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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항쟁’에서 이명박 구하기조선일보 대해부 5권 - 1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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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0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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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과 강부자’라는 기득권 집단의 ‘우두머리’라는 비판을 받던 이명박은 2008년 5월 초 처음으로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부닥쳤다. 그 발단은 4월 18일(한국시간) 미국에서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이었다.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과 ‘광우병 쇠고기 논란’

조선일보 4월 19일자 1면에는 「LA갈비 이르면 내달 들어온다 / 정상회담 앞두고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 꼬리·곱창도 허용… 사실상 수입제한 없애」라는 기사가 나왔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오는 5월부터 ‘LA갈비’를 비롯, 살코기·사골·곱창·꼬리· 소시지·훈제육 등의 미국산 쇠고기와 가공품이 사실상 제한 없이 수입된다.
  미국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해 온 쇠고기 수입 대상 확대 문제가 미국의 광우병 발생 4년여 만에 완전 해결된 것이다.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18일 “지난 11일 이후 8일 동안 진행된 한·미 고위급 협의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단계적인 수입 확대 방안에 합의했다”며 “이르면 5월 중순부터 새로운 수입 조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국은 현재 “도축 당시 월령(月齡) 30개월 미만인 소에서 뼈(갈비)를 제외한 살코기”로 제한돼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두 단계에 걸쳐 사실상 제한 없이 허용키로 합의했다.
  우선 1단계로는 30개월 미만 소에서 편도, 소장 끝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수입 허용하며, 현행 한·미 수입조건에서 수입을 막고 있는 뇌·눈·머리뼈·등뼈와 등뼈 속 신경도 수입할 수 있도록 풀었다.
  또 2단계로는, 미국이 소의 뇌 등을 재료로 만든 사료를 모든 동물에게 먹이지 못하게 하는 광우병 차단 조치를 공포하는 시점부터 30개월 이상의 소도 광우병 우려가 큰 7개 특정위험물질 부위(SRM·편도, 소장 끝, 뇌, 눈, 머리뼈, 등뼈, 등뼈 속 신경)를 제외한 모든 부위가 수입되도록 합의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한우의 절반 내지 4분의 1 가격에 맛·품질이 우수해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을 것으로 보이나, 반(反)FTA 시민단체 등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졸속 합의이며, 광우병 우려를 증폭  시켰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4월 19일자 31면에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을 높이 평가하는 사설(「 쇠고기 타결, 미국이 FTA 비준 미룰 핑계 없어져」)을 올렸다.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돼 살코기뿐 아니라 갈비를 비롯한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빗장도 풀렸다. 2003년 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금지된 이후 4년여 만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축산 농가들은 한우 생산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하고, 일부 시민단체들은 “광우병 위험을 외면한 굴욕 외교”라고 비판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쇠고기 수입은 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제수역(獸疫)사무국(OIE)은 작년 5월 미국을 ‘광우병 위험통제국’으로 판정했다. 이에 따라 목 안쪽 편도와 소장 끝부분 등 일부 위험부위만 빼고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막을 근거가 없어졌다. 이번 쇠고기 협상도 이런 국제기준을 따른 것이다.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은 과장된 측면이 많다. 일본은 100만 마리 소 가운데 20 마리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그에 비해 미국에선 지금까지 소 1억 마리 가운데 광우병이 발견된 소가 3 마리였다. 3억 명 넘는 미국인들과 250만 재미교포와 유학생들이 미국 쇠고기를 먹고 있지만 아직 문제가 없었다. (·····)
  그동안 미 행정부와 의회 지도부는 “쇠고기 문제가 풀려야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해왔다. 이제 그 조건이 충족된 만큼 미국은 한·미FTA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한·미 양국 모두 FTA를 살릴 이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의 사설이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이 ‘FTA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고 단정한 것과 달리 4월 29일 방영된 MBC <피디수첩>의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경고했다.

