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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대통령 노무현 당선과 조선일보조선일보 대해부 5권 -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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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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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2월 20일자 1면에는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1201만 표 확보 /  이회창 씨와 57만여 표 차

  19일 실시된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노 당선자는 99.9%가 개표된 20일 03시 현재 1201만2945표(48.9%)를 얻어, 1144만16표(46.6%)를 얻는 데 그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57만여 표차로 앞서 승리를 결정지었다.
  노 당선자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정계에 입문한 이래 14년 만에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 ‘노풍(盧風)’을 일으키며 민주당 후보를 따냈으며,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노 당선자는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이날 밤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저를 지지한 분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반대한 분들까지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대통령으로서, 심부름꾼으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앞으로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도록 언제든지 대화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할 것”이라며 “마음을 열고 국민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오후 6시 30분쯤부터 시작된 개표는 초반 한때 이회창 후보가 앞서 나갔으나 35% 개표가 끝난 밤 8시 40분부터 역전되기 시작, 이후 노 후보가 계속 앞서 나가 승리했다. 노 당선자는 16개 시·도 중 영남권과 강원도를 제외한 10개 시도에서 한나라당 이 후보를 앞섰다. 개표 결과, 1997년 15대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표의 동서 현상이 뚜렷했다.


‘노무현 죽이기’에 앞장섰던 조선일보의 노무현 당선 ‘평가’

조선일보는 12월 20일자 2면에 「노 당선자 ‘분열의 상처’부터 아물려야」라는 사설을 올렸다. 대선 기간 내내  ‘노무현 죽이기’에 앞장섰던 조선일보로서는 차분한 논조를 펼치려고 애쓴 글이었다.

  16대 대통령 선거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제 승패를 떠나 새 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나라의 장래를 설계할 때다.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긴박감이 넘쳤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인 진행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개표 결과도 박빙의 승부였다.
  노 후보의 승리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음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시대의 개막은 단순한 정권 이양 이상의 의미를 넘어 한국의 정치와 사회가 새로운 방향으로의 변화의 시대에 본격 진입하게 됨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 저변의 변화 기류, 특히 젊은 층의 에너지를 읽어내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으로 담아 낸 것이 노 후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전략 상으로는 정몽준 대표와의 모험적인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이른바 ‘반창(反昌) 연대’를 구축한 것이 승기를 잡게 된 결정적 계기였음은 물론이다. 반면 야당은 김대중 정권의 실정과 부패를 겨냥해 정권 교체를 중심 화두로 내세웠지만, 새로이 대두한 세대들의 보다 큰 욕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함으로써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한 채 노 후보 측의 세대교체 주장에 시종 밀릴 수밖에 없었다. (·····)
  (···)  노 당선자는 무엇보다 먼저 선거 과정에서 심화된 우리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는 데 힘과 지혜를 쏟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허심탄회한 자세로 패자와 그를 지지한 층을 성심껏 포용해야 한다. 이것은 박빙의 승리를 거둔 당선자가 앞으로 확고한 정치 리더십을 확립해 나가기 위해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노 후보는 이제 특정 정파나 계층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표가 된  만큼 자신의 철학과 국정 운영 원칙에서 보다 보편적 타당성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대북·대미 문제 등과 관련해 폭넓은 국민적 콘센서스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비판

