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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사생결단’ 부른 세무조사(2)조선일보 대해부 5권 - 6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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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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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방상훈 고발 이후 조선일보의 ‘융단폭격’

2001년 6월 30일자 조선일보 1면에는 「조선·동아·국민 대주주·법인 고발 / 중앙·한국·대한매일은 법인만」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국세청은 142일 간에 걸쳐 실시된 신문사 세무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하고, 조선·동아·중앙·한국·국민·대한매일 등 6개사를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또 이날 조선·동아·국민일보 3개사에 대해서는 법인과 함께 대주주도 검찰에 그 혐의 사실을 통보했다.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세청 본관 12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금 포탈 혐의가 드러난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 신문사 대주주 4명과 조선·동아일보 등 6개 신문사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조선일보(계열사와 대주주 포함)에 864억 원, 중앙일보(계열사 포함)에 850억 원, 동아일보(계열사와 대주주 포함)에는 827억 원의 추징 세액을 각각 부과했다. 이들 3개 신문사의 세금 추징액을 모두 합치면 2541억 원에 달한다. 이는 세무조사를 받은 23개 언론사의 전체 세금추징액(5056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
  그러나 국세청은 매출액이 신문사에 비해 3~4배나 많은 KBS MBC 등 방송사에 대해서는 “조세범칙 혐의가 없다”며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지난 2월 8일 23개 언론사에 대한 정기 법인세 조사에 착수한 뒤, 조선·동아일보 등 6개 신문사에 대해서는 6월 19일부터 조세범칙 조사로 전환하여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벌였다.

조선일보는 6월 30일자 2면에 「조선일보의 사명감」이라는 사설을 올렸다.

  국세청이 4개월여에 걸쳐 23개 중앙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 결과가 드러났다. 국세청은 28일 각 언론사에 추징세액을 개별 통보했다. 조선일보를 포함한 6개 신문사에 대해서는 29일 검찰고발 조치와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비교적 상세히 조사 결과를 공표하면서 비자금 조성, 주식 변칙 증여, 회사 공금 유용 등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비리 혐의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혐의를 받았다는 점만으로도 해당 언론사들은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언론사와 그 발행 책임자들은 남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특성상 일반 기업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스스로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독자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사명을 다할 수 있다. 신뢰가 무너지면 언론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조선일보는 지난 81년 간의 역사 속에서 변함없는 애정을 가지고 조선일보를 아끼고 키워준 수많은 독자들과 국민들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우선 충심으로 사과드린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조선일보는 이번 세무조사 결과가 세무회계와 기업회계 관행 간의 차이에서 발생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이의를 제기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국세청의 징세권 남용에 따른 무리한 과세에 대해 이의신청과 심판청구, 행정소송 절차를 밟아 그 타당성을 가릴 방침이며, 다른 언론사들도 대부분 동일한 입장일 것이다. 또 국세청이 일방적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고발한 사안 역시 궁극적으로 법정에서 그 시비가 판가름 날 것이다. (·····)
  (···) 이번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언론자유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를 야기했다. 세무조사가 정부의 주장대로 권력의 지시나 개입 없이 모든 대상 자에 공정하게 시행됐다면 언론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우연하게도 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숨통을 죄고, 언론사의 존립을 뒤흔드는 정반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
  그러나 ‘돈’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세 정의 구현’이라는 표면적인 명분과는 달리 이번 세무조사가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 이후 체계적·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대 언론 공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조선일보가 입수한 <새 정부 언론정책 추진계획>이라는 보고서에서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특정신문을 겨냥한 언론개혁을 검토했던 사실이 드러난 데서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조사에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시에 투입된 것도 이례적이거니와 방대한 요원 투입과 계좌 추적 등 집요한 조사 과정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
  (···) 지금 언론은 극도로 위축돼 있고, 광복 이후 가장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에도 언론통폐합 등 고비가 적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언론이 총체적인 위기의식을 느꼈던 적은 없다. 더욱이 우리는 이 같은 상황의 근저에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둘러싼 또 다른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누구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언론개혁’의 명분을 표면에 내세우고, 이면에서는 비판과 이견을 존중하는 다원주의적 사회관을 거부하면서 획일화된 사고와 목소리를 강요하는 의도가 숨어 있는 듯하다. 이는 자유언론의 존재의의와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는 어떤 대가와 굴레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더 나아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다는 사명감으로 당당한 언론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이번 사태를 극복할 것이다. 어떤 정치적 요철에도 언론은 언제나 굳게 살아남았다.