<피디수첩>이 그런 보도를 한 지 이틀 뒤인 5월 1일 이명박은 “정치적 논리로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면 안 된다. 광우병 쇠고기 우려해서 쇠고기를 못 먹는 국민이 어디 있느냐”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 심재철은 “쇠고기로 반미 투쟁·반정부 투쟁을 하고 있다. 텔레비전이 이처럼 특정 의도를 가지고 검증되지 않은 얘기를 쏟아내 헷갈리게 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과 심재철의 이런 발언이 나온 이튿날인 5월 2일자 1면에 「‘광우병 괴담’ 듣고만 있는 정부 / 미 쇠고기 ‘검증 안 된 주장들’ 인터넷 확산」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앞두고 광우병 위험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인터넷에 떠돌아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29일 문화방송(MBC)의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광우병 안전성 논란을 방송한 이후 특히 심해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개방되면 광우병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우리 민족은 광우병에 약한 유전자형을 가진 비율이 90%가 넘어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에 비해 광우병에 걸리기 쉽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과 쇠고기 수입 개방을 합의한 정부는 시중에 떠도는 온갖 광우병 관련 루머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국민 불안은 증폭되고만 있다.
  “값 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 홈피는 네티즌들의 비난 글이 쏟아져 사실상 문을 닫았다. “반면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는 글이 실린 한 여성 연예인의 미니 홈피에는 수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
  문화방송 <PD수첩>이 제기한 한국인 유전자 등 내용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혀 사실과 다르거나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민족의 유전자가 구미 사람보다 광우병에 약하다면 미국의 200만 교포들이 아무 문제없이 산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서명으로까지 번지는 등 정치 이슈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는 ‘1000만명 서명,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코너가 생겼다. 1일 밤 11시 30분 현재 41만8000여명이 서명을 했다.

조선일보는 5월 2일자 31면에 ‘광우병 괴담’에 관한 사설「TV 광우병 부풀리기 도를 넘었다」를 내보냈다.

  MBC <PD수첩>은 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의 94%가 인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 영국인·미국인보다 감염 가능성이 두세 배 높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미국 쇠고기를 먹는 사람은 실험동물과 같다”는 미국 소비자연맹 관계자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 이후 인터넷엔 <PD수첩> 동영상과 함께 ‘뇌송송 구멍탁’ ‘미친 소’ ‘국민 말살정책이 시작된다’ 같은 패러디 사진들이 떠다니고 있다. 개중에는 “미국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게 낫겠다”는 어느 탤런트 글도 있다.
  <PD수첩>은 TV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여론 몰아가기에 나서면 그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줬다. 영상과 언어 위주의 TV는 시청자의 생각과 감정을 달궈진 인두로 지지듯 한다. TV의 괴력은 언제든지 TV 폭력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TV 속 ‘미국 쇠고기 괴담’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 소 1억 마리를 키우는 미국에서 그동안 광우병 걸린 소 3 마리가 발견됐다. 한 마리는 캐나다에서 건너온 수입소였고 두 마리는 1997년 광우병 원인이 되는 육골분(肉骨粉) 사료가 금지되기 전에 태어났다. 사육 소 100만 마리가운데 광우병 소 30여 마리가 발견된 일본의 광우병 발생 비율이 미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다. (·····)
  (···) “미국 쇠고기는 광우병 덩어리”라는 황당한 얘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한미 FTA 반대세력들이 광우병 위험이라는 포장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반미 선동’을 교묘하게 함께 싸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을 염려하는 척하면서 ‘미국 소’ 배척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를 먹는 국민이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쇠고기 정가표를 보고 화들짝 놀라 절로 손을 움츠릴 지경이다. 소비자를 생각하는 진짜 소비자운동이 나와야 할 때다.


최초의  ‘촛불 집회’ 이후 조선일보의 맹공

5월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1만여 명이 촛불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무효’를 주장했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 직후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 ‘2MB (대통령을 이명박을 지칭) 탄핵 범국민운동본부’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가할 것이라는 당초 경찰의 예상을 깨고 1만여 명이 모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촛불을 들고 광화문 사거리, 청계광장, 서울 시청 옆 인도를 메우고 앉아 “미국산 수입 소는 물러가라” “광우병 소는 대통령이나 먹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결정을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20~30대 젊은 층이 주류였으나,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도 많았다.
  이날 촛불집회를 주도한 인터넷 카페 ‘2MB 탄핵 범국민운동본부’는 한병상(45) 씨가 운영 책임자로 있다. 한 씨는 대선 직후부터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운동을 해온 창조한국당 당원이다(조선일보 5월 3일자 8면).

