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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 헐뜯기동아일보 대해부 5권 - 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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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0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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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참여정부는 16대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신행정수도를 충남 지역에 건설하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2003년 12월 29일 국회에서 여야 합의(찬성 167, 반대 13, 기권 14)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통과된 뒤, 2004년 1월 16일 특별법 공포에 이어 4월 17일부터 특별법 및 시행령이 발효되었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천도’라고 몰아붙인 동아일보

6월 9일 신행정수도이전추진위원장 김안제(서울대 명예교수)는 “신행정수도 이전이 입법부와 사법부의 이동으로 이어질 경우 천도(遷都)가 될 것”이라며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한나라당 중도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푸른정책연구모임’ 주최 간담회에 참석해 “나도 예전엔 사업 추진에 힘을 받기 위해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국민투표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국회 통과 이전에 했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행정수도 이전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힘이 실리고 차기 정부도 함부로 못한다”며 “국민투표에서 안 되면 백지화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
  김 위원장은 또 “수도 이전에 반대하기 위해 (일부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하는데 빨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신행정수도 이전의 타당성에 대한 법적인 공인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동아일보 6월 10일자 1면).

동아일보는 이 기사와 같은 날짜 2면에 「‘행정수도’에서 천도로 바뀌었다면」이라는 사설을 올렸다.

  대통령 직속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잠정 확정한 85개 국가기관 이전 계획에 따르면 수도 이전은 600여 년 만의 천도‘가 명백하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는 물론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이 이전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줄곧 ‘행정수도 이전’임을 강조해 왔으나 추진위 안은 누가 봐도 천도다. 김안제 추진위원장도 “입법부 사법부가 다 가게 되면 천도가 맞다”고 시인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수도 이전이 핵심 대선 공약이고,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됐으므로 사실상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과 천도는 180도 다르다.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이 통과된 것만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17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충청권 표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정략적으로 이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4조~6조 원이면 된다던 이전 비용도 45조 원으로 늘어났다. (···) 신도시 건설에 8조 원, 문화 비전에 15조 원, 농어촌에 110조 원, 자주국방에 2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이 정부가 어떻게 천문학적 천도 비용을 조달한다는 말인가.
  브라질은 수도 이전을 확정하는 데 134년이 걸렸고, 호주는 입지 선정에만 10년을 보냈다. 수도 이전이 국민의 축복 속에서 진행되고, 대통령의 빛나는 업적으로 기록되기를 바랄수록 정당성과 합법성 및 국민의 동의를 우선 획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천도를 밀어붙이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국력 낭비와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노무현은 6월 11일,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생각이 없다”며 “국민투표는 법 규정과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신행정수도 이전은 천도가 아니라 신행정수도 이전, 지방화, 수도권 재정비가 패키지로 가는 ‘국토의 재정비’ 개념”이라면서 “수도권의 재정비 없이 (한국이) 21세기의 동북아 중심이 될 수 없으며, 수도권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도 행정수도 이전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수도권이 국제적인 금융과 비즈니스, 첨단산업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재정비 계획을 확정짓겠다”고 밝혔다(동아일보 6월 12일자 1면).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을 ‘천도’라고 몰아붙이는 ‘캠페인’을 6월 10일자 사설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동아일보는 12일자 2면에 「천도, 밀어붙이기 식은 곤란하다」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수도 이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5일 새 수도 후보지 4,5 곳이 발표되고 8월 중에 최종 후보지가 선정된다고 한다. 당초 일정대로 추진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국가 백년대계인 수도 이전이 이렇듯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당초 행정수도 이전임을 거듭 강조했지만 실제적 내용은 천도하는 것이 확실해진 만큼 정부는 이제라도 그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내세워 밀어붙이는 것은 정부의 바른 자세라고 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도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수도 이전을 할 경우 반드시 국민 합의 절차를 거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
  수도 이전은 국가의 명운과 장래가 걸린 사안으로 차질이 빚어질 경우 후손들에게까지 큰 부담을 준다. 때문에 특정 기간 국정을 위임받은 정권이 졸속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
  과거 정권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였던 새만금 간척사업과 부안 원전센터 및 서울시 추모공원 건립이 사실상 표류 또는 좌절된 사례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무현은 6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 정책은 참여정부의 핵심 과제이자 국운이 걸린 문제로,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최근에 이전 기관의 범위에 관해 논란이 생기는 것을 전제로 대대적인 공세가 시작되고 있는데, 상당히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있는 공세”라며 “만약 행정수도 계획이 무너지면 수도권 재정비 계획과 균형발전 계획이 전체적으로 무너지게 돼 있고 이는 결국 수도권과 지방이 각기 발목 잡기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헌법기관 몇 개의 이전 문제를 갖고 행정수도 계획 전체를 무산시키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무책임한 행위”라면서 “헌법기관 이전에 관해서는 국회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당정 협의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합의를 이뤄나가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동아일보 6월 16일자 1면).


