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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압승’과 취임 전후의 혼란동아일보 대해부 5권 - 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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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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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9일 치러진 제17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은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정동영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투표율은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63.3%였다. 이명박은 유효투표의 48.7%인 1149만여 표, 정동영은 26.1%인 617만여 표를 얻었다. 무소속 후보 이회창은 355만여 표, 창조한국당 후보 문국현은 137만여 표를 받았다. 1위와 2위의 득표 차이는 역대 최대였다.

‘침묵하는 다수의 소리 없는 선거 혁명’

동아일보는 12월 20일자 35면에 김대중·노무현 당선 때와는 정반대로 이명박의 승리를 ‘침묵하는 다수의 소리 없는 선거 혁명’이라고 찬양하는 사설(「이제 미래로 가자」)을 실었다.

  국민은 17대 대통령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가히 민심의 폭발이었다. 이 당선자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이뤄진 정권 교체는 침묵하는 다수의 소리 없는 선거 혁명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자 국가 경영의 지향을 이념 아닌 실용, 공론(空論) 아닌 실질, 과거 아닌 미래, 분열 아닌 통합으로 바꾸어 달라는 엄중한 요구다.
  이 당선자는 10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보수가 분열한 구도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득표에 성공했다. 이 당선자는 끈질긴 네거티브 공세를 받으면서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현저한 표차로 눌렀다. (···)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정권을 잃었던 한나라당이 10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것은 국민이 이 나라의 산업화세력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은 이 당선자에게 큰 힘이자 동시에 무거운 짐이다. 5년 전 노 후보를 당선시켰던 민심이 이번에는 철저하게 노 정권을 응징했다. (·····)
  이 당선자는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유능한 정부를 꾸려 갈 수 있는 수권 능력을 보여야 한다.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할 것이다. 인수위가 비대한 대선 캠프의 논공행상 잔치판이 돼서는 곤란하다.
  좌파 정권 10년을 겪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이 폄훼되고 국민의 자부심도 상처를 입었다. 내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이 되는 해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겪고서도 불과 한 세대 만에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번 대선 결과는 반세기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에너지와 창의력을 다시 결집할 리더십을 국민이 갈망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 세계 앞에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다시 서고 싶다. 새해가 그 원년이 돼야 한다.
  이번 선거 혁명의 주체는 유권자인 국민이다. 실사구시의 리더십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를 확고히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것이다. 국리민복을 증진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며, 더 많이 나눌 파이를 키우는 것이 새 정부에 부여된 절대적 과제다. (·····)
  대한민국은 지금 성장 동력을 잃고 침몰하느냐, 정체(停滯)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현 정부는 7% 성장을 약속했지만 임기 5년 동안 평균 4.2%로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도 못 이뤘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원칙 아래 정부 및 공공부문 개혁을 선행하고,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민간의 창의와 활력이 되살아나고 투자가 회복된다. (···)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면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운 상승기를 맞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사이의 언로가 항상 뚫려 있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모두 힘과 마음을 실어 주는 화합이 필요하다. 이 당선자의 분발과 성공을 기대한다.

동아일보는 12월 20일자 36개 면 가운데 16개 면을 ‘이명박 당선’ 관련 기사로 채웠다. 전면광고가 실린 9개 면을 빼면 지면의 3분의 1 가량을 그런 내용으로 메우다시피 한 것이었다.

‘샐러리맨의 꿈에서 대한민국의 꿈으로’