한겨레 인터넷판 5월 3일자는 최초의 촛불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가 강행하려는 ‘대운하 사업’, 사교육비의 급격한 증가, ‘영어 몰입’ 같은 주체성 없는 정책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촛불 집회에 대해 「정부는 ‘쇠고기’를 ‘미선이·효순이 사건’처럼 키울 셈인가」(5월 5일자 27면)라고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서울 시내에서 2일과 3일 연이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가 열렸다. MBC <PD수첩>이 “한국인 94%가 인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 영·미인보다 감염 위험성이 두세 배 높다” “미국 쇠고기를 먹는 사람은 실험동물과 같다”는, 광화문 네거리에 휘발유를 끼얹는 식의 보도를 내보낼 때부터 우려했던 불길이 바로 그 장소에서 솟구치고 있다. 이러다간 2002년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졌던 사건처럼 굴러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갖게 된다.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난달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후 정부가 과연 무슨 일을 했고, 무슨 일을 하지 않았는가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사태를 진단하는 능력과 사태에 대응하는 능력의 부재를 절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MBC <PD수첩> 프로그램이 방영된 것은 지난 4월 29일이었다. <PD수첩> 내용은 4월 25일 이미 알려진 상태였다. 정부가 그때부터라도 <PD수첩> 보도의 비과학적 선정적 내용을 과학적·논리적으로 반박만 했더라면 “미국의 쇠고기를 먹기보단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어느 탤런트의 미친 발언이 인터넷을 주름잡는 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정부는 신문들이 TV의 도를 넘은 광우병 부풀리기를 지적하고 나서야 국민을 안심시키겠다며 설명회를 가졌다. 4일 여권의 긴급 당정회의도 뒷북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와 정부 모든 부처, 그리고 여당이 마치 합심이나 한 듯 때를  놓치고 방법을 그르쳐 일부 TV의 무책임한 불장난으로 그쳤을 사태를 대형 화재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TV 등 일부 매체가 유언비어의 소재를 제공하고, 거기에 일부 선동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 그리고 이 사태를 반미 운동의 운동장으로 삼으려는 세력의 움직임이 합쳐져 판단력 없는 중·고교 학생들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밀려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6년 전 효순·미선 양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다.
  미국 쇠고기 반대 운동을 벌이는 세력들의 거짓과 논리적 모순과 위선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국민 1000만 명 가까이가 매년 광우병이 위험하다는 미국과 유럽 일본 지역에 태연히 관광 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광우병 부풀리기를 한 사람들과 그 부풀리기에 올라탄 사람들도 그 대열에 끼어 맛있게 햄버거와 스테이크를 먹고 왔다. 지금 쇠고기 재협상 주장을 펴고 있는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도 국정 감사차 뉴욕에 가선 유엔 한국대사 관저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원료로 마련한 갈비와 육개장을 맛있게 들었다. 이 많은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론자 가운데 미국이나 유럽에 유학 가 있는 자녀들에게 “쇠고기를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사람이 있었다는 소식은 여태 한 번도 없다. 자기 자식들에겐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먹이면서도 다른 국민들에게만은 먹이지 않겠다면서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에 팔을 걷어붙인 대한민국 위선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 사설은 청소년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촛불 집회의 동기와 목적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지는 않고 MBC <피디수첩>이 “광화문 네거리에  휘발유를 끼얹는 식의 보도”를 내보낸 것을 ‘무책임한 불장난’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피디수첩>이 보도한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설명해야 이 사설은 “TV 등 일부 매체가 유언비어의 소재를 제공하고, 거기에 일부 선동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들, 그리고 이 사태를 반미 운동의 운동장으로 삼으려는 세력의 움직임이 합쳐져 판단력 없는 중·고교 학생들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밀려나오고 있다”고 단정한다.

