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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정국 부른 방북 러시동아일보 대해부 4권 - 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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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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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은 북한 방문 러시 현상이 일어난 해였다. 대통령 노태우는 신년사에서 “새해는 우리 민족사의 소망인 민주 번영과 통일을 이루느냐의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북한 주석 김일성은 ‘남북정치협상회의’를 제안했다. 북한 노동당 서기 허담이 현대그룹 회장 정주영을 북한으로 초청자 그는 1월 23일 방북했다. 김일성은 1월 30일 초청편지를 남측 4당 총재와 김수환(추기경), 문익환(목사), 백기완 등에게 보냈다. 그런데 그들이 아닌 소설가 황석영이 먼저 3월 18일 일본에서 중국 북경을 거쳐 평양에 들어갔다.


문익환과 황석영의 방북

그 사실은 전혀 알려지지 않다가 3월 25일 문익환의 방북 소식과 함께 비로소 보도됐다. 동아일보는 3월 27일자 1면 머리에「문익환 목사 돌연 평양에 정치권에 큰 파문; 25일 북경 경유 평양 착 / 황석영 씨 북경 방문 확인; 평양 갔을지도」라는 기사를 올리고「허가 없는 방북 법적 조치키로; 관계 장관회의/ 문 목사 ‘독재’ ‘외세’ 발언 북한 입장 강화 위헌」「돌아오면 구속방침; 검찰」「‘민주인사 자처’ 실체 드러났다; 민정 / 충정 이해하나 절차에 아쉬움; 평민 / 국민 당혹 통일에도 혼선 빚어; 민주 / 창구 일원화 위배 바람직 안 해; 공화」·전민련-진보정치련서지지 논평」등의 기사로 1면을 도배했다. 동아는「중국민항 승객 명단서 황 씨 확인」이라는 동경특파원 발 별도 기사로 “황석영 씨는 문익환 목사가 입북하기 꼭 1주일 전인 지난 18일 도쿄 나리타공항 2시 55분 발 중국민항 편으로 북경으로 들어간 것으로 27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그날부터 며칠 간은 문익환 방북 기사가 지면을 채웠다. 27일자 3면에는「문 목사 쇼크 일파만파… ‘혼선 시정’ 전환점 / 개인적인 독단… 북한 통일전략 부추길 우려 / 정부·각 당 어정쩡한 입장 분명히 정리할 때」「문 목사 왜 평양에 갔나 / 부친 사망 후 남다른 향수·집념 보여 / “통일논의 활성화 마련 의도” 추측도」라는 기사와 함께 “유신 이후 반정부 활동으로 4차례 투옥 경험이 있으며 통일 문제에 큰 관심이 있어 연방제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는 내용의「문익환 목사 그는 누구인가」도 나왔다. 4면도「문익환 목사 방북-법률적 문제점 / ‘사전 승인’ 여부가 사법처리 기준; 검찰 / ‘통치행위’로 허용 법적 근거 없다; 법원」라는 기사와「“정부서 문 씨 행적 알고도 지켜만 봤을 것” 추측도 / 통일원 “정부 수립 전 김구 선생 평양행과는 달라”」등 정가 스케치 기사로 채워졌다. 사회면(15면) 역시「“성급한 행동… 혼란 우려” / 문 목사 평양 방문 소식에 각계 큰 충격 / 북한 선전 이용될 가능성; 시민들 / 사법처리 등 각오했을 것; 가족들」이라는 부정적 기사로 메워졌다.

같은 날자 2면에 실린 사설(「문 목사의 돌연한 방북」)의 부제는「민족적 과업을 소영웅주의로 해결할 수 없다」였다. 통일은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염원하는 민족적 과제이지만 한 개인이나 한 두 단체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환상을 좇는 몽상가이거나 자기 도취에 빠진 소영웅주의자라는 것이다. 정부를 창구로 하여 ‘하나의 목소리’로 북과 접촉할 것을 국민적 합의로 하고 있는데 왜 돌출행동을 하느냐는 비난이다.

