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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선언’에 흠집 내기동아일보 대해부 5권 - 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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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0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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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일 오전, 노무현은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육로를 통해 평양에 도착했다. 그는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으면서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10월 3일자 1면 머리에 「2007년 평양 ‘차분한 만남’」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방북 이틀째인 3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공식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협력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다. (·····)
  정부 고위 당국자는 2일 “두 정상은 남북 공동번영, 한반도 평화, 화해와 통일을 주제로 평화체제 구축과 경제협력 방안 등에 대해 포괄적인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횟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의견을 교환할 수 있을 만큼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결과물로 ‘평화선언’ 형태의 합의문 채택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과 김정일은 4일 오후 1시경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전문과 8개 본항, 2개 별항으로 이뤄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에 함께 서명했다.
 
  두 정상은 이번 선언에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평화수역’화,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 11월 평양에서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열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수시로 만나 현안들을 협의키로 했으며, 이번 정상선언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해 다음 달 서울에서 남북 총리회담을 열기로 했다(동아일보 10월 5일자 1면).

공동선언에 담긴 8개 합의사항은 아래와 같다.

1)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
2)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 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3)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 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4)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5)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 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6)남과 북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우수한 문화를 빛내기 위해 역사,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등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7)남과 북은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8)남과 북은 국제무대에서 민족의 이익과 해외 동포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북 정상 선언, 거품 빼고 직시하자’

동아일보는 10월 5일자 35면에 남북 정상 선언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설(「남북 정상 선언, 거품 빼고 직시하자」)을 실었다.

  정상회담 한두 번에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더욱이 임기가 5개월도 남지 않은 대통령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우리는 그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제 평양에서 서명한 ‘2007 남북 정상 선언’의 문제점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임기 마지막까지 한반도 평화 정착의 전기를 마련하려는 노 대통령의 의지를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상 선언의 과실(果實)도, 부담도 결국 우리 국민의 몫이기 때문에 내용의 허실을 ‘거품’ 빼고 냉정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 정상 선언 내용은 특히 북핵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공동선언 이행 보장 등에서 다수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우리는 본다. 중대한 인권 문제인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도 아무 진전이 없었다.
  북핵 폐기의 최종 결정권자는 바로 김 위원장이다. 우리 대통령이 그런 김 위원장을 만나는 상황이기에, 국민과 미국 등 관계자들이 노 대통령의 역할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럼에도 정상 선언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제4항)는 언급에 그쳤다. ‘북한 핵’이라는 말조차 집어넣지 못하고 ‘한반도 핵 문제’라고 표현했다. (···)
  NLL 문제도 석연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지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방안을 국방장관회담에서 협의한다”(제3항)고 돼 있지만 NLL 양보를 전제로 한 합의라는 인상이 짙다. 정상끼리의 합의문에 이 문제가 명시된 것 자체가 북에 확실한 빌미를 줬다고 말할 수 있다. (·····)
  경협도 일방적이다. 선언문에 명시된 경협사업의 대부분이 우리 측에서 비용을 대야 하는 것들이다. 해주와 주변 해역을 포함한다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경제특구 건설, 안변과 남포의 조선협력단지 건설, 개성~평산 철도 개보수, 평양~개성 고속도로 재포장 등은 하나같이 우리의 돈과 장비가 대대적으로 투입돼야 할 사업들이다. (·····)
  양보와 지원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우리가 얻어낸 것은 별로 없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해 3자 또는 4자 정상의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제4항은 현재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미국은 전제조건으로 북핵의 완전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같은 정전협정(1953년) 당사국이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미국의 이익과 같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
  궁극적으로 우리는 실천과 신뢰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관계가 진정으로 본궤도에 오르려면 신뢰와 실천이 선순환해야 한다. 실천되지 않는 합의는 불신의 골만 깊게 한다. 2000년 첫 정상회담 때도 6·15 공동선언을 놓고 당시 DJ 정권은 “이제 전쟁은 끝났다”며 환호했지만 2002년 서해교전이 일어났고, 북은 작년에 핵실험까지 했다.