조선일보 5월 6일자 사설(「 정치권, 광우병 엉터리 소동에 올라타선 안 돼」)은 야당이 ‘한미 쇠고기 협상’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통합민주당은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지 않으면 협상을 무효화시키는 ‘쇠고기 수입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민주당은 그 특별법이 실제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세계 96개국이 미국 쇠고기를 아무런 제한 없이 수입해 먹고 있다. 그 나라들 중에는 우리보다 식품 안전에 훨씬 더 민감한 선진국들이 거의 모두 포함돼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뒤늦게 벌어지고 있는 광우병 소동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을 테지만, 그 소동이 국회에서 입법화로까지 연결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 “미국 사람은 미국 쇠고기를 안 먹는다”는 것과 같은 광우병 괴담들이 조작이거나 터무니없는 과장이란 사실은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는 아직도 “미국 사람은 20개월 미만 쇠고기를 먹고 한국에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수출한다”는 거짓말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
  광우병 괴담을 퍼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한 TV에는 이런 명백하고 근본적인 사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런 사이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들이 엉터리 소동에서 ‘주연’을 맡겠다고 나서고, 이제는 “울산에서 광우병 환자가 죽었다”는 것과 같은 위험한 거짓말까지 퍼지고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지금 하려는 것이 이런 소동에 편승하는 무책임한 행태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은 광우병 엉터리 소동에서 발을 빼고 한우 축산농가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이 ‘광우병 엉터리 소동’이라고 조롱한 것과는 정반대로 이명박은 5월 7일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을 중지할 것이고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북도청에서 첫 시·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주는 일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쇠고기 청문회’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며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0조를 근거로 실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 간 쇠고기 수입 재개 합의문을 부분적으로 파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합의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현재 광우병위험통제국)를 낮추지 않는 한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저녁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긴급 소집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관들도 경험이 부족한 만큼, 수석들이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며 청와대가 이 문제를 종합 조정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야당은 “재협상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여론 무마용 미봉책에 그칠 뿐”이라며 재협상을 계속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지난 4월 한·미 쇠고기 협상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둘러 졸속 타결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고, 정부는 “(노무현정부 때인) 작년 4월부터 이어져 온 협상을 우리가 마무리한 것이기 때문에 졸속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쇠고기 협상 전인 지난 4월 10일 정운천 장관이 결재한 대외비 문서를 열람했다”면서 “정부는 2007년 9월 우리 검역당국이 마련한 협상지침에서 모두 후퇴한 채 협상에 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조선일보 5월 8일자 1면).

대통령 이명박 자신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정책을 ‘종합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도 조선일보는 5월 9일자 사설(「광우병 논문, 미디어가 부풀리고 정치권이 악용」)을 통해 ‘광우병 소동’을 다시 비난했다.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 논문을 냈던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 집에 최근 몇몇 사람이 몰려가 “논문에서 밝힌 광우병의 위험성을 왜 적극 알리지 않느냐”며 욕설과 함께 동물 분뇨를 뿌렸다고 한다. 김 교수와 함께 핀란드를 방문 중인 윤대원 한림대 이사장이 밝힌 내용이다.
  김 교수는 2004년 유전자 관련 해외 학술지에 한국인의 94.3%가 MM(메티오닌)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논문을 실었다. 미국인·영국인의 37~38%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확인된 ‘인간 광우병’ 환자 207명은 모두 MM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MBC <PD수첩>은 “한국인이 영국·미국인보다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두세 배 높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다시 인터넷에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고 뻥튀기되면서 광우병 공포가 급속하게 번졌다. (·····)
  어느 질병이든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의학의 기초상식이다. 동양인은 MM 유전자형 비율이 서양인보다 훨씬 높다. 일본만 해도 92%에 이른다. 그런데도 인간 광우병 환자 207명 가운데 동양인은 한 명뿐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MM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1억1000만 명을 넘지만 미국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 환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세력은 이런 사실을 훤히 알면서도 “쇠고기 개방하면 10년 뒤 (국민이 모두 광우병에 걸려 죽게 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없어질 것”이라는 식의 미치광이 같은 거짓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거짓말 대열에 동참하지 않는다며 ‘광우병 논문’ 저자에게 분뇨 테러까지 벌였다.

