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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정당법 문제 눈감는 헌재 존재 이유가 있나?[기고] 고승우 민언련 고문ㆍ언론사회학 박사
  • 관리자
  • 승인 2023.1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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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헌법재판소가 창립되었던 1988년과는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중략)
우리 앞에는 과거에는 상상 밖의 일이었던 새로운 과제들이 해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산업과 사회의 변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소득의 양극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도전에 관련된 헌법적 쟁점들을 심도 있게 검토함으로써, 우리 국민이 이룩한 이제까지의 발전이 계속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위의 글은 오는 10일 임기가 만료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2018년 취임하면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홈페이지의 소장 인사말에 적어놓은 말이다. [관련 글 보기]

그는 과연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도전에 관련된 헌법적 쟁점을 제대로 검토하고 바로잡았는가 하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궁금하다.

헌재의 역할은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밝히는 법률심판과 탄핵심판, 정당해산 심판 등을 담당하는 헌법기구다. 헌재가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을 정상화시키는 역할 등을 담당해 사회와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최근 헌재가 국민의 기본권, 인권 등과 직결되어 헌법소원(이하 헌소)가 제기된 국가보안법과 정당 설립요건과 관련한 정당법 일부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려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9월 26일, 헌재는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7조 1항·5항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하고 반국가단체를 규정한 2조와 이적단체 가입을 처벌하는 7조 3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같은 날 헌재는 정당 설립요건과 관련한 정당법 제3조, 제4조, 제17조, 제18조 등에 대해 합헌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연합뉴스 2023.9.26)

만약 헌재가 위의 법조항에 대해 헌소를 제기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했다면 한국 사회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나 참정권을 크게 확대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이 크게 신장될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지 않았다는 것은 헌재가 세계가 악법으로 지탄하는 국보법의 해악, 국민의 정치 참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반민주적 장치에 대해 눈을 감았거나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양심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글머리에 소개한 헌재 소장의 인사말은 허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헌법기관이나 그 구성원들이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헌재가 반민주적 법 챙기는 것은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는 비판 자초

국보법은 1948년 친일청산 주장 등을 억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정당법이 결정적으로 개악된 것은 조봉암 사법살인의 시기와 맞물린 1958년이다. 국보법과 정당법은 국가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정치는 국민의 머슴 역할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에 정면 위배된다.

국보법은 역사를 통해 볼 때 한시적인 이념을 민족보다 우선하는 반역사적, 반민족적인 법이다. 이 법은 특정 정치이념을 절대시하는 몰상식 내지는 파렴치한 발상의 추악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이 법은 중차대한 문제점은 국민주권 개념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것이다. 이 법에 의하면 남북문제는 국민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정치는 주권자인 국민이 자유스럽게 참여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한하고 있다. 헌재가 이런 점을 깡그리 무시하고 국보법과 정당법 가운데 독소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것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국보법은 국민이 주권자라는 헌법 1조부터 짓밟으면서 민족의 숙원이고 민족의 흥망이 걸린 남북통일 문제에 대해 국민이 적극 참여할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가 그 폐기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국보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지목하면서 거듭된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집행되지 못하고 결국 오늘날 전쟁 우려가 일상화되는 최악의 남북 대치상황이 된 원인의 하나도 국보법이라고 보아야 한다.


헌재, SNS 통한 집단지성 가로막으면 사회 발전 저지될 것

오늘날 K-팝 등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고 한국은 경제력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진입했으며 국민 1천 여 만 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만약 K-팝과 한류가 국보법을 의식해 남북 분단과 통일을 외면한 컨텐츠 일변도라는 것을 살필 때 만약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는 오늘날과 같은 문화적 지구촌 영토화 현상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북한의 정치이념 등은 무서운 전염병처럼 감염력이 절대적인 것으로 가정해 북한에 대해 생각하지도 접촉하지도 말라고 하는 국보법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은 천하가 비웃을 단견에 불과하다. 그것은 1990년대 초 냉전시대가 종식되어 이념대결이 무의미해진 국제상황을 외면하고 반공주의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정치집단에 무한 봉사하려 하거나 국민을 저능아나 무뇌아로 여기는 비정상적 사고의 결과일 뿐이다.

