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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대 대선- IMF 폭풍에 휩쓸려 간 ‘북풍’(3)조선일보 대해부 4권 - 55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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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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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P 때리기

10월 27일 신한국당에 또 한 번 타격이 왔다. 김종필이 밤 늦게 청구동 자택을 찾아 온 김대중에게 이른바 ‘DJP 후보 단일화’ 약속을 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29일자 사설(「DJP 계약’의 속과 겉」)에서 그 구상이 정권 교체 또는 ‘김영삼 세력’ 교체를 위한 이질적인 세력들 사이의 전략적 제휴라는 점에서 “그만큼 김대중 총재의 집권 의지는 끈질기고, 김종필 총재의 ‘김영삼 증오심’은 깊고도 깊다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설은 “이것은 집권전략에 있어 전과는 달리 야권이 오히려 세를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이번 ‘구상’으로 한국 정계에도 이제는 ‘계약’ 개념이라는 것이 도입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 점은 ‘야합’이라는 반대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 나름의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라고 일정 부분 긍정 평가하면서도  부정적인 측면을 집중 강조했다.

(…) 하지만 이른바 DJP 연합은 선거 결과에 따른 내각제적 연립정권과는 달리, 선거도 하기 전에 장관직부터 나누어 먹자고 계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성격과 모양새가 너무 술수적이라는 평도 들을 수 있다. 또 이 계약이 언제 다시 토사구팽 식 배신과 위약으로 깨어질지 모른다는 불신과 냉소를 받을 수도 있다. 그만큼 3김적인 정치문화의 도덕적 신뢰도는 낮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예컨대 ‘김일성 조문 논란’과 관련해 중앙정보부장 출신이자 유신정권 총리 출신인 김종필 총재와, 그 기관, 그 정권의 최대 적대자이자 피해자였던 김대중 총재는 서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인사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통일문제, 대북정책, 노사문제 등에 있어 과연 어떻게 같은 보조를 취할 수 있겠는지 심히 궁금한 노릇이다.
정치사적인 맥락에서도 ‘김대중적인 경향성’과 ‘김종필적인 경향성’의 제휴가 과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대타협이나 대화해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김영삼·노태우 식 3당 통합 같은 또 하나의 마키아벨리즘이자 위선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 ‘구상’은 그러나 집권 시에는 내각제 개헌을 앞에 둔 잠정정권 수립안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럴 경우 개헌이라는 큰 소용돌이가 우리 정국을 또 한 번 심하게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일말의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북한의 동향이 심상찮을 앞으로의 2년 사이에 말이다.

11월 1일자 ‘김대중 칼럼’(「‘3김’으로 보낸 33년」)은 더욱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자신의 기자생활이 바로 ‘3김’과 더불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운을 뗀 칼럼은 3김이 지나온 오랜 한국 현대사의 어두움을 일별하고는 “나의 33년 기자생활은 이처럼 3김 씨의 순열조합이랄까 짝짓기 게임에 휘말려 다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많은 사람들이 3김 청산을 얘기해왔다. 3김 씨가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며 또 굳이 나이 때문만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왜 30∼40년을 3김 씨에 묻혀 헤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고 ‘참신’에 대한 동경 때문이기도 했다”고 한탄했다.

그 칼럼은 그러나 이제 김대중·김종필·박태준이 연대하고 김영삼이 김대중과 ‘밀담’을 나누는 모습에서 시쳇말로 “3김 청산 좋아하네”를 느낀다면서 요즘 김대중·김종필·박태준의 연대를 가리켜 ‘777연대’라고 부른다는 시중의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3김’의 이야기를 이제 기자를 마감하는 퇴장의 문턱에서도 여전히 써야하는 나의 기자인생은 3김으로 인해 찌들고 퇴색하고 재미 없어졌다. 그래도 ‘3김 밖에 없다’면 그것은 우리 시대의 업보이고 내 자신의 팔자가 아닐까?”라고 글을 맺었는데, 그는 2014년에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김대중·이회창 각축 구도 만들기

11월 4일 이인제가 국민신당 후보로 선출되자 조선일보는 5일자 신문에서 「이인제 씨 대선후보 선출 / 국민신당 창당…총재에 이만섭 씨」라는 기사는 4단으로 작게 취급하고 1면 머리에는 「대선정국 새 쟁점 청와대 신당 지원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부제목들만 봐도 의도는 분명했다. 「“신 3김 정치 술수” 맹비난: 신한국당 / “창당자금 출처 공개하라”: 국민회의 / “ 이 전 지사 지지 사실무근”: 청와대 / “ 중상모략…구정치인 작태”: 국민신당」

요컨대 김영삼 세력이 신당 창당에 깊숙이 개입해 이인제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11월 5일자 사설(「청와대 측근들의 처신」) 본격적으로 그 문제를 거론하면서 “청와대 참모들은 스스로 엄정 중립인지 아닌지를 재확인하고서 전자라면 그에 맞게끔 처신해야 하며, 후자라면 모든 YS계는 신한국당과 헤어져 공개적으로 이인제 씨 쪽으로 합류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신당 역시 정히 ‘YS 신당설’이 싫으면 ‘YS 통치 5년’에 대한 공감할만한 비판적 백서라도 발표해서, 시대가 요구한다면 이인제 씨도 YS를 정면으로 부정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촉구했다.

