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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거부하는 권력은 민주공화국을 말할 자격이 없다[언론노조 성명] 윤석열 대통령의 녹화신년대담에 부쳐
  • 관리자
  • 승인 2024.02.0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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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에게 ‘김치찌개 소통’ 운운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2월 4일 KBS에서 신년대담 녹화를 마쳤다. 임기 내에 벌써 두 번째 신년 기자회견이 무산됐다.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국내외 급박하게 변화하는 정세와 산적한 현안들에 대해 국민 앞에 답을 가지고 나서야할 자리들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술친구인 박민을 낙하산 사장으로 꽂아 ‘땡윤방송'으로 전락시킨 KBS와의 단독 대담은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대본대로 진행되는 ‘짜고 치는’ 연극이라는 세간의 의심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과거 다른 대통령도 녹화 대담을 한 적이 있으나, 즉시 대통령의 발언 전문이 공개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방송에 출연한 지 하루가 넘도록 무슨 말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코미디가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가 아니라 대통령의 발언 중에 무엇을 걸러내고 방송에 내보낼 것인지 아직 ‘편집 중’이라 그런 것인가?

사실, 누구도 윤석열 대통령이 당당하고 투명하게 기자회견에 나서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론장악과 노동탄압을 앞세우고 의회・정당 정치를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독재적 행태와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라는 황당한 사건들까지 잇따르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과 타협 대신 압수수색과 ‘격노’로 포장된 겁박을 자신의 정치적 언어로 사용해왔다.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던 출근길 문답이 온갖 설화와 왜곡된 언론관으로 인해 중단된 뒤부터 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매개체인 언론에 대한 정권의 태도도 무도한 탄압으로 점철되어 왔다.

지도자의 통치 행위에 대한 주권자의 상시적인 질문, 이의제기, 비판 기회 보장은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이 과정들을 통해 선거제도를 통한 민주주의의 형식은 내용과 실질을 채워나간다.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그러한 차원에서 민주적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거부하고 짜여진 대본에 기초한 대담에만 나선다면,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조롱하고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이 통제된 질문에 대해 정해진 답만 내놓는 모습을 우리는 보도지침을 언론에 내려보내던 전두환 군사정권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그 시절 보도지침이 특정 언론사와의 녹화대담으로 외형만 바뀐 것 말고는 내용과 실질에서는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신년대담 녹화가 있던 날, 대통령은 대국민 설 인사 영상을 위해 대통령실 직원들과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합창했다고 한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은 사랑도, 노래도 아닌 민주적인 소통과 합리적인 통치다. 방송독립법과 노란봉투법, 이태원특별법을 거부하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유예해야 한다고 외치는 대통령이 ‘사랑’을 운운한 그 순간, 사랑도, 이 나라도 참담해져 버렸다. 질문을 거부한 철모르는 권력의 노랫가락에 민주공화국이 흔들리고 있다.


2024년 2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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