이 사설은 “독자들과 국민들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우선 충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본론에서는 “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숨통을 죄고, 언론사의 존립을 뒤흔드는 정반대 결과” “이번 세무조사가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 이후 체계적·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대 언론 공세의 한 축” “자유언론의 존재의의와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선일보가 차라리 “검찰의 공정한 수사와 법원의 정당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했으면 그 신문의 역사적 행태를 익히 아는 사람들이 공감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는 국세청이 ‘조세 포탈 혐의’로 사장 방상훈을 고발한 6월 29일 이래 김대중 정권을 공격하는 사설을 줄기차게 내보냈다. 그야말로 ‘융단폭격’이었다. 그런 사설들의 중요한 대목을 요약해 보겠다.

· 「 누가 지시했나」(7월 2일자)

  정권의 비판언론 ‘장악 작전’의 사령탑은 누구인가? 야당은 사태 초기부터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지목해왔고, 적잖은 여권 핵심인사들도 그렇게 말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요즘 들어 김 대통령은 물론, 자신들도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김 대통령이 사령탑임을 보여주는 직·간접적인 증거들은 이미 너무 많이 드러나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29일 일부 언론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지난 연말, 연초에 내부적으로 언론사 세무조사 대상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론개혁’을 말한 것은 국세청 내부 논의가 있은 지 열흘 정도 뒤인 올 1월 11일. 김 대통령이 국세청으로부터 조사계획에 대한 기초적인 보고를 받은 뒤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이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도록 지시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흐름이다.
  야당은 국세청의 기초 조사도 김 대통령이 여권 인사들로부터 건의를 받고 지시해 시행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나라당 박관용 언론자유수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점에 대통령이, 그 아래 ‘10인 언론공작팀’이 있다”고 주장했다.

  · 「야당의 ‘집권욕’이 무슨 죄악인가」(7월 3일자)

  어느 정당이나 정치인이 국민의 많은 지지를 얻어 집권에 이르겠다는 것은 민주정치의 기본으로서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곧 정당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집권 목표나 의지가 무슨 잘못이라도 되는 양 이를 매도하고 죄악시하는 일이 있다면 이건 분명 정상적인 정치풍토가 아니다. 그런데 현 집권당은 언제나 다른 정당의 ‘집권욕’을 헐뜯지 못해 안달이다. 틈만 나면 ‘아무 아무개의 집권 욕심’ 운운하며 난리를 핀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이회창 총재의 집권욕 때문에’를 소리 높여 합창하고 있다.
  야당이 권력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고 나서자, 민주당은 “한나라당은 이제 언론사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방해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 총재 집권을 위해 공권력을 철저히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요컨대 이 총재가 대권전략 때문에 ‘백을 흑으로’ 모는 억지를 계속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정 언론 목 조이기를 바탕에 깐 이번 세무조사에서 어느 것이 흑이고 백인지는 나중에 반드시 밝혀지겠지만, 자기 당의 ‘정권 재창출’ 목표는 성스러운 것이고, 남의 당의 집권 목표는 불순하고 사악한 것이라는 인식을 대놓고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집권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의 대통령만한 경우가 없을 것이다. 지난 70년대부터 20여년 간 대선에서 세 번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전 국민 앞에 선언했다가 이를 뒤집고 다시 출마하여 끝내 청와대 주인이 된 사실을 이제 굳이 되짚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집요한 집권욕의 결과였다.