  (…) 문 목사는 우리 정부가 공식으로 반박한 김일성의 남북정치회담을 찬성하고 김의 초청에 응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와의 협의도 없이 북한으로 갔다. 또한 문 목사는 도착성명에서 ‘존경하는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감격을 대견스럽게 밝히고 있다. 문 목사가 지난 70년대 초반 이후 전개해 온 반정부운동의 폭과 농도가 재야를 대표해 오고 있다는 비중과 그가 성직자라는 신분을 고려할 때 우리의 놀라움은 너무도 크다. (…) 우리 정부가 밝히고 있는 대북관계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반대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한의 제안이나 김일성의 주장에는 거의 무비판적으로 동조하거나 찬성했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같은 사실과 관련, 우리는 김일성의 억압과 통제의 정치와 비민주적 반인간적 체제에서, 존경할 수 있고 찬양할 수 있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문 목사에게 묻고 싶다. 아울러 제도권의 각 정당도 차제에 우리의 자유민주체제와 북의 김일성체제 어느 것이 합당한 것인가를 분명히 밝혀주기 바란다.

문익환의 방북을 계기로 동아일보 역시 대대적인 사상공세에 들어 간 것이다. 세상에 어느 제도권 정당이 자유민주체제보다 김일성체제가 합당하다고 내세울 것이며 그것을 밝힐 수 있다는 말인가. 동아일보는 다음 날인 28일자에「충격과 소모를 줄이자」라는 사설로 사상공세를 이어갔다. 균형감각 잃은 통일 논의는 백해무익이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은 북한이 아직도 ‘남조선 해방’에 의한 통일전략을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원만한 남북 접촉이나 교류 혹은 통일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현 시점에서 긴요한 것은 북한의 변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온 국민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통일 논의를 더욱 성숙화하고 체질화해야 하지만 아울러 북한의 김일성주의에 의한 통일전략과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억압정치의 포기를 심도 있고 조직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처럼 우리 6천만 국민이 바라는 통일 논의는 남북 간의 균형 있는 변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이 조화를 이루어야 된다는 사실을 문 목사의 방북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한 개인이나 정파의 균형감각을 잃은 어떤 통일 논의나 주장도 궁극적으로 통일의 장도에 도움을 주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나 정당들도 적어도 통일정책에 관한 한 정략이나 자당 이기주의를 버리고 중심 있는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문 목사로 인한 국민적 충격이나 소모적인 통일 논의에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지면에 외국어대학 교수 김덕의「문 목사 방북의 충격과 비극성」이라는 칼럼도 실었다. 그는 “문 목사의 방북 쇼크가 가뜩이나 염려스러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좌우 대립과 정치 불안에 새로운 불씨를 댕기게 되리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며 “문 목사가 그의 평양 방문이 몰고 올 그러한 위험을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우매하고, 만약 그러한 위험을 예견하고 있었다면 그는 확실히 위험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몰아 붙였다.   

  (…) 최근에 와서 우리 사회 안의 극좌와 극우의 위험한 대두를 염려하고 경계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두 가지 극단적 세력과 경향이 극소화될 때 우리 사회가 안정된 균형 위에서 민주화 과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문 목사의 방북 사건 같은 충격이 겹칠 경우, 우리 중의 어느 누구도 이 양극적 이념 편향의 인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곤혹한 상황에 휩쓸리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될 경우, 민주화된 선진국을 향한 우리의 꿈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고 그 국내적 과업과 밀접히 연계되고 있는 남북 화해와 민족통일의 과업은 절망의 해역에서 또다시 좌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절망할 단계에 와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만약 문 목사 방북의 충격을 발전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지혜와 자제가 지금이라도 우리에게 허용될 수 있다면 그 사건은 도리어 최근 개방된 통일 논의에서 일고 있는 심각한 분열과 혼선의 기운을 발전적으로 역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전기로 승화될 것이 틀림없다.

과연 누구에게 그런 지혜와 자제가 필요한 것인가. 이 글에는진보세력인가, 보수세력인가에 대한 답은 없다. 적어도 보수세력에게서는 그런 지혜와 자제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났다. 3월 30일자 동아일보 1면 머리에는 현대중공업 파업농성을 경찰이 강제 해산했다는 기사를 옆으로 밀어내고「“문 목사 방북은 통일 역효과” / 현 상황선 북한 방문할 생각 없다」는  민주당 총재 김영삼의 기자회견 내용이 실렸다.「“문 목사 방북 범법행위”」라는 대통령 노태우의 발언은 3번 째 중요기사로 나왔다. 동아는 그날 문 씨 방북과 우리의 대응」이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 방북 중인 문익환 씨가 북한 김일성을 얼싸안고 ‘만남의 기쁨’을 나누는 장면을 TV 화면으로 보는 우리의 심경은 착잡했다. (…) 문 씨도 그가 하고 싶었던 많은 말들을 했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문 씨의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과의 남북정상 대화를 거부하고 노 대통령을 민정당의 총재 자격으로 만나겠다는 김에게는 문 씨의 ‘순진한 호소’가 한낱 ‘잠꼬대’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북의 전략전술과 관련, 이홍구 통일원장관이 29일 “북한의 고위 당국자가 공공연하게 우리의 재야 인사들을 접촉하여 당국 간의 교섭을 우회하려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고 평화통일의 앞길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한 것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의 북한 측 태도를 ‘대남 정치공작적 대응’이라고 ‘적극적인’ 비난을 한 것은 6공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주목되는 정책 변화와 시사로 보이기도 한다.
  김일성과 그 일당들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유화의 진통을 그들이 노리는 공산화를 위한 허점으로 악용하려는 기도를 포기해야 한다. 그들은 또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민주화의 길을 적화의 계기로, 남북대화 노력을 국론 분열의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도 결코 성취될 수 없을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   
  이 같은 상황에서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남북한 자유왕래 허용 주장은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오늘의 시점에서 그 같은 주장을 밝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바이다.