이 사설은 ‘일부 세력’이 “미치광이 같은 거짓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촛불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과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의 소박한 외침은 “우리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권의 주체성 없는 수입 개방 정책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촛불 항쟁’ 불길 끄려는 조선일보의 ‘분투’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와 시위는 5월 2일부터 4일까지, 그리고 7일과 9일에도 열렸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5월 13~14일 FTA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는 당초 피해 산업 대책과 비준 동의 문제 등을 논의하려는 자리였지만 쇠고기 문제에 덮여버렸다.
  야당 의원들은 질의 시간 전부를 쇠고기 재협상 문제에 집중했다. 민주당은 이날 청문회를 앞두고 14명의 위원 중 6명을 교체했다. 한나라당이 이를 “FTA 심의를 저지하기 위해 ‘공격수’들을 배치한 것 아니냐”고 공격하면 서 청문회는 시작부터 ‘갓길’로 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는 당초 피해 산업 대책과 비준 동의 문제 등을 논의하려는 자리였지만 쇠고기 문제에 덮여버렸다. (·····)
  한나라당 의원들은 “FTA는 이번 17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야당도 협조해야 한다”며 FTA 불씨를 살려보려 했지만 한나라당 내 분위기조차 이번 회기 내 FTA 처리는 힘들어졌다는 쪽이었다(조선일보 5월 15일자 4면).

조선일보는 5월 15일자 35면에 「한·미 FTA, 이대로 날려버릴 건가」라는사설을 내보냈다.

  13, 14일 한미 FTA 청문회는 예상했던 대로 쇠고기 개방 논란만 벌이다 끝났다. 한미 FTA에 따른 피해 산업 대책과 비준 동의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달 말이면 17대 국회도 끝난다. 이제 열흘 남짓 남았을 뿐이다. 다수당인 야당이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비준동의안 상정부터 모든 절차와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원(院) 구성 문제까지 겹쳐 또 몇 달을 날려 보낼 수밖에 없다. (·····)
  한미 FTA 발효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한국과 미국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한미동맹 관계의 복원과 대외 신인도 측면에서도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FTA 협상 타결 이후 1년이 넘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두 나라 지도자와 정부, 정치인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조선일보는 5월 16일자에도 ‘한우 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는 사설(「이제 한우까지 소동에 끌어들일 텐가」)을 올렸다.

  KBS <시사기획 쌈>이 지난 14일 국내에서 ‘주저앉은 소’(절박소)가 암시장에서 거래돼 도축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그 장면과 함께  “도축된 후 식용으로 쓰인다”는 업자의 인터뷰가 곁들여졌다. 이 프로그램은 “2004년까지 우리나라도 육골분(肉骨粉) 사료를 수입했는데 어디에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육골분은 광우병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우리 한우는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이 기획 의도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 내용 자체는 사실일 것이다. 쇠고기뿐 아니라 우리 식품 위생 관리 수준에 허점이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 광우병 등급 신청을 하지 않아 어느 쪽인지 분류가 돼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내보내면 당장 “한우도 광우병 소일 수 있다”는 의심을 부를 수 있다. (···)
  식품 문제는 민감해서 작은 일에도 관련 제품의 매출이 격감한다. 이미 쇠고기집 손님이 크게 줄고 있다고 한다. TV가 음식과 관련한 영상, 음향을 함께 내보내면 그 막강한 영향력은 거의 파괴적인 수준이 된다. 사람들은 “한우도 위험하다면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는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TV는 자신의 파급 효과를 생각하고 그것이 합리적인지 정말 심사숙고 해야 한다.