  · 「청와대의 ‘무관’과 ‘공정 보장’」(7월 4일자)

  언론 세무조사가 장장 140여일이나 계속되는 동안 김대중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세청의 언론사주 고발 발표 바로 전날 청와대에서 있은 검찰 간부들과의 오찬석상에서도 ‘민간비리의 척결’ 정도에 머물렀다. 그런 김 대통령이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국세청 조사에 대해 “어떠한 간섭도 없이 공정성이 완벽하게 보장된 것”으로 평가하고 나섰다. 또 검찰 수사를 포함, “이 모든 것이 법과 원칙에 따라 가장 공정하게 처리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법과 원칙’ 그리고 ‘공정성’에 대한 김 대통령의 다짐은 그 자체만으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세무조사를 당한 언론사로서는 대통령의 그러한 발언의 순수성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대통령은 선진 어느 나라와도 달리 국세청, 검찰 등 사정권(司正權)까지 장악하고 있는 막강한 ‘제왕’이라는 점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대통령과 청와대임에도 이번 세무조사에서만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왔다. (·····)
  (···) 국세청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향후 검찰 수사는 어찌될 것인가. 우리는 대통령의 ‘법과 원칙’ 발언 자체가 앞으로의 수사와 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차라리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과 애써 ‘무관’과 ‘공정’을 강조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과거의 무슨 무슨 ‘풍(風)’사건에서도 우리는 통치권자가 미리 예단을 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사태를 여러 번 목격해야 했다. 우리는 청와대의 ‘무관’과 ‘법과 원칙’을 지켜보겠으며 언젠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 「국세청 ‘잘못 부과’ 44%」(7월 17일)

  지난 3년간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부과한 세금 중 잘못 부과한 것으로 판정된 액수가 무려 2조300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과세권 남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국세청과 국세심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간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더 내라고 부과한 18조3176억 원의 세액 중 납세자의 불복신청이 받아들여진 금액이 현재까지 2조3000억 원에 달하며, 최종적으로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
  법무부가 지난해 처리한 국가소송 사건 1902건 중 국세청 관련이 전체의 28.6%에 달하는 544건으로 가장 많은 데서도 드러나듯이 조세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또 지난 99년의 경우 세금 추징과 관련해 감사원으로부터 시정을 지적받은 건수가 127건에 달해 단일 부처로는 가장 많았다. (·····)
  더욱이 현 정권을 포함해 역대 정권이 자신들의 당파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세무조사를 악용해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아 ‘세정(稅政)’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훼손돼 있는 상태다.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과 함께 세무행정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 「‘세금 권력’ 국세청장」(7월 18일자)

  안정남 국세청장이 99년 취임 직후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통일재원 마련…’ 운운하는 서명을 했다는 사실은 납세자인 국민을 경악케 한다. 대북사업 참여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자제하도록 지시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서슴없이 그런 초법적, 그리고 권한 밖의 발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지 궁금하다. 나라의 세금을 매기고 거두는 책임자로서 그가 갖고 있는 사고방식과 성향이 조세행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렵기까지 하다.
  여러 말 필요 없이 국세청장의 임무는 조세법에 따라 나라살림에 쓸 세금을 정확하고 공평하게 징수하는 일이다. 그것으로 국세청장이 할 일은 끝나는 것이고, 그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는 국세청장이 관여할 분야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세금을 거둬 ‘통일사업’에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의 포부를 공공연히 밝힌 것이다. 또 어디에는 세금을 더 매기고 어디는 봐주고 하는 것은 그의 권한을 넘는 월권이다. 따라서 남북경협 참여 기업에 세무조사를 자제하라는 지시는 월권임은 말할 것 없고, 공정성과 공평을 생명으로 하는 세무조사가 특정한 의도에 따라 자의적으로 행사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안 청장의 최근 ‘정치적’ 언행과 행적은 언론사 세무조사의 진행과 맞물려 잦은 구설을 자아내고 있다. 국회에서 “경영과 관계 없는 논설위원들에 대한 계좌 추적은 전혀 없다”는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해 위증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직접 자민련 당사를 찾아가 “국정조사를 못 열게 도와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선진국들이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이중삼중의 엄격한 장치를 두는 것은 국세청의 권한 행사가 정치적으로 왜곡될 경우 개인과 기업을 파멸시키는 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정치적 소신을 갖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안 씨는 국세청장으로서의 금도(襟度)를 지켜주기 바란다.