동아일보 10면 전체를 차지한 「‘샐러리맨의 꿈’에서 ‘대한민국의 꿈’으로 / 이명박 당선자가 걸어온 길」이라는 기사는 ‘이명박 신화’의 축소판으로서, ‘이비어천가’라고 부를 만하다. 거기에는 ‘전과 14범의 실체’에 관한 비판은 전혀 없다. “선거 기간 내내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라는 표현이 있을 뿐이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질풍노도의 바다를 헤쳐 온 의지로, 그 길을 열고 온몸을 던져 달려가겠습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8월 20일 당 후보 수락연설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그의 인생은 TV 드라마 주인공의 소재로 쓰일 만큼 ‘질풍노도’ 그 자체였다.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50대 국회의원, 60대 서울시장이라는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를 이뤘지만 격동의 세월을 보내면서 생긴 10여 차례의 벌금형, 선거법 위반, 자녀 위장 전입 등의 흠집 때문에 선거 기간 내내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짧지만 강렬했던 학생운동, 27년 동안 종업원 90여 명이던 중소기업을 종업원 16만 명의 국내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세운 기업인, 집념으로 서울시장을 성취한 정치인으로서 그의 인생 역정은 그런 작은 흠을 메우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
  그의 가족은 광복 직후 일본에서 귀국한 뒤에도 거지들이 사는 쪽방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풀빵, 엿, 밀가루떡, 뻥튀기 장사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포항중, 동지상고 야간부를 졸업했다.
  ‘가난’은 이명박 소년에게는 큰 콤플렉스였다. 그는 고교 시절까지 늘 성적이 1등이었지만 한 번도 학급 반장 같은 감투를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남 앞에 나서길 꺼렸다.
  (···) 그는 1961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이태원 산동네에서 잠수교 공터까지 리어카로 쓰레기를 나르며 등록금을 벌었다.
  이 당선자는 고려대 상대 회장에 당선된 뒤 대학 4학년 때 고려대 학생회장 직무대행으로 6·3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4개월 간 복역하기도 했다. (·····)
  그는 복역 기간에 “문제를 제기할 권리는 학생에게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은 따로 있다. 학생운동을 직업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출소 후 1965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학생운동 전력 탓에 입사가 힘들어지자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국가가 개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편지를 보낸 것은 유명하다. (·····)
  최근 캠프에 합류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명박 후보가 경제인 출신이라 정치를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
  지난해 서울시장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선거 국면에 뛰어든 그는 온갖 네거티브 음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부터 한 번도 지지율 1위를 놓치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인생 신화’가 ‘대한민국 신화’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큰 짐을 지고 또 한 번의 출발점에 섰다.

13면에는 이명박의 아내 김윤옥에 관한 ‘찬사’가 중심을 이루는 기사가 나와 있다.

  (···) 김 여사는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나 수창초등학교, 대구여중, 대구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보건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는 메이퀸으로 ‘한 미모’ 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블로그엔 젊은 시절 스카프를 멋들어지게 맨 사진이 올라 있다.
  이 당선자와는 소개로 만났다.
  이 당선자의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김 여사의 오빠와 절친한 친구였다. 김 여사는 이 당선자의 첫 인상이 “얼굴이 둥글동글한 게 앳돼 보이면서 귀엽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에 부모님은 검사사 신랑감을 밀었지만 김 여사는 남달라 보였던 이 당선자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
  김 여사는 ‘씩씩한 윤옥 씨’ ‘가정 내 야당’으로 불린다. 올 한 해 동안 숱한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리고 급기야 1000만 원대 명품 가방을 소지했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활발한 그림자 내조’로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물밑에서 전국 곳곳을 돌며 이 당선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
  김 여사에게도 ‘어록’이 있다. 남편을 능가하는 소탈한 유머 덕분이다.
  그는 “맨손으로 장어를 잡아 요리한 덕에 남편 건강이 좋아졌다” “첫날밤? 그냥 손만 잡고 잤다”는 등의 재치 있는 언사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 한 기자가 “남편에게 숨겨 놓은 아이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느냐”고 묻자 “좀 데려오세요. 여기 바쁜데 일 좀 시키게요”라고 답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16면 머리기사(「“영일만에서 용 났네” 덕실마을 덩실덩실」)은 ‘이비어천가’의 절정을 보여준다.

  “영일만에서 용이 나왔다.”
  19일 오후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대한민국의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이 당선자의 고향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덕실마을’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
  예로부터 덕실마을로 불려온 이곳에는 지금도 이 당선자의 8촌 형인 이상근(71) 씨와 4촌 형수인 유순옥(76) 씨가 살고 있다.
  이 씨는 “이 당선자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알뜰하게, 열심히 살아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면서 “어릴 때의 가난과 고생을 잊지 밀고 나라를 살리는 정치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덕실마을은 이 당선자의 본관인 경주 이 씨 국당공파의 집성촌. 마을 사람 절반 이상이 같은 성을 갖고 있다. 경주 이 씨 성을 가진 주민 한 사람은 “올봄에 이미 이 후보의 당선을 알려주는 길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5월 초 경주시에서 경주 이 씨 시조인 표암공 알평의 제사를 지낼 때 하늘에 햇무리(해 주변에 생긴 무지개)가 나타났다는 것. 당시 제사에는 이 당선자가 초헌관으로 참석했다.