국보법에 의해 사전 검열된 교과서로 초등학교부터 교육이 실시된 결과 오늘날 청소년은 ‘통일을 왜 해야 되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1천만 이산가족은 국보법 2, 7조 등에 의해 혈육의 정도 단절해야 하는 반인륜적 통제를 강요받고 있다. 국보법에 의해 억울하게 간첩으로 조작된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있지만 국보법을 존속시키는 한 그런 비극을 근절시킬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지만 전쟁이 아닌 평화를 통해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수도권 인구밀집의 특성 때문에 천문학적인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는데도 대통령부터 일선부대장처럼 ‘선제타격, 백배 천배 응징’ 등을 외치고 있다. 정치는 전쟁을 하지 않고 승리할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국민은 당연히 그것을 요구해야 하지만 국보법은 그것을 종북, 친북, 이적행위라는 식으로 가로막고 있다.


정권 입맛에 맞는 헌재의 결정, 존재 이유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아

오늘날 한국은 인터넷과 SNS 등의 대중화로 집단지성을 발휘할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었는데도 헌재는 이런 사실을 깡그리 무시한 채 이승만의 국보법 제정 취지를 반복하는 식의 작태를 보여주었다. 현재처럼 모든 네티즌이나 미디어가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겸하게 된 것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쌍방향 정보흐름으로 평가된다.

지구촌의 일상이 된 사이버 공간은 과거 제도언론이 독재 권력의 나팔수가 되어 저지른 폐해를 방지할 최상의 안전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비판언론 등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가짜뉴스’ 폐해를 앞세워 21세기의 긍정적 정보환경을 깡그리 부정적으로 매도하며 ‘윤비어천가’를 부르는 언론 만들기에 혈안이 된 작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패착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헌재가 국보법의 반민주적 독기를 분식하기 위해 퇴행적 정보환경 논리를 앞세운 것도 심각한 문제다.

헌재의 이번 국보법에 대한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보법에 기반한 통치행위를 강화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국내 비판세력이나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공산집단 세력 운운하거나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에서 보듯 국보법에 입각한 정책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헌재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정을 하는 것은 최고 사법기관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행 정당법, 국민의 정치 참여 외면한 채 기존정당 기득권만 챙겨줘

한편 정당법은 기존의 거대 정당만이 부당한 기득권을 보장받는 구조로 새 정치, 개혁된 정치를 원하는 국민의 염원이 실행되기 어려운 장애요인으로 지적받아 왔다. 우리 국민은 4.19 혁명과 광주항쟁, 87년 6월항쟁, 촛불혁명 등을 통해 독재를 타도하고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치개혁보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집단들이 정치머슴의 역할을 담당하기 용이한 정당법이나 선거제도 등으로 정치는 여전히 수준미달이라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늘날 거대 여야당이 보여주는 주권자보다 정당 지도부의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는 저질 일변도의 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봉쇄된 것을 의미한다. 헌재가 언젠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헌재는 2014년 ‘이석기 전 의원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에서 ‘지하혁명조직 RO’에 대해 대법원과 엇갈린 결론을 제시하면서 법체계의 미비와 함께 정권의 구미에 맞는 결정을 내린 기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헌재는 대법원이 이석기 전 의원 사건에 대한 심리가 종결되기 전인 2014년 12월 ‘지하혁명조직 RO’를 이유로 정당해산 판결을 내린 것인데 이후 한 달여가 지난 2015년 1월 대법원은 판결에서 ‘지하혁명조직인 RO는 실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미디어오늘 2015.1.23)

한 가지 사실을 두고 두 최고 사법기관이 다른 해석을 내놓았지만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논란이 크다는 것이 삼척동자의 눈에도 분명했다. 이는 정당 사법 해산이란 초유의 사태로 지적되면서 통진당 해산을 주도한 박근혜 정권은 제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헌재는 이런 역사적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했지만 오늘날 또 다시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하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국보법과 정당법에 대한 헌재 결정과 시민단체의 비판 등은 아래와 같다.


국보법

<헌재 판단>

헌재는 국보법 7조 1항은 이적행위를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재판관 6대3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7조 5항은 이적행위를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인데 구체적 행위별로 판단이 엇갈렸다.