대선이 끝난 지 미처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조선일보는 당선자 노무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2003년 1월 11일자 사설(「인수위는 또 하나의 정부 아니다」)에서 그런 논조가 나타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현 정부 부처 간에 곳곳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검찰 개혁 방안,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 문제, 철도·전력 등 망산업(網産業) 민영화 문제 등을 놓고 인수위와 해당 부처들 간에 일고 있는 불협화음이 대표적이다.
  이런 갈등 양상은 그렇잖아도 어수선한 정부 이양기의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나 정권의 매끄러운 인수인계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차기 정부의 정책 틀을 짜고 있는 인수위와 기존의 정책을 추진중인 현 정부 간에 이견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것이 갈등과 충돌의 양상으로 나타날 이유는 없다.
  인수위는 아직 정부가 아니고 현 정부를 지휘 감독할 위치에는 더더구나 있지 않다. 인수위는 현 정부로부터 여러 가지 현안을 정확히 파악해 다음 정부가 할 일을 정하는 것이 기본 임무이며, 현 정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권 후 고쳐 나가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인수위 측이 현 정부 부처를 질책하며 고압적 자세를 보이는 것은 볼썽사납다. 인수위 전문위원이 노동부 업무보고를 받다가 “보고내용이 개혁적이지 않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인수위가 드러내놓고 힘을 과시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관료조직은 다가올 권력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이미 권력의 중심 이동은 이루어진 것이나마찬가지다. 그럴수록 인수위는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현 정부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것이야 평가할 일이지만, 가급적 소리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인수위 활동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면서도 내실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자칫 한 나라에 2개의 정부가 있는 것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는 1월 15일자 사설(「인수위, 왜 자꾸 부처들과 충돌하나」)에서도 인수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부 부처 간에 곳곳에서 원활한 협력관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겠지만 그 책임은 아무래도 인수위 측에 더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관료사회의 풍토로 보아 새 권력에 맞서 눈총을 자초하려는 공무원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스스로 인수위의 눈치를 살피며 기존 정책을 급선회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 속에서도 일부 부처와 인수위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기 정부가 추진할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둘러싼 견해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나의) 공약에 대해 정부 부처가 찬성한다, 반대한다는 식으로 하지 말라”고 정부 부처를 질책한 데 이어 14일 다시 “인수위원이나 공무원의 소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 정부의 지향 방향”이라고 언급한 것도 정부를 주눅 들게 할 소지가 크다. (·····)
  인수위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차기 정부를 예비하는 것이지 지금 당장 국정을 운영하는 일이 아니다. 인수위가 현 정부 부처와 크고 작은 마찰음을 낸다면 그것은 어쨌든 인수위의 과욕과 월권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신임 대통령이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동안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를 지켜본 뒤에 평가를 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노무현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거센 비판을 가했다. 2003년 1월 22일자 사설(「벌써 ‘낙하산 인사’ 궁리하나」)이 그 보기이다.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250~300명 정도의 당 출신 정치인들을 선발해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 임원으로 추천키로 의결한 것은 앞으로 몇 달간 쏟아져 나올 ‘낙하산 인사’ 시비를 예고하는 신호다.
  물론 집권세력이 정치적 인사를 통해 이른바 ‘공신(功臣)’들을 보상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낙하산 인사’가 특히 문제되는 것은 그 대상이 정부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경제적 비중이 큰 공기업과 산하단체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전문성과 능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장’의 영역에서 논공행상과 정실(情實)이 야기한 폐해는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민주당도 과거와 같은 밀실 낙점이 아니라 당내 인사위원회를 통한 공개 추천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기는 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공기업 인사 원칙으로 제시했던 경영능력·전문성·개혁성의 3대 기준을 근거로 개혁성이 필요한 자리에 당 출신 인사를 추천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개혁성이 요구되는 자리가 250~300개에 달한다는 계산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 그 자리를 반드시 민주당 출신으로 채워야 할 이유는 뭐란 말인가. 다면 평가를 비롯해 외견상 엄정한 천거 과정을 거치더라도 권력 실세의 은밀한 입김과 영향력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민주당 최고위의 의결이 논란을 빚자, 노 당선자측은 “250~300명이라는 숫자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훨씬 적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숫자 조정이 아니라 인사 원칙과 선발 기준, 검증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약속을 지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하는 것이다.


노무현의 대통령 취임과 조선일보 사설

2003년 2월 25일 오전 11시 노무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임기 5년의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시대로」라는 제목의 취임사에서 “새 정부는 개혁과 통합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면서 “이러한 목표로 가기 위해 저는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을 국정 운영의 좌표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동북아에 번영의 공동체를 이룩하고 이를 통해 세계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면서 “진정한 동북아 시대를 열자면 먼저 한반도에 평화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하며 한반도가 21세기에는 세계를 향해 평화를 발신하는 평화지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된 ‘한반도 평화·번영정책’의 원칙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 상호신뢰 우선 및 호혜주의, 남북 당사자 원칙에 기초해 원활한 국제협력 구축, 대내외적 투명성 고양 및 국민 참여 확대, 초당적 협력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거듭 강조한 뒤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한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이 원하는 많은 것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할 것인지, 체제 안전과 경제 지원을 약속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우리의 안전 보장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고 우리 국민은 이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미동맹을 호혜평등의 관계로 더욱 성숙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내정과 관련, “개혁은 성장의 동력이고 통합은 도약의 디딤돌”이라면서, 지속적 개혁과 국민통합을 2대 과제로 제시하고, 시장 투명성 개선을 위한 개혁, 정치개혁, 교육개혁, 부정부패 청산 등을 주요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치부터 바뀌어야 한다”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소망하고 “저부터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역 구도를 완화하기 위해 새 정부는 지역 탕평 인사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계층 간 소득 격차 해소, 노사 화합, 복지정책 내실화 등을 국민통합을 위한 과제로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면서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하고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들자”고 말했다(조선일보 2월 26이자 1면).