조선일보 5월 23일자 35면에는 대통령 이명박이 쇠고기 파동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것을 소재로 한 사설(「 대통령 ‘제 탓’ 국민 가슴에 와 닿으려면」)이 나왔다. ‘촛불 집회’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논조이다. 그 신문이 ‘촛불 항쟁’ 불 끄기에 적극적으로 나섰음을 보여주는 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쇠고기 파동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고 시인했다.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제 탓”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은 담화를 읽으며 세 번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이 취임 석 달도 되지 않아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대통령도 참담한 심정일 것이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 가슴도 답답하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
  그러나 대통령의 자세 변화가 국민 가슴에 와 닿으려면 국정 쇄신이 동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축산 농가 지원 대책 마련에 열중하던 정부로서는 소위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 데 대해 솔직히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광우병 논란은 대부분 사실 왜곡이거나 과장이지만 정부는 이런 왜곡과 과장에 형편없이 떠밀려 왔다. 협상을 너무 서둘렀고 사후 대책도 허술했다. 국정 기능에 단단히 고장이 나 있다는 얘기다. (·····)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19일 대선에서 당선된 날 밤 국민 앞에 “매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날 대통령이 사과해야 했던 것은 결국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지금부터라도 이 약속을 진정으로 지켜 나가야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해 달라”는 호소가 국민 가슴에 커다란 울림을 만들 것이다.

5월 2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1만여 명이 참가한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 모임에는 김장현, 윤도현, 이승환 등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수들과 김부선을 비롯한 연예인들이 참여했다. 5월 2일 최초의 촛불 집회 이래 최대의 군중이 모인 것이었다.

조선일보 5월 26일자 1면에는 「차도로 뛰어든 ‘촛불집회’ / 이틀 연속 경찰 저지선 뚫고 충돌… 일부 ‘반정부 폭력시위’」라는 기사가 올랐다. 촛불 집회와 시위가 대대적인 이명박 정권 퇴진 투쟁으로 발전한 것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는 5월 27일자 35면 사설(「‘촛불 집회’, 엉뚱한 세력에 판 벌여줘선 안 돼」)을 통해 이명박 정권 퇴진 투쟁으로 발전한 ‘촛불’을 강력히 비판했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주말인 24일부터 심상찮은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서울 청계천 집회 참가자들은 내키는 대로 인도와 차도를 오르내리면서 광화문·종로·서울역·을지로·신촌 일대를 휩쓸고 다녔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차와 섞여 도로를 뛰어다니는 바람에 도심은 무법 세상이 돼버렸다. 비교적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그동안의 촛불 집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양상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24일엔 집회 도중 단상에서 “청와대로 가자” “한나라당 정권 말살하자”고 선동하는 말도 나왔다. 시위대는 ‘이명박 아웃’ ‘독재 타도’ ‘정권 퇴진’ 구호를 복창했다. 촛불 집회가 아니라 촛불 시위로 바뀌어버렸다. 이러다 시위대와 경찰이 물리적으로 충돌하거나 시위대가 차도를 뛰어다니다가 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걷잡을 수 없게 돼버릴지 모를 상황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시위대의 감정적 물결에 휩쓸리면 난폭해지고 충동적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경찰에 연행된 사람들 다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동안 쇠고기 수입 반대와는 관련 없었던 집단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집회가 불법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24일엔 여의도에서 ‘공기업 민영화 반대’ ‘교육 자율화 반대’ 집회를 가진 민주노총과 전교조 조합원들이 청계천 촛불집회장으로 몰려들었다. (·····)
  2002년 ‘효순·미선이’ 촛불 집회도 반미 감정을 부추겨 대선에서 이득을 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배후에 있었다. 쇠고기 촛불 집회도 정부에 대한 시민 불만에 불을 질러 다른 목적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없다고 할 수가 없다. 촛불 집회에 참가한 선량한 다수 시민들이 무슨 일을 벌여서라도 정권에 타격을 줘야겠다는 의도로 나온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모든 사안을 어떻게 해서라도 반미 운동으로 연결해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세력과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거대한 항쟁으로 발전한 ‘촛불 집회’