동아일보의 이 사설은 대통령 임기를 5개월도 남기지 않은 노무현이 김정일을 상대로 일구어 낸 ‘남북 정상 선언’은 남쪽 국민들에게 부담만 안길 뿐 실용적인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고 단정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불명예’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통일로 가는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남긴 상처가 가시지 않은데다 평화공존을 보장하는 종전협정이 아직도 맺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한과 북한을 지배하는 정권이 체제 강화를 위해 남북 대화를 이용한 전례(박정희와 김일성의 ‘7·4 남북 공동성명’)도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통일을 이루지 못하면 민족의 화합과 공존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므로 험난한 길을 거쳐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일은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노무현이 자기 임기 안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북 협력의 바탕을 쌓은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할 업적이었다.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국민은 2000년의 ‘10·4 남북 공동선언’을 이어받은 2007년의 ‘6·15 선언’이 통일의 디딤돌이 되리라고 믿었을 것이다.

한겨레 2007년 10월 5일자 사설(「평화와 번영은 멀리 있지 않다」)은 ‘10·4 남북 정상 선언’을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역사적 문건”이라고 평가했다.


‘남북 공동선언’에 흠집 내기 사설 ‘시리즈’

동아일보는 10월 6일자부터 ‘남북 공동선언’을 비난하거나 폄하하는 사설과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먼저 10월 6일자 사설(「김 위원장이 싫어하는 말은 않겠다는 노 대통령」)부터 살펴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방북 마지막 일정으로 개성공단에 들러 “이곳은 남북이 하나 되고 함께 성공하는 자리이지, 누구를 개혁 개방시키는 자리가 아니다. 개혁과 개방은 북측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가면 적어도 정부는 그런 말(개혁 개방)을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아니라면 중대한 실언이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평양 체류 중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개혁 개방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될수록 북을 자극하지 말고 교류 협력을 전략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자는 뜻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과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김 위원장이 싫어하는 말이면 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비친다.
  이 정권의 대북정책인 ‘평화·번영정책’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포용정책이다. 이 정책의 논리적 토대에는 “북에 햇볕을 쪼이듯 도와주면 스스로 폐쇄의 외투를 벗고 개혁 개방으로 나올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 전제 아래서 지난 10년 간 천문학적 액수의 지원을 북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그제 남북 정상 선언에서 헤아리기 벅찰 정도의 대북 경제 지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개혁 개방은 북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무얼 위한 포용정책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개혁 개방’은 입에 담지도 말고 그저 국민 혈세로 퍼 주기만 계속하잔 말인가. (·····)
  줄 것은 달라는 대로 다 주다시피 하면서 언제까지 북의 눈치만 볼 것인가. 이런 대북정책이 지속되다 보면 대북 지원에 더욱 냉담해지는 국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무현이 “개혁 개방은 북측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 말은 ‘외교적 수사(修辭)’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바로 하루 전에 김정일 위원장과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온 그가 가장 먼저 개혁과 개방을 요구한다면 북한 정권의 체질상 당장 그렇게 하겠다고 호응할 리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공동선언에 담긴 경제협력 사업 같은 것을 통해 북한을 개방과 개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 사설은 “줄 것은 달라는 대로 다 주다시피 하면서 언제까지 북의 눈치만 볼 것”이냐고 비난하고 있는데, 참여정부가 책정된 예산이나 민간 지원액의 한계를 넘어 북이 달라는 대로 다 주다시피 했다는 것은 근거가 박약한 주장이다.

동아일보는 위의 사설 이후 10월 8일자부터 25일자까지 ‘남북 공동선언’ 이후의 실천 과정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설을 무려 10편이나 내보냈다. 그 가운데 몇 편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대북 경협, 기업에 강요해선 안 된다」(10월 8일자)