이명박·손학규와 동아일보, ‘수도 이전 국민투표’에 한 목소리

‘행정수도 이전’의 목적과 추진 방법에 관한 노무현의 주장은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된 정치·경제·행정·교육·문화 관련 기관들을 지역에 균형 있게 분산시키자는 것이었다. 박근혜가 대표로 있는 한나라당도 그런 취지에 공감해서 2003년 12월 국회에서 ‘신행정수도 특별법’ 가결에 동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행정수도 이전’인가 ‘천도’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던 2004년 6월 중순 서울시장 이명박과 경기도지사 손학규는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이 시장은 16일 서울시 실국장회의에서 “수도 이전은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탄핵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라며 “(국민투표처럼)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손 지사는 14일 낸 성명에서 “정부는 막대한 재정 지출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수도 이전을 중지하라”며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18일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시도의장단협의회에서 2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는 ‘수도 이전 반대 궐기대회’에 동참을 요구할 예정이다(동아일보 6월 17일자 1면).

동아일보는 이명박과 손학규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설(「수도 이전, 국민투표 필요하다」)을 6월 18일자 2면에 내보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정부가 말하는 행정수도 이전은 천도이며, 그렇다면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거듭 이를 일축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후보 TV 연설에서 “행정수도 건설은 국민의 참여와 합의가 선결조건으로 당선 후 1년 이내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랬던 노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으로 수도 이전 공약은 국민의 동의를 얻었고, 여야가 졸속 통과시킨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근거로 법적 정당성도 확보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
  법에도 없는 재신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던 노 대통령이 수도 이전을 국민투표에 부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도 모순이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은 하겠다고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못하겠다고 하는 셈이 아닌가.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수도 이전을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새로운 방안을 마련한 뒤 국민투표를 통해 가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법이다. 수도 이전은 ‘정부의 명운’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사다.

동아일보는 6월 19일자에 ‘수도 이전’ 문제에 관해 사설을 두 편이나 실었다. 첫 번째는 「수도 이전, 국회가 재검토하라」이고, 두 번째는 「천도와 언론개혁이 무슨 상관인가」이다. 두 번째 사설을 보기로 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국가균형발전 국정과제회의에서 “(수도 이전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며, 언론개혁 문제를 둘러싼 정서적 전선과 일치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언론개혁을 막기 위해 일부 언론이 수도 이전을 문제 삼아 자신과 정부를 부당하게 공격하고 있는 듯하다는 얘기였다.
  대통령 인식이 이렇다면 심각하다. 우리는 언론개혁과 수도 이전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수도 이전의 절차와 내용에 허다한 문제점들이 드러나 이를 지적하고 더 늦기 전에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것뿐이다. 이는 언론의 책무이자 기능이다. 대통령의 문법대로라면 수도 이전 찬성 보도를 해야 참언론인 셈이다.
  문제의 행정수도특별법은 누가 봐도 졸속 처리됐다. 국회 차원의 공청회 한 번 열리지 않았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 이토록 허술하게 처리됐고, 그것도 모자라 국민적 합의 없이 강행 추진되려는 데도 언론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
  대통령은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보수언론’이 사사건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으로는 논란의 본질을 알 수 없다. 언론의 비판을 몸에 좋은 쓴 약으로 알고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여유가 아쉽다.