5항 중 이적 표현물을 ‘제작·운반·반포한 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재판관 6대3으로 합헌 결정을 받았다. 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재판관 4대5 의견으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더 많았으나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명에는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이적행위를 찬양·고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유포할 수 없도록 한 국가보안법 조항에 대해 8번째 합헌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2017년 수원지법과 2019년 대전지법이 각각 낸 위헌법률심판제청과 개인 헌법소원 등 모두 11건을 병합해 함께 선고했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7조 1항과 5항 모두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북한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체제 존립의 위협 역시 지속되고 있다”며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아 온 국가보안법의 전통적 입장을 변경해야 할 만큼 북한과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적표현물 조항에 관해서는 “전자매체 형태의 표현물은 소지·취득과 전파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거의 없고 전파 범위나 대상이 어디까지 이를지도 예측할 수 없다”며 “금지의 필요성이 종전보다 더욱 커졌다”고 짚었다.


양심과 사상 자유 헌법의 핵심 가치인 인간 존엄과 가치 보장에 필수적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1항과 5항 모두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세 재판관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인간 존엄과 가치 보장에 필수적”이라며 해당 조항들이 이를 과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이적행위 조항(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를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 표현 내지 그 전제가 되는 양심과 사상의 형성을 위축시키고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유남석·정정미 재판관은 7조 5항 중 ‘소지·취득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만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소지·취득 행위는 내심의 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지식정보를 습득하거나 보관하는 행위”라며 “양심형성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고 했다.

이어 “국가 안전 확보 등 입법목적은 이적표현물의 유포·전파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반국가단체’를 규정한 2조 1항과 ‘이적단체 가입 행위’를 처벌하는 7조 3항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법률상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국가보안법 7조가 헌재에서 합헌 판단을 받은 것은 법이 일부 개정된 1991년 이후 8번째다. 앞선 7차례 재판에서도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위헌 의견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2015년에는 7조 1항 중 ‘동조’ 부분에 대해 재판관 1명이 위헌 의견을 냈고, 7조 5항 중 ‘소지·취득’ 부분에 3명이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2018년에는 7조 5항의 ‘소지’ 부분에 대해 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민변과 시민단체 비판>

헌재의 결정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26일 [민변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 등 합헌 결정에 대해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 영역은 국가보안법이 만든 한계 안에서 질식당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국제적인 규범에 상충하는지 검토하는 일은 헌법 재판 역사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 있는 과제였으나 이번 헌재 결정은 이를 외면했다”며 다음과 같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오늘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모두 ‘합헌’ 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주요한 논거로, (1) 한반도의 대결상황에 본질적인 변화가 없고, (2) 외국에도 국가보안법 제7조 규정과 같은 안보형사법이 존재하며, (3) 국가보안법에 대한 사회일반의 신뢰정도가 확고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근거들은 지난 공개변론 과정을 통해서도 논박이 되었다. 첫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영역에서 이미 남북간의 체제 경쟁을 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평가될 정도로 국력의 객관적 차이가 존재하는 2023년에, 한국전쟁 직후의 냉전적 인식과 반공적 관점에서 규범통제를 한다는 것은 지금의 우리사회가 요청하는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 헌법재판소가 이번에 근거로 든 외국의 입법례들은 모두 ‘테러’ 등 직접적이고 물리적 위해에 대응하는 관점에서 규율되는 조항들이지,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과 같이 표현행위 일반에 대한 형사특별법적 규율이 아니며, 셋째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 영역은 국가보안법이 만들어 놓은 한계 안에서 질식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유감스러운 부분은, 제청법원은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제청결정을 하면서 국제인권규범을 일정한 기준으로 설시하였는데,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유엔 진실, 정의, 배상 및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은 보고서를 통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하였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기에 누리는 가장 중요하고 대표적인 자연권적 기본권이기에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인권규범 또한 헌법해석의 기준이 되고, 여기에 비추어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국제적인 규범과 상충하는지를 검토하는 일은 헌법재판 역사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있는 과제였으나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를 외면하였다.


국가보안법이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를 위협한다

반면,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이적행위조항)에 대해 3인의 위헌의견(재판관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이, 같은 조 제5항(이적표현물조항)의 소지 취득에 대해 다수인 5인의 위헌의견(재판관 유남석, 정정미,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이 내려졌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그 중 이적행위조항에 대한 위헌의견 중 국가보안법이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를 위협한다는 취지의 설시는 되새겨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적행위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이를 처벌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표현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되는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처벌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소수의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 내지 그 전제가 되는 양심과 사상의 형성을 위축시키고 제한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한다 보기 어렵고, 오히려 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높이고 한반도의 평화, 번영과 통일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한편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2·7조 위헌심판 결정에 대해 “우리와 많은 국민의 바람이 헌재에 다다르지 못했다. 비통한 심정”이라며 강력 비판했다.(연합뉴스 2023.9.26.)

