자 양기대가 쓴 ‘기자의 눈’(「‘부산 파문’에 침통한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등 성토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검찰 전 조직을 친YS적으로 표현한 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이번 일로 그가 완전히 이중인격자임이 드러났다’고 혹평했다”는 등 김기춘에 대해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혹평하는 검찰 안팎의 지적”을 전달했으나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초원복국집 사건’은 결국「‘부산회의’ 수사 대선 후로 미뤄; 검찰/ “국과수 감정 결과 나와야 착수” / 김기춘 전 법무 등 21일 께 소환 / “민자당 영향 우려 늑장” 지적도」(17일자 23면)라는 기사의 내용처럼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 사건이 여당의 표를 깎아 먹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영남표의 대결집이라는 괴이한 현상이 일어나 김영삼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중에 나왔다.

선거가 김영삼의 승리로 끝난 후 검찰은 초원복국집에 모인 기관장들을 “공식 석상이 아닌 사적 모임에서 나눈 대화를 가지고 처벌할 수는 없다”며 무혐의 처분하고 모임을 주재한 김기춘만 불구속 기소했다. 김기춘은 김영삼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1993년 3월 “선거운동원이 아닌 자의 선거운동을 규정한 구(舊) 대통령선거법 제36조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참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 제청을 했다. 결국 1994년 여름 헌법재판소는 그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김기춘에 대한 재판은 공소 취소로 없던 일로 끝났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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