동아일보가 ‘선거 혁명’을 이루었다고 찬양한 이명박은 임기 5년 동안 경제를 발전시키는 ‘CEO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국민들이 진실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회를 이룰 수 있는 대통령 노릇을 할 수 있을까? 나중에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것은 모조리 허망한 기대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과 ‘강부자’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25일 출발하기 전부터 여론의 거센 비판에 부닥쳤다. 대통령이 2월 18일 발표한 국무위원 후보자 15명 가운데 다수가 숱한 결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고소영’과 ‘강부자’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고소영’은 고려대 출신, 소망교회 신도, 영남 출신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인데 이명박의 모교인 고려대, 그가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 그리고 그의 고향인  영남 출신들이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을 접수’하려고 한다는 뜻이었다. ‘강부자’는 ‘강남 땅 부자’의 약어로 이명박은 물론이고 국무위원 후보자 다수가 강남에 비싼 집이나 부동산을 지니고 있음을 뜻했다.

대통령 당선자의 대변인이 문제의 국무위원 후보들은 “법적으로 세금을 착실히 내고 재산을 정당하게 보유하고 있으면 문제 삼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으나 국회 청문회에서는 일부 후보들의 불법과 탈법, 부당한 축재 사실이 잇달아 드러났다. 지위를 이용해서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한 땅 투기, 자녀를 강남학군에 전학시키기 위한 주민등록 위장 전입, 학위 논문 표절, 경력 허위 기재, 본인과 아들의 병역 기피와 특혜, 재산 편법 증여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부정과 비리의 종류가 다양했다.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날인 2월 24일 여성부장관 후보자 이춘호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힘차게 출발해야 할 이명박 정부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물러나고자 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본인과 아들 명의로 된 전국 5개 지역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단독주택 등 40건의 부동산과 함께 45억8197만 원의 재산을 공개했으나 본인이 직접 구입한 부동산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오피스텔 2실 등 6건에 이르고, 장남의 상속세와 납세 명세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등 투기 의혹을 받아 왔다. (·····)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과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퇴했다”면서 “직접적 만류는 없었지만 이 대통령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
  통합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24일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면서 “문제가 있는 다른 공직 후보자들도 스스로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자녀 이중국적 논란을 빚고 있는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자, 절대농지 소유 논란이 일고 있는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박미석 대통령사회정책비서관 내정자의 교체도 촉구했다(동아일보 2월 25일자 1면).

2월 26일 통합민주당은 국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한승수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을 무산시켰다. 동아일보는 “민주당이 한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연계하기로 함에 따라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이 자진 사퇴하거나 경질되지 않는 한 총리 임명동의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2월 27일자 1면에 보도했다.

같은 날짜 동아일보 4면에는 이명박 정부 장관 후보자 4명의 문제점에 관한 기사(「장관 후보자 잇단 ‘잡음’ / 인사청문회 쟁점은···」)가 올랐다. 기사의 제목에 그 내용이 잘 드러나 있다.

  「남주홍 통일 자녀 교육비 이중 공제 받아 / 남 후보자 “전액 배상할 것···땅 투기 사실 무근”」「박은경 환경 땅 투기 의혹 싸고 진실 공방 / 박 후보자 “친척이 경작” 해명 거짓 드러나」「김성이 복지 임대소득 축소 의혹 불거져 / 김 후보자 “세입자 부도로 임대료 못 받아”」「이영희 노동 경력증명서 허위 제출 논란 / 노동부 “직원이 동명이인 중노위원과 착각”」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31면에 「부적격 장관 후보자 처리 결단 서둘러야」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명박 정부가 일부 장관 후보자와 대통령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의 도덕성 문제 때문에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국 각지에 40건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투기 의혹까지 제기된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지만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부자 내각’에 대한 민심도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 지도부조차 4월 총선에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할 정도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의혹이 제기된 후보자들에 대해 “여러 루트로 검증하고 있지만 아직은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다”는 어정쩡한 태도다. 야당과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 대부분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후보자 인선을 위한 검증 과정에서 다 드러난 사안일 텐데도 첫 내각을 구성하면서 지나치게 안이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 (·····)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27, 28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고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은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혀 청문회가 열릴지조차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법에 따른 청문회 절차를 거부하고 나서는 것은 물론 잘못이다. 하지만 여권의 태도도 사안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한가한 대응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에 실망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집을 몇 채씩 갖고 있고, 자녀들이 미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상류층이 아니면 이 나라에서 장관 할 사람을 고를 수 없다는 말인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이던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검증 공방을 통해 낙마시킨 총리와 장관 후보들에게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동아일보는 이 사설을 통해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사나흘도 지나지 않아 장관 후보자들의 비리와 부도덕성 때문에 내각을 구성하지 못하는 사실을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2007년 12월 대선 개표 이튿날 동아일보에 실린 사설의 첫 대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17대 대통령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가히 민심의 폭발이었다. 이 당선자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이뤄진 정권 교체는 침묵하는 다수의 소리 없는 선거 혁명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자 국가 경영의 지향을 이념 아닌 실용, 공론(公論) 아닌 실질, 과거 아닌 미래, 분열 아닌 통합으로 바꾸어 달라는 엄중한 요구다.”