국가보안법 위헌소송 대리인단 단장인 최병모 변호사는 “체제 순응적인 헌재가 극히 보수적인 현실을 옹호하는 결정”이라며 “국가보안법 7조는 이미 노무현 정권 때 여야가 폐지 합의에 거의 이르렀는데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신민정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은 “합헌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국제 인권기준에 맞게 국가보안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하거나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며 “정부는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존중해 국가보안법의 자의적 적용을 중단하고 자유권위원회를 비롯한 유엔 기구들의 관련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덧붙였다.


정당법

<헌재 판단>

지난 9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정당 설립요건과 관련한 정당법 제3조, 제4조, 제17조, 제18조 등에 대해 합헌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중 수도 소재 중앙당과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추도록 한 전국정당조항에 대해서는 위헌 의견이 많았음에도 4:5로 합헌, 각 시⸱도당에 1천인 이상의 당원을 요구하는 법정당원수조항은 7: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참여연대 비판>

현행 정당법은 정당 설립의 요건을 지역적으로도, 당원수로도 과도하게 높게 설정해 정당 설립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누려야 할 국민적 기본권을 침해해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유감스럽게도 해당 조항에 또 다시 합헌 결정을 내려 정치적 기본권 침해를 외면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지역적 연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정치 풍토가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의 정치현실에서는 특히 문제시되고 있고, 지역정당을 허용할 경우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이익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합헌 의견을 냈다.

그러나 지역정당의 설립을 막는다고 지역주의의 심화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라는 시대적 요구를 위해 지역정치의 활성화와 주민참여의 보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모든 정당에 전국 단위의 조직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점을 인정했어야 한다.

또한 ‘전국적인 규모의 구성과 조직을 갖추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균형 있게 집약⸱결집하여 국가정책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앙정치를 수행하는 전국정당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지역에서는 각 지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지역주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지역정당이 필요하고, 이를 부정할수록 지역주민들의 결사의 자유는 침해될 수밖에 없다.


OECD 국가 중 정당 설립요건, 정당 등록제 취하고 있는 사례는 한국뿐

과도한 중앙정치와 지역정치의 실종은 이미 우리 사회에 큰 문제로 누차 지적되어 왔다. 정당의 지역주의가 걱정된다면 독일과 영국처럼 지역정당을 인정하되 전국단위로 치러지는 의회의원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을 고려해 봄직하다.

더욱이 해외에서는 정당의 설립요건이나 정당 등록제를 취하고 있는 사례는 거의 없으며, 정당신고제를 취하고 있는 극소수의 경우라도 모든 정당에 중앙정당과 전국정당을 요구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없다.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국회가 정당법을 개정해 설립 요건을 완화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시도당 관련 조항에는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과반수가 위헌성을 인정했지만 위헌 결정 요건에 미치지 못했을 따름이다.

국회는 지방자치와 분권의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정당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지역에서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외칠 지역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당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를 통한 비판>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조항들이 적지 않은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선거운동과 관련해 여러 통제수단을 두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중앙일보 2023.10.6)

공직선거법 59조에서 ‘선거운동 기간’을 정하고 254조에서 사전선거운동을 범죄로 정해 선거일 120일 전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이후에만, 그나마 각각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허용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각국의 선거 제도 비교표’에 따르면 영국은 선거운동 기간은 정하지만 사전선거운동을 제한하진 않는다. 미국에서는 선거운동 기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며 자연히 사전선거운동 제한도 없다.

선거법이 한국 정치 발전을 가로막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58년 선거법으로, 이때 일본 선거법을 따라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건 물론 연설회·선전물 등 금지·제한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렇게 된 것은 1956년 대선에서 신생 진보당 조봉암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자 1958년 총선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여당인 자유당과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이해가 일치해 야합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세력의 정치 세력의 진입을 막으려는 기존 여야 정당이 합의한 결과라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 제도는 인력과 자원, 인지도를 가진 현역 국회의원과 맞붙어서 신인이 승리하기 어려운 구조로 현재의 기득권 양당 체제를 굳히는데 기여한 새 정치신인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게 정치 개혁의 출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이글은 2023년 11월 06일(월) 통일뉴스에 게재된 원고 전문입니다. 통일뉴스 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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