초점은 안기부 등 정부 당국이 문익환의 방북 계획을 사전에 몰랐느냐는 문제로 옮겨갔다. 안기부처럼 막강한 정보기관이 그의 방북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데에서 의문이 시작되는 것인데, 몰랐다면 안기부의 무능론이, 알았다면 알고도 방치한 이유에 대한 추궁이 필요한 지점이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4월 1일자 2면에「문 목사 방북 안기부 알았나 몰랐나 / 미공개 자료 내용에 관심 쏠려 / 책임 소재 귀국 후나 밝혀질 듯」라는 기사를 올리고, 「국회 국방위 간담회 질의·답변」이라는 상자기사에서 로 아주 무미건조한 어조로 그 문제를 다루는 데 그쳤다.

반면 문익환에 대한 공격의 끈은 놓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4월 3일자 사설(「문익환 씨의 기자회견」)을 통해 “문 씨는 언제부터 김일성의 예찬자가 되었으며 그의 통일전선 전략에 대한 신봉자가 되었던가. 그는 진심으로 남한을 독재와 외세와 군사세력만이 춤추는 지옥으로 단정하고 있는가”라고 물으 “북의 분열 책동에 의연히 대처하자”고 외쳤다.

같은 날짜 1면 머리기사 제목은「문 목사 “연방제 통일안지지” / 허담과 9개 항 공동성명 남북 교차승인 반대 / ‘고려연방제’ 논리 수용; 통일원 분석 / 김일성 문 목사 숙소 방문 작별 면담 / 오늘 평양 출발 북경~동경 거쳐 서울로; 중앙통신 보도」였다. 또 3면 해설기사의 제목은「‘김일성 주장 동조’ 충격파 / ‘연방제’ 표현 정부 통일방안에 일격 / ‘접촉창구 단일화’ 방침에도 큰 시련」이었다.   

문익환은 4월 13일 일본을 거쳐 귀국하자마자 바로 구속됐다. 그 날짜 동아일보 1면 머리에는「문 목사 공항서 바로 구속 / 사전영장으로 집행 / 보안법 6조 2항(지령 목적 특수 탈출) 적용」라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문익환의 귀국길을 수행한 동경특파원 허태홍이 기내에서 행한 인터뷰 기사는 별도로 나왔다. 

-도착하면 체포될 텐데 심정은….
“지금까지 담담한 심정이었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고 보니 점점 슬퍼진다. 분단 50년이 이렇게 민족의 마음을 위선적으로 만들었는가 생각하니….”
-후회하는 점은 없는가.
“나는 반성을 하지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게 설사 실수가 있더라도 그것도 역사에 기여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 반성하는 점은?
“북한에 가기 전에 이원경 주일대사와 만나 상의하지 못한 점이다”
-국내의 비판에 대해….
“나는 내가 반드시 옳다고는 믿지 않는다. 방법상 내가 틀릴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대화해 가면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북경에서부터 나의 일련의 회견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정부 당국도 나의 조그만 성과를 바탕으로 통일로 나아가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같은 날짜 동아일보 사설(「의회정치의 회복을-재야의 목소리 제도권서 수렴해야」)은 그동안 문익환의 방북에 대해 거품을 물던 기존 태도와는 크게 다른 내용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제 우리의 현실은 재야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다양한 형태의 집단세력들의 현실적인 존재를 인정해야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체제 안으로 흡수할 태세와 제도를 모색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는 것이다.