방상훈 구속과 재판 결과

  조선·동아 등 6개 신문사 세무조사 고발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지검은 16일,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 동아일보 전 명예회장 김병관과 전 부사장 김병건, 국민일보 전 회장 조희준, 대한매일 사업지원단 전 대표 이태수 등 5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방 사장과 김 전 명예회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국민일보 조 전 회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를 적용하고, 동아일보 김 전 부사장과 대한매일 사업지원단 이 전 대표에 대해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만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구체적인 포탈세액 등에 대해서는 피의사실 공표죄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조선일보 8월 17일자 1면).

조선일보 8월 18일자 1면 머리에는 「조선 방상훈 사장·동아 김병관 전 명예회장 등 언론사 대주주 3명 구속」이라는 기사가 올랐다.

  서울지법은 17일 조선·동아 등 6개 신문사 세무조사 고발사건과 관련,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 국민일보 조희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이들 3명은 이날 밤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러나 법원은 함께 영장이 청구된 동아일보 김병건 전 부사장과 대한매일신보 사업지원단 이태수 전 단장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
  검찰은 방 사장에게 세금포탈 63억 원에 횡령 50억 원, 김 전 명예회장은 세금포탈 42억 원에 횡령 18억 원, 조 전 회장에 대해선 세금 25억 원 포탈에 7억여 원의 횡령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
  이에 대해 조선일보 측 변호인들은 “검찰이 횡령액이라고 주장하는 50억 원은 개인적으로 단 1원도 사용한 일이 없고 회사를 위해 공적으로 썼다”며 “앞으로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지난 10년 간 조선일보가 다른 어느 언론사보다 성실하게 납세해 온 점도 강조하며 구속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방상훈은 8월 17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심문 끝 부분에 영장 전담 판사 이제호가 법절차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자 법정에 출두하기 직전 조선일보 사우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읽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에게는 탈세라는 혐의가 씌워졌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는 지난 10년 동안 30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했습니다. 이는 국내의 다른 모든 신문사들이 납부한 금액의 총액보다 많은 액수입니다. 저희 가족들도 남부끄럽지 않을 수준의 증여세를 납부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조선일보는 바보처럼 우직하게 세금을 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금은 낼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내는 게 좋겠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해왔고, 대한민국의 어느 기업보다도 깨끗한 회계 장부를 유지하려고 애써왔습니다. 앞으로 모든 것이 법정에서 판정이 나겠지만, 정직하게 회사 경영을 해보겠다고 안간힘을 기울여온 한 경영인이 그 일로 법정에 서게 되는 참담한 심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사라는 법인체의 사장이자, 조선일보라는 신문의 발행인으로서 저는 그동안 두 가지 신념을 고집해왔습니다. 하나는 신문 미디어의 생명인 언론자유를 확보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한 재정 독립입니다. 저는 권력이나 광고주, 그리고 어떤 정파에도 예속되지 않는 언론자유야말로 신문 미디어의 출발점이자, 신문 산업의 가장 원초적인 환경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언론자유와 재정 독립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분리할 수 없습니다.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언론사들이 특정 권력이나 특정 광고주, 그리고 특정 사회 세력과 결탁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잘 목격하고 있을 줄 압니다.
  김대중 주필은 조선일보에는 수백 개의 펜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개의 펜이 꺾이면 다음 펜들이 다시 언론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펜을 들고 있는 기자는 아니지만, 한국 최대 신문의 발행인으로서 외부의 모진 협박과 탄압으로부터 수백 개의 펜들을 지켜주려고 애써왔습니다. 조선일보의 펜들이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며 독자들 앞에 올곧게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조선일보의 펜들이 언론자유를 훼손하려는 세력들에게 날카로운 정의의 비수로 날아갈 수만 있다면, 그리고 조선일보의 펜들이 한민족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새 희망의 불을 지필 수만 있다면, 저에게 그 어떤 오명(汚名)이나 그 어떤 고난이 뒤따르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이번 싸움은 특정 정권이나 특정 단체들과의 싸움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싸움은 독자들을 위한 싸움입니다. 저희는 어떤 권력이나 어떤 세력의 공세에 대적하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좀 더 양질의 미디어 상품을 제공해야 하고 독자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저는 앞으로 어떤 고초가 따르더라도 발행인으로서의 신념을 꺾거나 지조를 굽히는 결정을 하지 않겠습니다(조선일보 8월 18일자 4면).