조선일보는 2월 26일자 31면에 「대북·대미 정책 취임사의 다짐대로」라는 사설을 올렸다. 이 사설은 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 대통령에 취임하던 날 조선일보가 내보낸 사설에 비하면 간략하기 짝이 없었고, 주제도 국내 문제가 아니라 ‘대북·대미 정책’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취임사에서 밝힌 대북·대미 정책의 기조는 일단 긍정적인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평화번영 정책’이라고 명명한 대북정책에서 대내외적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나, 북한의 핵 개발을 한반도와 세계 평화의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에 대해 ‘핵 보유’와 ‘체제 안전 및 경제지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촉구한 것도 주목할 만한 진전이다.
  그리고 “한·미 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한 부분도 노 대통령의 취임사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적절한 내용이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취임사에서 천명한 이런 기조들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만약 노 당선자가 실제 정책이나 발언 등에서 취임사와는 사뭇 다른 노선을 택할 경우 자칫하면 국제사회에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번 취임사에서 노 대통령이 강조한 것 중 하나가 ‘개혁’과 ‘통합’이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대통령부터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다”는 노 당선자의 말을 주목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취임 초기에는 야당과 협력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번번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여야 협력과 국민통합을 이루려면 다른 누구보다 노 대통령이 먼저 ‘반대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 현실에서 힘을 가진 쪽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가장 역설한 부분이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중심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난 10년의 역사만 봐도, 일반 국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던 대표적인 ‘반칙과 특권’은 바로 권력이 저지른 비리들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의 첫 시련  ‘대북 비밀송금 특검’

노무현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정치적 난관에 부닥쳤다. 김대중 정권이 ‘햇볕정책’ 실현을 위해 북한 정권에 ‘비밀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조사할 특별검사제 도입을 국회가 결의한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조선일보 2월 27일자 1면 머리 기사에 국회의 결의 과정이 아래와 같이 보도되었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 등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고건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대북비밀송금 특검제 법안은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고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상정돼 162명 중 158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한나라당에서 김부겸 의원 1명이 반대했으며, 김홍신 의원 등 2명과 무소속인 박관용 의장은 기권했다. (·····)
  한나라당은 이날 특별검사가 최대 180일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원안 대신, 수사를 최초 70일에 이어 필요할 경우 1차 30일, 2차 20일 등 총 120일 동안 할 수 있게 바꾸고, 법안 명칭도 ‘대북 뒷거래 의혹 사건’에서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으로 변경한 수정안을 제출해 통과시켰다.
특검제 법안이 통과된 것은 1999년 ‘옷 로비 사건’과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발언 사건’, 2001년 ‘이용호 게이트’에 이어 사상 네 번째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대한변호사협회에서 2명의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받아 그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며, 특별검사는 20일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4월 초쯤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대상은 산업은행이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출한 돈의 대북송금 의혹, 2000년 5월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송금한 1억5000만 달러 등 현대가 계열사에서 모금한 5억5000만 달러 대북송금 의혹, 2000년 7~10월 현대전자의 영국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 매각대금 등 1억5000만 달러 대북 송금 의혹, 이와 관련한 청와대,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의 비리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와 같은 날짜 31면에 「특검, ‘진실이 국익’이란 자세로」라는 사설을 실었다.