  (…) 김영삼 민주당 총재가 12일 “군부독재 청산과 좌익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폭력혁명세력의 배격만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모든 정치 현안은 정치권으로 수렴, 해결해야 한다”고 천명한 것은 이 같은 재야의 존재와 그에 대한 대응 처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 같은 맥락에서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오늘의 시국을 “근본 원인은 극우세력의 책략에 연유하지만 부분적으로는 폭력과 과격을 반대하는 국민의 생각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소수 인사들의 행동이 국민을 걱정시키고 반민주세력들을 고무시킨 데 연유한다”고 진단한 것도 오늘의 재야를 진단하고 대처함에 있어 중요한 시사로 읽을 수 있다.
  물론 재야는 제도권으로 진입을 거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주장이 철저한 5공 청산, 정의로운 균형과 복지, 활발한 논의 등으로 집약된다면 제도권에서 충분히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같은 현실 인식에서 우리는 제도권 정치세력들에게 보다 적극적이고 대승적인 대처를 촉구하는 바이다. (…) 의회가 모든 정치세력의 활동무대가 되었을 때 거리로 나서는 재야는 없어질 것이며 폭력투쟁으로 존립의 활로를 찾으려는 과격세력도 사라질 것이다. 점진적인 개혁만이 민주화와 자유화의 첩경이었음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안기부는 한겨레신문사의 북한 취재계획과 관련해 논설위원 리영희( 한양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한겨레신문은 재야가 아닌 제도권임에도 그랬다. 동아는 1면 머리에「리영희 교수 구속/ 독자 방북 추진 등 혐의 / 한겨레신문 부사장 연행, 편집국장 가택 수색 / 검찰 “리 교수와 북한 취재단 구성 논의”」, 2면에「리 교수 구속 정치 쟁점화 / 여 “실정법 위반” 야 “언론탄압” 주장」, 15면에 3단으로 「“언론탄압 간주 투쟁” 한겨레신문 노조 밝혀」등의 기사를 실었으나 같은 언론사가 공안 당국의 명백한 탄압을 받는 데 대한  입장 표명은 전혀 없었다. 리영희는 9월 25일에야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되었다.


평민당 의원 서경원 방북

6월 27일 평민당 소속 의원 서경원의 방북 사실이 밝혀져 구속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는 전 해 8월 2박3일 동안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나 통일문제를 협의했다. 현역 의원의 밀입북 사건인 만큼 사회적 파장과 논란이 적지 않았다. 당국은 서경원을 간첩으로 지목했으나 그는 부정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상고이유서에서 “통일과 민주화를 위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 진솔한 대화를 하고 싶다는 소망”에 따라 방북했다고 진술했다. 

동아일보는 기이하리만큼 ‘서경원 밀입북 사건’에 집착했다. 6월 28일자 동아일보 1면 머리에는「서경원 의원(평민) 구속, 반국가단체 회합‧ 잠입‧ 탈출죄 적용/ 작년 8월 극비 입북 김일성 만나 / 허담과도 회담 통일 논의, 2박3일 체류/ 안기부, 서 의원 자진출두 경위‧ 사전 인지 여부 안 밝혀 / 평민‧ 가농 관계자와 협의 여부 중점 수사」라는 기사가 올랐고,「평민, 서 의원 제명 / 의원직도 사퇴 / 김 총재 국민에 사과 / 문동환 부총재·김원기 총무 당직 사퇴 밝혀」「“전민련 등 백26개 단체 좌경 침투 / 안기부 민정 세미나, 핵심 만여 명… 지하‧ 개 2원조직 / 관련단체 반발 거셀 듯」등의 기사들이 새카맣게 깔렸다.

2면에는「비난 빗발에 평민 침통 / 심야 당직자 비상소집 대책 숙의 / 책임 싸고 간부끼리 삿대질 고성」, 15면에는「공안당국 두 달 전부터 서 의원 내사 / 수사망 좁혀지자 20일 가농에 먼저 보고 / 사전사후 의논한 인사도 수사 / 가족들조차 “전혀 몰랐다” 놀라」라는 기사가 실렸다. 요컨대 ‘서경원 밀입북 사건’의 요체는 평민당, 더 좁혀 총재 김대중과의 연관성인 것으로 보였다.