방상훈이 법정에서 읽은 ‘사우들에게 보낸 이메일’의 내용 가운데 “조선일보는 바보처럼 우직하게 세금을 냈던 것” 같다는 말은 재판에서 그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이었다.

그러나 “저는 한국 최대 신문의 발행인으로서 외부의 모진 협박과 탄압으로부터 수백 개의 펜들을 지켜주려고 애써왔습니다”라는 주장은 진실성이 박약하다. 1993년 3월 11일 방상훈이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누가 ‘모진 협박과 탄압’을 가했다는 것인가? 그날부터 2001년 8월까지 8년 남짓 동안 4년 가까이는 김영삼 정권 시기였고, 3년 반쯤이 김대중 정권 시기였다. 그 두 정권이 조선일보에 대해 ‘모진 협박과 탄압’을 가할 힘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안티조선’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을 뜻하는가?

방상훈은 마치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선봉장’처럼 이렇게 말했다. “조선일보의 펜들이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며 독자들 앞에 올곧게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조선일보의 펜들이 언론자유를 훼손하려는 세력들에게 날카로운 정의의 비수로 날아갈 수만 있다면, 그리고 조선일보의 펜들이 한민족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새 희망의 불을 지필 수만 있다면, 저에게 그 어떤 오명(汚名)이나 그 어떤 고난이 뒤따르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가 ‘세금 포탈’로 옥살이를 하던 시절과 그 이후에도 조선일보는 진보세력의 개혁에 흠집을 내고 수구보수세력의 기득권을 옹호하면서 신문 자체가 ‘언론권력’을 휘두르는 길로 치달았다. 그 모든 실상을 <조선일보 대해부 5>의 뒷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 대통령 김영삼은 방상훈이 법정에서 읽은 ‘이메일’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이  8월 19일 언론사주 구속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사 사주들을 대거 구속시킨 것은 언론사로부터 완전히 손을 떼라는 공개협박”이며 “집권 기간의 수많은 실정을 호도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국민을 속여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권을 계속하려는 재집권 쿠데타의 일환”이라는 것이었다(조선일보 8월 20일자 2면).

6개 신문사 세무조사 고발사건을 조사해온 서울지검은 9월 4일  6개 신문사 법인과 대주주 및 법인 대표 등 관련자 1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 중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 국민일보 조희준 전 회장 등 3명은 구속기소했다. 또 조선일보 방계성 전무와 동아일보 김병건 전 부사장, 중앙일보 송필호 부사장 및 이재홍 경영지원실장, 한국일보 장재근 전 사장, 대한매일의 이태수·정대식 전 사업지원단 대표·김문진 전 전무·김학균 총무국장 및 대한매일의 탈세를 도운 혐의로 세무사 김모 씨 등 10명은 불구속기소했다. 당초 국세청이 고발한 대한매일 김행수 상무는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검찰 수사는 지난 6월 29일 국세청 고발 이후 68일 만에 종결됐다(조선일보 9월 5일자 1면).

10월 15일 열린 언론사 세무조사 고발사건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방상훈은 “진정한 언론개혁은 무엇보다 특정 정권이나 정파, 이념, 그리고 광고주나 이익집단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언론자유를 확보하는 일”이라며 “이번에 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런 고난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하기보다는 한국 언론계에 언론자유를 확고하게 다지는 기나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 낭독한 진술을 통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국내 언론계는 양분됐지만 이 시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한국 언론 전체이며, 한국의 언론자유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조선일보 10월 16일자 1면).