조선일보 6월 2일자 1면에는「조선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 / 이 대통령 지지율 21.2%로 급락 / 반대 이유 1위 “국민의견 수렴 안 해서” “앞으로는 잘할 것이다” 응답은 51%」라는 기사가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요즘 이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가 21.2%, ‘잘못하고 있다’가 68.9%였고, ‘보통이다’가 3.8%, ‘모름·무응답’이 6.1%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는 6월 3일자 35면에 ‘한미 소고기 협상 타결’을 절대로 지지하던 종래이 논조를 완전히 바꾸는 사설(「무역 피해 오더라도 쇠고기 재협상 논의하는 수밖에」)을 내보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한미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81.2%)는 응답이 “재협상은 필요 없다”(15.6%)는 의견을 압도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33.2%나 됐다. 실제 미국 쇠고기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단 한 명도 없지만 국민의 인식은 이렇다.
  지금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하는 핵심은 30개월 넘은 쇠고기다. 지금까지 광우병은 거의 대부분 30개월 넘은 소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선 현재 나이가 30개월이 아니라 120개월인 소에서도 광우병 발병 사례가 없다. 이 때문에 세계 96개국이 소의 나이에 관계없이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30개월 넘은 쇠고기는 등급이 낮아 실제 수입도 거의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이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쇠고기 협상을 서투르게 하는 바람에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
  재협상은 처음 협상 때와는 다른 중대한 사정 변경이 생겼을 때 가능한 것이다. 미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지위에서 강등되거나,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판단의 과학적 기준을 바꾸거나, 앞으로 미국과 다른 나라가 맺는 쇠고기 협상이 우리와 크게 다를 경우엔 당연히 재협상할 수 있다. 아직 이런 사정 변경은 없다.
  그렇다고 재협상 요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먼저 국회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히고 국회가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표결해 통과시키면 정부는 이 뜻을 받들어 미국과 재협상에 임해야 한다.


‘제2의 6월 항쟁’이 된 촛불 시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 인파(경찰 추산 5만6000명, 주최 측 주장 20만)가 참여한 시위가 6월 6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졌다. 특히 이날 시위에는 ‘이명박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전면에 등장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고, 명동과 서울역, 안국동 방면으로 행진하며 청와대 진출을 시도했다.
  참가자들은 “이명박은 물러가라” “어청수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집중적으로 외쳤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시작된 집회·시위가 갈수록 ‘정권 퇴진 투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조선일보 6월 7일자 1면).

조선일보는 6월 9일자 31면에 이명박이 “국민의 양해를 구하려면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빚어진 자신과 정부의 실수를 먼저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순서”라고 ‘조언’하는 사설(「대통령이 말할 때와 들어야 할 때」)을 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불교계 원로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가 통상(通商)국가인데 지금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 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며 “후유증을 뻔히 알면서 상황 모면을 위해 무책임하게 재협상을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통령의 이 말 내용만 떼어놓고 보면 크게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말은 때와 장소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정반대 효과를 내기도 하는 것이다.
  지금 “미국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릴 수 있다”고 불안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주부도 있고 어린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우리 정부에 미국과 재협상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또 자신들 손으로 뽑은 정부가 왜 국민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대통령은 그런 사람들을 향해 직설적으로 “안 된다”고 잘라버렸다. 재협상 요구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대통령이다. 그 대통령이 “재협상을 하면 통상 마찰이 일어난다”고 국민의 양해를 구하려면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빚어진 자신과 정부의 실수를 먼저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순서다. 그 후에 재협상의 어려움과 부작용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잘못을 바로잡아 가겠다고 말하지 않는 한 국민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
  지금 시중에 많은 오해와 과장, 거짓 주장이 돌아다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근본 원인이 먹는 식품에 대한 불안이고 정부가 그 불안을 진정시키지 못한 데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각계 원로들이 “옳으냐 그르냐 문제를 떠나 재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 원로는 “해를 비춰 국민의 외투를 벗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은 대통령의 백 마디 말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시국 수습에 더 도움이 되는 때다.
  6·10 항쟁 21주년이 되는 6월 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서울 도심에서만 8만 명(경찰 추산, 주최 측 주장 50만명)이 운집하는 등 지금껏 최대 인파가 참가한 가운데 전국 80여개 시·군에서 집회와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지방에서는 6만 3000명이 참가하는 등 전국적으로는 14만3000명(경찰 추산)이 시위에 참가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 30분쯤부터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 도로상에서 ‘6·10 고시 철회·즉각 재협상 및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 행사를 열었다.
  8만 명의 시위 인파는 세종로 사거리에서 덕수궁을 거쳐 삼성 본관 앞까지 2㎞쯤 이어지는 왕복 10차선 도로를 완전히 채웠다.
  오후 9시 20분부터 이들은 서대문과 안국동 로터리, 독립문 쪽으로 이동, 청와대 진출을 시도했다. 경찰과 시위대는 청와대 진출을 둘러싸고 공방을 거듭했으며 서울 도심 일대는 11일 새벽까지 완전히 교통이 마비됐다. (조선일보 6월 11일자 1면).