같은 날짜 사설(「서 의원 입북이 준 충격」)은, 문익환의 방북으로 인한 사회적 진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서경원의 밀입북 사건까지 드러난 것을해 개탄하면서 “서 의원의 이 같은 무분별한 행위와 관련해 평민당의 처사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 사건이 문제되고 있는 와중에 김 총재가 5공 청산과 관련된 ‘장외투쟁’을 공언하고 ‘연방제 통일안’을 정강정책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무리 선의로 보아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6월 29일 1면 머리기사는「서 의원 간첩 혐의 집중 수사 / 입북 주선 국내 공작조직 연계 추정; 안기부 / 해외여행‧ 승용차 구입‧ 농민 시위 지원 등 정치자금 유입 여부 추적 / 보좌관 등 4명 연행 조사」였고「평민당 지도부도 조사 대상 / 당정 대책회의; 김 총재는 참고인 진술로 대신 / 김 추기경은 조사대상서 제외」라는 주요 기사 외에「서 의원 종합수사 위해 합수부 부활 검토」라는 기사도 실렸다. 가히 ‘총력 공안몰이’라 할 만했다.


총력 공안몰이 속에 전대협 대표 임수경도 방북

그런데 그 다음 날에는 세상이 더 뒤집어질 만한 일이 벌어졌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 임수경이 입북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1면을 절반으로 갈라 왼쪽에는 「서 의원 85년에도 입북 / ‘간첩조직과 깊은 연계’ 추정 / 우양균 씨(비서관) 공작원 여부 수사」라는 기사를 싣고, 머리에는「전대협 대표 1명 평양에 / 외대 임수경 양 일·동독 거쳐 오늘 입북 / 남북학생공동선언문 서명 계획을 올렸다. 3면의 해설기사는 임수경에 대해서는「운동권 내 비난 피하려 극비 파견 / 정부 불허에 간부 2명 은밀 추진 / 2학기 대학가 ‘새로운 파란’ 예고」, 서경원에 대해서는「방 비서가 서 의원 조종 가능성 / 이탈리아서 상당 기간 유학 경력설」과 함께 ‘서 의원 국회 발언록’을 실었다.「전대협의 몰지각한 행동」이란 제목의 사설로 대학생들을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로 매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동아는 다음 날짜부터 다시 관심의 초점을 서경원 밀입북 사건 쪽으로 맞췄다. 7월 1일자 1면에서 임수경 입북은「전대협 평축준비위 이적 규정 / 대검; 간부 등 30여명 구속 방침」이라는 제목으로 머리기사 옆으로 밀어내고 머리에는「평민당 이길재 씨 구속키로 / 서 의원 “입북” 듣고 숨겨 와 / 주변 인물 20여명 연행 출국 금지」「문동환 의원 출국 금지」「서 의원 입북 사실 함구 / 위법이라면 책임질 터」라는 기사들을 올렸.

3면은 온통 ‘서경원’으로,「평민·재야 흔들리는 ‘우호관계’ / “왜 그런 사람 추천해 당 피해 주나” / 보수 당료파, 재야 입당파에 불만 / ‘5공 청산’ 천만인 서명운동 수정 불가피」「꼬리 무는 의혹-‘원일레벨’ 커넥션 / 1만 달러 수수‧ 서독지사 설립 의문」「서 의원‧임 양 평양행 관련 의혹의 두 인물」등의 기사로 채워졌다. 대신 15면(사회면) 머리에는「전대협 간부 검거 특수부 설치 / ‘평축’ 핵심 이적 간주 보안법 적용 / 정보 대공 요원 대폭 증원」이라는 제목으로  임수경 관련 기사가 실렸다.

일련의 방북 또는 밀입북 사건에 대해 논설위원실장 남시욱은 7월 1일자 ‘동아광장’(「기막히는 일들」)에서 개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남쪽 대학생단체의 대표라는 학생이 세계를 향해 한국 정부가 통일 반대세력이라고 매도한 것은 우리 정부뿐 아니라 우리 국민을 위해서 가 슴아픈 일”이라며 “우리 젊은 세대들이 하필이면 공산권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주체사상에 빠져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고 탄식했다. 남시욱은 동서독의 예를 들어 “서독의 주도 아래 이미 ‘출입문이 연결된 두 개의 아파트’가 되어 있다. (…) 설사 90년대에 통일을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2000년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면서 꾸준히 교류를 증진하여 국경을 허무는 작업을 조용히 하고 있다” 면서 “우리 민족은 그동안 무엇을 해 왔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남시욱은 “북한은 여전히 진실한 대화 대신 남한 와해 공작에 열중하고 있고 우리 내부에서는 극심한 분열만 계속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언제 차분하고 침착하고 이성적이 될까”라고 자탄했다. 그는 극심한 분열의 예로써 “의견이 다른 사람을 반통일세력이니 분단세력이니 하고 무조건 매도”하는 ‘문익환 사건’이나 ‘외대생 사건’을 들고 있는데, 이것을 분열의 현상이 아니라 남북한 정치인들이 동서독 정치인들만큼 하지 못하는 데 대한 반성 촉구의 몸부림으로 볼 수는 없었을까?