  특별검사의 몫으로 돌아간 대북 비밀송금 의혹에 관한 수사의 기본은 어떠한 유보나 제한도 없이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특별검사가 ‘진실이 곧 국익’이란 자세로 의혹 속의 대북송금 전모를 낱낱이 밝혀낸 후에 야만, 이 사실에 대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국익 판단의 기준도 세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특검의 성역 없는 수사가 지금까지 권력의 편의적 국익 판단에 의해 왜곡되어왔던 대북관계를 뒤늦게나마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은밀한 부분들을 까발리는 게 현대를 파산 상태로 몰아 넣고 남북관계에 치명적 상처를 입힐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오히려 진실을 덮는 불투명성이 장기적으론 현대의 신인도(信認度)와 남북관계를 더욱 위태스럽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남북거래에 관계한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권력 실세들이 그들의 행위를 통치권적 차원의 결단이란 구시대적 보호장치로 가리려 해왔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정파적·비밀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초당적 국민적 합의에서 멀어져갔다. 5억 달러가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과 그 돈이 과연 북한 주민을 위해 쓰여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국민 속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검에 의한 엄정한 수사는 이런 의미에서 불건전한 남북거래 관행에 길들여져온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교훈이 될 것이다.
  신임 노무현 대통령 정부도 비밀송금 의혹을 그대로 덮어두는 것은 전 정권의 짐을 자신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나아가 향후 북한과의 어떠한 대화나 협상도 공작적 뒷거래라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 특검 수사에 대해 자발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3월 1일자 사설(「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명분 없다)」을 통해  노무현이 특검법안을 거부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국회에서 통과된 ‘대북 뒷돈 의혹’ 특별검사제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현실성도 없다.
  특검법 통과는 법 절차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하자가 없었다. 민주당이 특검법 표결 때 퇴장했지만, 그동안 국회에서 퇴장은 상대방의 표결 처리를 소극적으로 용인하는 의사 표시로 이용되어 왔다. 이렇게 통과된 법안에 대해 ‘하자’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다면 거부권은 수도 없이 행사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14년 간 거부권은 한 번도 행사된 적이 없다.
  여론도 특검이 이 의혹을 파헤쳐 남북 간 뒷거래 관행을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고 있고, 대통령직 인수위는 ‘국민적 의혹 사건에 대한 한시적 상설 특검제 실시’를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도 있다.
  만약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야당의 강력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새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여야 관계가 파국을 맞는다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거부권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청와대의 태도가 명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3월 14일 대통령 노무현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는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안대로 공포하기로 의결했다. 청와대와 민주당 게시판에는 특검 수용을 비판하는 하는 글과 그것을 반박하는 글이 홍수를 이루었다.

  논란이 가열된 까닭은 일부 네티즌들이 “햇볕정책 계승을 내걸고 당선한 노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파괴하고 한나라당과 그 지지세력에 손을 내민 것은 배신행위”라는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력을 정치권에서 내몰고, 그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지고 자 특검을 수용했다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토론은 김대중 지지와 노무현 지지자의 대결 양상을 띠었다. 일부는 영남 대 호남의 대결로도 이어졌다 (<한국현대사산책- 2000년대편 2권>, 244쪽).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노린 것은 민주당의 김대중 지지파와 노무현 추종파 간의 분열이었음이 분명하다.

특검 반대론자들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남한의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물적 지원을 비밀리에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무현이 그런 ‘통상적 관례’를 사법 처리 대상으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고 공격했다. 그들은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안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노무현을 거칠게 비판했다.

‘여소야대’ 정치구도 안에서 약세를 벗어날 수 없었던 노무현은 민주당 안에서조차 절대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험난한 길을 걸어야만 했다.

조선일보는 3월 15일자 사설 (「특검, 이제 진실을 향해 나아가라」)에서 이례적으로 노무현을 ‘칭송’했다.

  대북 비밀송금 사건 특별검사법안을 노무현 대통령이 원안대로 공포한 것은 정도(正道)였다. 이 법안이 남북 관계와 여야 관계, 그리고 여권 내부의 관계 등 복잡한 이해와 얽혀 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으로선 나름의 상당한 진통과 고민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결정은 현 정국이 특검을 비켜갈 수 없는 상황인 점을 바로본 것이다. 북핵과 대미 관계, 경제 위기 등 산적한 현안에 정부가 전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특검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에서 빠져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
  이 사건의 본질은 누가, 왜,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게 비밀자금을 보내야 했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에 돈을 보내기로 한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리고 그 자금의 조성 과정과 송금 경로는 어떠한 것이었는지에 관한 내용들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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