이명박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두 달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내각 구성을 위해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타난 결과는 ‘선거 혁명’과는 정반대였다. 동아일보가 ‘정론지’라면 이런 점을 마땅히 지적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신문은 이명박을 정면으로 비판하지는 않은 채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반성만 촉구하고 있다.

남주홍과 박은경은 2월 27일 자진 사퇴했다. 이명박이 지명한 15명의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 3명(20%)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가보지도 못한 채 물러난 것이다.

이명박은 2월 25일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날만 해도 장관 후보자가 3명이나 자진 사퇴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풍요와 배려, 품격이 넘치는 나라로’를 강조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선진화의 길, 다 함께 열어갑시다’라는 제목의 취임사에서 5대 국정 방향으로 섬기는 정부, 경제 발전 및 사회 통합, 문화 창달과 과학 발전, 튼튼한 안보와 평화통일 기반 조성,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인류 공영 이바지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 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한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풍요, 배려, 품격이 넘치는 나라’를 향한 장엄한 출발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 더러는 멈칫거리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제 성취의 기쁨은 물론 실패의 아픔까지도 자산으로 삼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면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동아일보 2월 26일자 1면).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35면에 「이 대통령 다짐 실현해야 일류 국가 가능하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취임사에서 “정부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나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고 노사가 한 마음 되어 소수와 약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나라, 훌륭한 인재를 불러들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취임사는 임기 5년의 국정 과제를 담은 청사진이자 대국민 약속이다. 따라서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하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
  이 대통령은 “정부부터 유능한 조직으로 바꾸겠다”며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조직 개편과 조각을 보면 이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다시피 했다. 조각은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과 국민 정서를 배려하지 않은 인선으로 각료들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퇴하는 장관 후보자가 나왔다. 장관 후보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제대로 될지조차 의문이다. 허술한 인선과 검증이 야당의 비판과 공세를 자초한 셈이다. 이러고서도 과연 일 잘하는 정부를 꾸려갈 수 있을지 국민은 안심이 안 된다.
  이 대통령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은 국가가 보살펴야 한다”면서 “낙오자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능동적 예방적 복지를 펴나가겠다”고 했다. 듣기 좋은 말이지만 어떤 재원으로 뒷감당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교육 개혁을 하겠다지만 전교조를 설득하고 반대를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세계의 인재를 불러들이겠다지만 조건을 갖춰 주지 않으면 들어올 리 없다. ‘노사가 한마음’이 된다는 것도 말은 쉽지만 지난한 일이다. 대통령이 직접 노조 설득에 나선다고 해도 노동계가 강성 투쟁의 타성을 그냥 버리겠는가.
  이렇게 어려운 과제들을 풀어 나가자면 전략은 치밀하고 일 처리는 프로다워야 한다. 운이나 국민의 선의에 기대겠다는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동참을 촉구했다. 국민도 기꺼이 그 짐을 나눠 져야 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의욕에 넘쳐도 혼자서는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 수 없다.

이 사설은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날인 2007년 12월 20일자에 나온 사설(「이제 미래로 가자」)과는 초점이 전혀 다르다. 거기에는 이런 대목이 들어 있었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유능한 정부를 꾸려 갈 수 있는 수권 능력을 보여야 한다.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할 것이다. 인수위가 비대한 대선 캠프의 논공행상 잔치판이 돼서는 곤란하다.”

이명박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기 때문인지 동아일보는 취임사를 다룬 사설에서 매우 비판적인 논조를 펴고 있다. 이명박이 앞으로 강행할 ‘무모하고 위험한 국책사업’에 관해서도 그런 논조를 견지할 것인지는 뒤에서 살펴보겠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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