검찰은 피고인 방상훈에게 징역 7년에 벌금 130억 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그는 구속된 지 82일 째인 11월 6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서울지방법원 형사30부는 2002년 9월 30일 1심 선고공판에서 방상훈에게 징역 33년에 벌금 56억 원을 선고했다. 방상훈은 즉각 항소했고, 2004년 1월 14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25억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제1부는 2006년 6월 29일 방상훈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25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판결에 따라 방상훈은 조선일보사 사장직을 사임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5개월 반 만인 2008년 8월 15일 방상훈이 ‘형 선고 실효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 대상자’에 포함되자 대법원에서 확정된 형과 벌금은 효력을 잃게 되었고 그는 사장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조선일보 세무조사가 남긴 것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주요한 대상으로 삼은 세무조사는 대통령 김대중이 직접 지시한 것인지 여부를 떠나 실정법에 따라 실질적 언론사주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조선·동아가 김대중 정권을 향해 퍼부은 ‘사생결단’의 역공과 한나라당의 ‘지원사격’은 세무조사 자체의 정당성과 합법성에 재를 뿌렸다.

보수언론이 김대중 정권을 향해 살기를 띠고 있던 시기인 2002년 5월 김대중의 3남 김홍걸이 체육복권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해서 청탁을 한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이른바 ‘최규선 게이트’)로 구속되었고, 두 달 뒤인 7월에는 차남 김홍업이 기업체들한테서 불법자금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2003년에는 장남 김홍일이 ‘나라종금 사건’ 당사자한테서 1억5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당했다.

대통령의 아들 세 명이 모두 사법처리를 받게 되자 시중에는 ‘홍삼 트리오’의 비리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그것을 호재로 삼아 김대중을 가차 없이 공격했다. 외환위기를 지혜롭게 수습한 데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한 업적으로 한때 높이 올랐던 김대중의 인기는 20% 밑으로 떨어졌다. 임기 말에 그는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이 사회 전반의 개혁은 물론이고 언론 개혁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먼저, 개혁의 주체를 확고하게 세우지 못한 것을 들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민주화운동을 해왔다고 자부하던 민주당의 핵심 인물 다수는 국민의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하거나 공기업의 경영자가 되면서 개혁보다는  특권을 향유하는 일에 몰두했다. ‘정현준 게이트’(2000년), ‘진승현 게이트’(2000년), ‘이용호 게이트’(2001년), ‘최규선 게이트’(2002년)에는 김대중의 측근이나 아들들이 어김없이 개입했다.

국민의 정부는 부패방지법, 돈세탁방지법 등을 만들어 정치적 부패를 청산하려고 시도했으나 잇달아 터지는 비리와 추문 때문에 이렇다 할 결실을 보지 못했다.

국민의 정부는 빈부 격차를 줄여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 집권 후기에는 오히려 재벌 또는 대기업의 기득권을 더 강화하는 데 치우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재벌의 은행 소유 허용, 출자총액 제한 폐지 완화 같은 정책이 대표적이었다.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주역으로서 김대중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언론 개혁이었다. 그러나 그는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일간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채 족벌언론체제를 강화하면서 나라의 민주화와 겨레의 통일을 저해하는 현실을 혁파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못했다. 법과 제도를 과감하게 고쳐서 족벌의 언론 지배를 막고, 자주적이고 공정한 매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김대중은 임기 후반인 2001년 초에 언론사 세무조사를 시작함으로써 ‘당연한 일’이라는 여론의 지지는 받았으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결정적으로 응징하는 데는 실패했다. 두 신문사의 실질적 사주들이 오랏줄에 묶여 법정으로 가는 장면은 ‘역사적 심판’이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었지만, 그들이 김대중에 대해 ‘철천지한’을 품게 만들기도 했다. 그들이 옥살이를 하는 동안 두 신문의 지면은 ‘김대중 정권 무너뜨리기’에 전력을 다했다.

김대중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축적된 진보세력의 힘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함으로써 임기 말년을 고단하고 외롭게 보내야만 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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