  남북 정상이 합의한 대북 경협에서 정부와 민간의 소요 예산 추정에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에서 귀환한 다음 날 국무회의에 서 “나는 비용이 크게 드는 게 없을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북한에 약속한 경제특구 건설, 개성공단 2단계 개발, 해주항 확장,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안변 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은 하나같이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큰 비용이 안 든다’는 대통령의 견적서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
  정부는 민간 참여와 외국 자본 유치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큰소리를 치지만 사회 인프라 건설은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민간기업이 도맡아 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민간 참여 운운하는 것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합의는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피해 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공기업과 정부의 영향권 아래 있는 기업이 후속 조치를 서둘러 쏟아 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짠 뒤 기업에 참여를 강요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경협을 위한 돈과 기업의 투자 의지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질 리는 없다. 북한 방문에 동행했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익을 좇는 기업의 투자 전략까지 비틀며 대북 사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이 신경 쓸 전직은 DJ밖에 없나」(10월 10일자)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김대중(DJ) 전 대통령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오찬을 겸한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DJ는 “노 대통령이 재임 중 큰 업적을 남겼다”고 칭찬했고, 노 대통령은 “김 대통령께서 길을 열어 줘,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성과가 있었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햇볕정책 신봉자들끼리 만났으니 오죽했으랴만 역사적 평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나라 안팎에서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게 쏟아지고 있다. “북핵 문제는 제대로 거론도 못한 채 대북 지원만 약속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얼마를 더 퍼 줘야 할지 세금 낼 국민의 심정도 헤아렸다면 DJ와 노 대통령이 ‘둘만의 칭찬 덕담’을 즐기고 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10·4 남북 정상 선언의 문제점을 찬찬히 짚어보고, 그 역기능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 줬어야 옳다.
  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중 DJ만 초청해 설명회를 가진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청와대 측은 “방북 전 DJ로부터 조언을 들으려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군색하다. 10, 11일 헌법기관장들과 각 정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부르는 것도 사전에 조언을 못 구해서인가. 차라리 ‘DJ로부터 듣고 실은 말만 듣고 싶어서’라고 하는 편이 솔직하다. 대통령이 국가 대사가 있을 때 전직 대통령들을 초청해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대다수 국가의 보편화된 관례다. 대통령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은 DJ밖에 없다는 얘기다.

「기자회견서 질문 제한하고, NLL 오도한  대통령」(10월 12일자)

  국정홍보처가 기사 송고실에서 사실상 기자들을 쫓아낸 어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못다 한 얘기를 하기 위한 것이다. 청와대는 간담회 주제를 ‘남북 정상회담 관련’으로 한정했고 질문자를 5개 매체로 제한해 주제와 관련된 내용만을 질문하도록 했다. 나라 안팎의 사정을 둘러보면 국민이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많은데도 모처럼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끝냈다.
  간담회 내용도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자화자찬이 대부분이었다. 기자회견의 형식을 빌린 강연과 다를 바 없었다. 기자들을 일방통행 식 간담회에 들러리로 세우고 자유로운 취재를 억압하는 언론 다루기는 대통령의 독불장군 식 오만이요, 권한 남용이다. 언론을 자신이 원하는 내용만 국민에게 전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그릇된 태도다.
  노 대통령의 편향된 사고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 안에 줄을 그어 놓고 이것을 ‘영토선’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 정당 대표들과의 오찬에서는 “NLL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은 선인데 이것을 영토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휴전 후 지금까지 지켜 온 ‘해상의 휴전선’에 대해 대통령이 “남북 간에 합의되지 않은 선”이라는 억지 논리를 펴며 도리어 국민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NLL을 무력화(無力化)하려는 북을 편들 듯 말하니 국군 통수권자의 발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노무현 식 북풍’의 노림수」(10월 13일자)