동아일보는 7월 12일자 1면 머리에「한겨레신문 수색 강행 / 오늘 아침 북한 사진 21장 등 압수 / 취재수첩 발견… 안 가져가 / 기자 50여명 농성 중에 진입 현관서 한때 몸싸움」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서경원 사건 수사를 위한 것이었지만, 압수수색 후 사장 송건호가 규탄한대로 “언론 사상 있을 수 없는 부당한 일”이었다. 막바지로 가고 있는 서경원 사건을 이용해 평소 곱게 보지 않았던 신문사를 손봐준다는 차원이 분명했다.

7월 17일에는 최종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동아일보는「“서 의원 11만 달러 받았다” / 김일성·허담 직접 활동 지령 / 간첩죄 추가 적용 검찰 송치 / 85년부터 접촉-88년 8월 입북 / “국회 진출하라” 지시받고 출마 / ‘음어메모’ 등 간첩 증거물 확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18일자 1면 머리에 올렸다.    동아는 다음 날짜 사설(「더욱 철저히 밝혀야 한다」)을 통해 더욱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 이번 수사 결과 발표를 보고 미진한 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서 의원이 허담과의 단독 면담에서 지령받았다는 6개 항 즉 김수환 추기경의 방북 추진, 국회 동조세력 육성, 통일을 위한 평민당의 주도적 역할 수행 (…) 등과 그 후의 실제 서 의원 활동 상황과 그 인과관계다. 서 의원의 국회 진출이 지령에 따른 것이라면 그 지령의 구체적 내용과 그의 공천 경위 등 실천내용들도 마찬가지다. (…) 이번 사건 발표에는 국회의원직이 ‘기밀의 탐지 수집’에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자세히 밝혀져 있지 않다. (…)
  우리가 이토록 서 의원 사건 수사를 철저히 하면서 신중해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이율배반적인 어려운 주문을 검찰에 하는 이유가 있다. 가톨릭농민 회 등 이른바 기층민중의 의식화와 권리쟁취운동이나 국회 내의 진보적 색채의 의정활동과 서 의원 사건과의 함수관계 때문이다. 서 의원 사건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면 자유민주체제 안에 이러한 혁신적 진보적 세력을 포용하는 과정이 흔들려 버리는 엄청난 결과가 온다. 반대로 진실을 못 밝혀 축소되면 앞으로의 국가안보에 크나큰 구멍이 뚫려 서울의 정치는 평양의 공작 무대가 돼버릴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국가의 안보가 걸린 중대한 문제이므로 정치와 혼동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또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모든 당사자는 성의 있는 협조를 하도록 바란다. 

그런데 서경원 의원이 구속된 6월 28일자 동아일보 15면(사회면)에는 3단으로「장세동 피고 4년 구형」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한겨레신문 강제 수색이 벌어진 7월 12일자 1면에는「이학봉 의원 집유 판결 / 사법부 책무 저버린 것」이라는 3단 기사가 실렸다. 문익환, 서경원, 임수경 등의 방북을 이용한 공안몰이는 ‘5공 청산’과 함께 진행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서경원 사건 등이 “정치와 혼동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할 수 있었을까?. 동아일보가 안보에 충실한답시고 권력의 의도에 놀아나는 ‘겉똑똑이’라고 비판받을 측면은 없었을까?.

동아일보 7월 12일자 1면에는「북 측서 7·7 선언 악용 / 보안법 개정 유보 방침 / 박 민정 대표 밝혀」라는 제목 아래 “박준규 대표위원은 17일 ‘북한이 우리의 7·7 선언과 보안법 개정 움직임을 악용, 서경원에 이어 문익환 목사, 전대협 대표 등을 계속 밀입북시켜 우리 쪽을 교란, 정치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 ‘북한이 이 같은 책동을 버리지 않는 한 1, 2년 내에 보안법을 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정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렇다면 공안몰이는 빗발치는 ‘5공 청산’ 요구를 회피하는 동시에 남북 화해 분위기를 막으려는 수구세력의 고도의 책략은 아니었을까?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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