소설가 이문열은 조선일보 11월 12일자 시론(까마귀 날자 배가…」)에서 청와대를 향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 좋지 못한 우연의 일치를 나타내는 우리 속담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게 있다. 지금까지의 경과로 보아서는 청와대가 국민신당 창당자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이 바로 그런 경우를 과장한 낭설 쪽으로 심증이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날아간 까마귀와 떨어진 배 사이의 인과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 같지는 않다.
날짜는 정확하지 않지만 집권 전반기의 어떤 대담에서 대통령은 세대교체론을 말하면서 의중의 차기 후보를 ‘뜻밖으로 젊은’ 혹은 ‘놀랄 만큼 젊은’이란 표현으로 드러낸 바 있다. (…) 대통령의 직계라 할 거물들이 이전의 정치적 서열이나 역학관계와 무관하게 국민신당에 줄줄이 입당하는 것 (…) 창당자금 문제도 (…) 주머니 돈 꺼내 쓰듯 아무 잡음 없이 창당이 끝나자 의심은 절로 청와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외국인의 말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지난 수십 년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국내정치에 관한한 모두가 정치평론가 수준에 올라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진작부터 신한국당의 경선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단수 높은 정치지도자의 기발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물 나고 역겹기까지 한 정치술수로 의심하고 관찰하는 사람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선거일을 딱 하루 앞둔 12월 17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이회창「·김대중 선두 각축 / 이인제, PK 선전…추격중: 대선 판세 / 나이·지역별 투표율이 좌우할 듯 / “양자 대결로 압축… 승리 자신”: 한나라당 / “분석 결과 3∼4%차 이긴다”: 국민회의/ “1·2·3위 지지율 격차 좁혀”: 국민신당」이었다. 11월 22일 한국 갤럽이 실시한 선거 개시일 전 허용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김대중 33.1%, 이회창 28.9%, 이인제 20.5%가 나오긴 했지만 12월 17일자 조선일보의 양자 대결 보도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대선을 이틀 앞둔 16일 각 당의 판세 분석과 본사 취재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선두를 놓고 현재 예측 불허의 대혼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을 뿐이다.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 간의 격차는 당별 분석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오차의 한계 범위 내여서 승부를 속단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 간의 차이는 대체로 오차의 한계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평가·분석되고 있다”는 대목은 ‘DJ 대통령’이 싫은 사람들에게 ‘사표 방지 심리’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난받아 마땅한 편파적인 주장어었다.

머리기사와 맞물려 「“기사 빼라” 본보 발송 막아 / 국민신당, 본사 부산·창원·대구 인쇄공장서 시위 / 본사선 인쇄 포기… 협박전화·신문 탈취 불태워」라는 제목의 큼지막한 5단 기사가 국민신당 당원들이 조선일보 앞에서 시위하는 사진과 함께 실렸고 그 옆에는 3단으로 「“선관위 유권해석 받은 기사: 언론자유 침해” / 국민신당 폭거에 대한 본사 입장」이 나왔다.

국민신당 당원 1백여 명이 전날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15대 대선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양자 구도로 몰아 보도한 17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를 삭제하라”며 신문 발송을 가로막고 5시간여 동안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과 이에 대한 조선일보의 입장을 밝힌 기사였다. 전날 시위 현장에는 취기가 오른 것으로 보인 조선일보 주필 김대중이 나타나 긴장감이 가득한 군중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국민당원 당원들을 향해 “너네들, 내일 모레면 끝이야. 국민회의, 국민신당 너희는 싹 죽어, 까불지 마” “내일 모레면 없어 질 정당이…”라며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의 당선을 확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기자협회보〉가 전했다.


금융위기 뒤집어씌우기

김대중은 12월 3일 IMF가 요구하는 서약서에 서명하면서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대량 실업과 연쇄도산 방지를 위한 추가협상 의지를 밝히는 공문을 대통령 김영삼에게 보냈다. IMF 지원에도 금융위기가 악화되면서 이 같은 재협상론이 갑자기 선거 쟁점이 되어 있었다.