  노무현 대통령의 그제 기자간담회 발언은 그의 국가관과 대북관을 집약적으로 보여 줬다. 4800만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말이라고 우리는 믿고 싶지 않다. 숨겨 뒀던 친북 좌파 의식을 마침내 시원스럽게 드러낸 것인지, 자작(自作) 색깔논쟁으로 남남(南南) 갈등 전선을 형성해 대선판을 흔들어 보겠다는 것인지, 다시 탄핵 소동을 일으켜 또 한 번 ‘재미’를 보겠다는 것이지, 그 어디쯤엔가 진실이 있어 보인다.
  노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국정 상황을 소상하게 꿰뚫고 있고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과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권력자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폐쇄와 압제로 2300만 주민의 인권을 짓밟고, 굶어 죽게 만드는 독재자를 민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게 유능하고 확신에 찬 지도자가 주민들의 의식주 하나 해결 못해 세계를 향해 ‘핵 도박과 구걸 행각’을 벌이는가.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함으로써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처럼 말했다. 대통령은 김 주석의 유훈이 뭔지나 알고 그런 말을 하는가. 유훈은 ‘한반도의 비핵화’다. 북의 핵이 아닌 남의 핵, 곧 미국의 핵우산을 벗겨 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입만 열면 하는 소리를 듣고 감명이라 받았다는 얘긴가. (·····)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헌법상 영토선이 아니고 남북 간에 합의한 분계선도 아니다”라고 한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우리 장병들이 목숨으로 지켜 낸 NLL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허물겠다는 것인가. 무슨 이유로 반세기가 넘게 유지돼 온 NLL을 흔드는가. 수도권 방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노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북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수준을 넘어섰다. 남은 임기 4개월 동안 또 무슨 말을 할지 모르나 국민은 참으로 불안하다.

「DMZ 몇 발짝, 김 위원장과 악수 몇 번의 원가」(10월 18일자)

  10·4 남북 공동선언을 보면 “숨이 막힌다”는 국민이 많다. 두 정상이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 등을 이행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 그 돈이 모두 내가 낸 세금에서 나갈 테니 납세자로서 왜 가슴이 답답하지 않겠는가.
  걱정한 대로 남북 경협 견적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두 정상이 합의한 경협에만 10조26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
  정상회담 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는 크고 작은 대북사업도 하나같이 엄청난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단천지역 자원개발특구의 인프라 비용 1조 원, 남북문화공동체 예산 5조 원, 대북 송전 예산 19조 원 등 끝이 없을 정도다. 노무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30미터를 걸어서 군사분계선(MDL)을 넘고, 김정일 위원장과 몇 차례 악수한 대가가 이렇다.
  그런데도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이 돈은 혈세가 아니고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혁 개방은 북한이 스스로 할 것이지 우리가 요청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가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대한민국 장관인지 의심스럽다.
  그의 말대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북 지원이 우리에게도 중요하려면 그돈은 반드시 북의 개혁 개방을 촉진하는 데 쓰여야 한다. 이를 통해 북녘 동포들의 삶이 나아지고, 북이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확신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작 김 국방위원장 1인 폭압체제의 연장만 도울 뿐이다. 임기 말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몇 시간 만나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그 비용까지 지불해야 할 의무는 없다.

「북의 억지주장에 이용되기 시작한 정상 선언」(10월 22일자)

  북한 해군사령부가 어제 우리 해군이 북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10·4 남북 공동(정상)선언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한 것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북은 “남북이 ‘정상 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설치와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합의한 오늘까지도 (남이)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효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집요하게 논쟁거리를 만들고, 논의 과정에서 꼬투리를 잡아 사안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 북 특유의 전략이다. 북이 NLL 문제를 처음 들고 나온 것이 1973년이다. 무려 30년이 넘도록 줄기차게 문제를 일으킨 끝에 마침내 정치·군사적으로 크게 이익이 되는 NLL 무효 주장까지 하게 됐으니 성공한 셈이다.
  북과의 대화나 회담에는 항상 이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이런 점까지 염두에 뒀어야 했다. 부주의한 합의나 발언이 우리의 선의와는 다르게 비수가 되어 돌아온 예는 무수히 많다. 그때마다 뒷감당하는 국민만 힘들었다. (·····)
  10·4 정상 선언 어디에도 NLL을 부인하는 조항은 없다. NLL이란 단어조차 들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북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혹시나 노 대통령이 평양에서 이면합의라도 해 준 때문은 아닌지,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정상회담 이후 정부는 북한을 감싸기에 급급하다.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NLL 논의 가능성이 굳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과 이재정 통일부장관도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협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북으로 하여금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하게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다음 달 평양 국방장관 회담을 꼭 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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