6월 10일에 벌어진 촛불 집회와 시위는 1987년 바로 그날 전두환 군사독재의 ‘호헌’에 반대한 민중 항쟁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명박은 물론이고 수구보수세력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거대한 움직임이었다.

조선일보는 6월 11일자 27면에 항쟁의 불길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분명한 논조의 사설(「 항의 표시는 충분히 했다 /  이제 정부를 지켜보자」)을 올렸다.

  10일 서울 도심과 전국 각지의 촛불 집회를 지켜본 국민 심정은 착잡했을 것이다. 서울에선 수만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태평로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앉아 광화문에서 시청 앞까지 10차선 도로를 해방구로 만들었다. 경찰은 갑호 비상령 아래 청와대로 가는 대로마다 컨테이너 60개를 용접해 쌓아 바리케이드를 쳤다. TV 중계를 통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벌어진 이 모습을 지켜본 세계 각국 사람들은 한국에서 무슨 혁명이나 변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정부에 있다. 국민이 먹거리를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 내다보지 못하고 쇠고기 수입을 정상회담의 윤활유로 삼아버린 게 원천적인 잘못이었다. 국민 대다수의 도덕적 수준을 가볍게 보고 아는 사람, 친한 사람, 제 이웃 사람, 제 편 사람만으로 청와대와 내각을 채운 편향된 인사로 국민 마음이 떠나버리게 한 것도 정부다. 국민을 무섭게 알고 섬길 줄 알았다면 절대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촛불 시위에 참여한 국민들도 이제 생각하고 기다리고 지켜봐야 할 때가 됐다. 국무총리와 장관 모두가 쇠고기 사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들도 일괄 사표를 냈다. (·····)
  지금 우리 앞에는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서 대처해도 힘에 벅찰 숱한 난제가 밀려들고 있다. 경제 하나만 해도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폭등, 뜀뛰는 물가, 개선 기미 없는 취업 사정과 실업자 증가, 중대형(中大型) 건설업체의 도산 임박설, 중소기업의 여전한 경영난 등 숱한 과제가 해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만 폭발해도 연쇄 폭발을 일으켜 우리 경제 전체가 요동치게 돼 있다. 경제가 가라앉으면 맨 먼저 가장 심하게 고통받는 것은 서민들이다. IMF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늘어날수록 양극화는 심해지고 우리가 딛고 선 대한민국의 안정은 위태로워진다. 이 상황 속에서 청와대·정부·국회 등 국가 중추 기능이 촛불에 손발이 묶여 버렸다. 여기서 더 정부를 흔들어 국정 운영 능력을 손상시켜서는 국민 전체, 특히 약하고 힘든 국민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게 지켜야 하는 사람은 나이 어린 전경들이 아니다. 나라의 참 주인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 생각하고 결단한 국민의 행동만이 이 나라를 혼란에서 구할 수 있다.

6월 20일 이명박은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경우에도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한국 국민의 식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분이 뽑은 대통령의 약속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10일 촛불시위 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고민했던 일화를 털어놓으며 “저 자신을 자책했다” “수없이 저 자신을 돌이켜보았다” “사과를 드린다”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야권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저 개인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실정(失政)’에 대한 고백을 토대로 민심 수습을 기대하는 모습이었으나 ‘재협상만이 해결책’이라는 요구를 해온 촛불 민심이 진정될지는 미지수다(조선일보 6월 20일자 1면).

‘촛불 항쟁’은 6월 30일과 7월 6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서울광장에서 주최한 시국미사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그 뒤 집회와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2008년 2월 25일에 첫 발을 내딛은 이명박 정권은 5월 초부터 8월 초까지 3개월 동안 ‘정권 퇴진’ 요구를 비롯한 항쟁의 파도에 밀려 심각한 위기를 맞았으나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다. 조선일보가 ‘촛불 항쟁’에서 이명박을 구하기 위해 ‘분투’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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