조선일보는 12월 9일자 사설(「‘IMF 재협상’의 위험성」), 12월 11일자 1면 머리기사(「정치권 “IMF 재협상” 발언 외화난 악화 부채질 / 국제 금융시장 “한국 못믿겠다” / 국내언론 감정적 보도까지 한몫 / IMF 지원 받고도 “위기” 지속」), 사설(「불신 심화시킨 재협상론」), 5면 ‘최청림 칼럼’(「너무 많이 약속한다 / 장밋빛 공약 남발/ 무책임한 재협상론 / 인내·-고통 호소를」) 등으로 김대중 후보을 집중 난타했다.

요즘 대선 정국에서 들려오는 발언을 보면 우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인지, 경제를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 부도를 모면하기 위해 IMF 차관을 들여오기로 한 데 대해 정치권도 어쩔 수 없이 동의했고, 비록 단서를 붙이기는 했어도 대통령에게 협정을 이행하겠다는 각서까지 써주었는데도 이제 와서 다시금 ‘재협상’을 거론하는 것은 (…) 대외적인 신뢰를 더욱 손상시킬 우려가 있으며 (…) 만약 IMF 등 국제 금융기구들이 우리 정치권의 ‘재협상’ 운운을 의심해서 자금 지원을 줄인다면 외환 위기는 극복되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고, 국가 신용에 파탄이 나면 다음 정권도 견딜 재간이 없을 것이다 .
그래서 대선 후보들은 표를 의식한 인기성 발언보다는 국가 경제와 장래를 생각해서 책임 있는 발언, 이익집단들의 인내와 자제를 요구하는 비인기성 공약도 내놓아야 마땅하다. (…) 금융개혁,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정부조직 개편 등 엄청난 파문과 저항을 유발할 난제들에 직면해 있다. 지금 대선 후보들이 해야 하는 것은 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통합의 모색이다 (12월 9일자 사설).

(…) IMF의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치솟고 해외 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신용 공여를 계속 꺼리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뉴욕타임스의 보도처럼 “한국이 약속한 프로그램을 집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외국의 의심 때문이다. 외국의 이 같은 의심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구제금융 협상이 끝나자마자 제기된 정치권의 IMF 재협상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야당 대선후보가 제기한 이 재협상론은 IMF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외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한국 정부가 구조 개혁을 신속하고 완전하게 실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빠지게 했는데 이런 우려감은 “김대중 씨가 IMF 조건들을 하나하나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함으로써 더욱 증폭되고 있다”(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는 것이 외국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 같은 외국의 불신은 현재의 다급한 국내 상황을 신속하게 개선하고 극복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위기를 장기화시킬 뿐이다. 이 점을 정치권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경제 현실을 단순한 정략의 차원에서 이용하려는 발상은 무책임한 단견이며 해악적인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물론 이번의 IMF 지원 협상은 우리 정부의 다급하고 미숙한 처지로 인해 부당하고 불리한 조건들을 적지 않게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IMF의 지원에 관련된 국제적 협약인 한, 우선은 성실하게 협약을 지킨다는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전제가 된다.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추락한 대외 신인도를 조속히 회복하는 일이며 이는 다른 어떤 노력보다도 외국에 대해 약속을 지키고 구제 개혁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이 될 것이다. 정치적 목적이나 근시안적 단선 논리 때문에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주장은 작금의 심각한 경제 현실의 개선에 장애가 될 뿐이다(12월 11일 사설).

우리 대선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하고 있다. (…) 대선후보들은 국민들에게 선심을 쓰듯이 온갖 것을 다 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교육 예산과 과학기술 투자를 늘리겠다, 농어민 부채를 탕감하겠다, 사회복지환경을 개선하겠다면서 너나없이 인기성 발언을 일삼고 있다. 돈이 없는 데도 말이다 .(…) 대선후보들이 표를 의식해서 허황한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선거생리 상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IMF 재협상 운운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신뢰와 믿음의 위기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에서, 국민 간에 불안을 해소시켜 신용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도 일부 대선후보들은 각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만 의식하여 신용 위기를 자초하는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
IMF 난국을 맞아 국민들에게 인내와 고통, 자제를 호소하는 대선후보를 찾아볼 수 없다. 저성장·고실업·고물가·고금리의 시대가 다가오는데도 장밋빛 공약만 떠들어댈 뿐 국가를 구하겠다는 고통의 전략과 비전을 용감하게 내놓는 후보가 없다. (…) 일관성 있는 추진력과 그들 나름의 철학과 비전을 갖춘 새 대통령이 나오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국민들과 국제사회는 오는 18일 선거를 통해 선출될 새 대통령이 어떤 철학과 비전을 담은 경제 위기 해소 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12월 11일자 ‘최청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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