보수언론의 공세에 굴복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는 6월 21일, 2003년 연말 국회가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처리한 데 대해 “통과 과정에서 우리의 실책이 컸다”며 “국가 중대사를 놓고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나 의견 수렴,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인사말을 통해 이 같이 밝힌 뒤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수도 이전을) 정략적으로 내놓은 것을 반성해야 하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이를 통과시킨 한나라당도 반성해야 하며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수도 이전 논란에 대한 당의 대응방침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한 채 23일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동아일보 6월 22일자 1면).

신행정수도특별법을 “충분한 검토 없이 통과시킨 한나라당도 반성해야 한다”는 박근혜의 ‘공식 사과’는 무책임한 것이었다. 보수언론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법안을 거대야당이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차라리 “충청권을 비롯해 수도 이전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들의 민심을 의식해서 반대를 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쪽이 진정성 있게 들렸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박근혜의 ‘반성과 사과’에 화답하듯이 6월 22일자 2면에 「수도 이전, 국회 열고 재론하라」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해 다수당으로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 데 대해 사과했다. 국가 중대사를 국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 없이 졸속으로 처리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박 대표의 사과가 수도 이전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따져보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의 85개 국기기관 이전 계획 발표 이후 수도 이전 문제는 본질은 간 곳 없이 정쟁 차원의 논쟁으로 비화된 측면이 적지 않다. 이제 정치 논리 아닌 국가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국회를 열어야 한다. 원 구성도 못한 ‘식물 국회’ 상태를 하루빨리 접고 국가의 장래와 운명이 걸린 수도 이전 문제를 재론해야 한다. 수도 이전의 시기와 범위, 비용과 효율성, 재원 마련 방안 등을 정파적·지역적 이해를 초월해 심도있게 검토하고 검증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의 특별법을 폐기·수정할 것인지 신중한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국민투표 실시 여부는 그 다음 순서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미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그대로 가야 한다며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해선 안 된다. 국회에서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해 놓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시수도 건설 구상까지 들먹이며 야당을 압박하는 청와대의 자세도 성숙하지 못하다.

박근혜는 7월 2일 “국회 내에 수도이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벌이자”고 각 정당에 제안했다. “박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 같이 말하고 ‘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 당시 충분한 검토와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은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정중하게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동아일보 7월 3일자 2면).

대통령 직속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7월 5일 수도 이전 후보지 4곳에 대한 신행정수도후보지 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권용우(성신여대 교수) 평가위원장은 “평가 결과 후보지 4곳 가운데 연기(남면 금남면 동면)·공주(장기면)가 총점 88.96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
  추진위는 앞으로 9차례의 공청회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다음달에 수도 이전 지역을 최종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9월부터 토지세목 조사 등을 실시해 12월까지는 새 수도가 들어설 ‘예정 지역’을 고시할 계획이다(동아일보 7월 6일자 1면).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2면에 「수도 이전, 이렇게 밀어붙여서야」라는 사설을 내보냈다.

  (···) 행정부만이 아니라 입법·사법부 등 대부분의 헌법기관까지 함께 옮기겠다는 추진위의 구상이 밝혀진 이후 수도 이전의 이유와 효과가 납득할 만한 것인지 차근차근 따져보자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일고 있다.
  정부 안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추진위 계획과 달리 이해찬 총리는 입법·사법부까지 옮겨갈 필요는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
  그런데도 추진위는 수도 이전이 기정사실화라도 된 듯 여론에 귀를 막고, 질문에 답변도 하지 않는 일방통행이고, 여권에서는 수도 이전에 반대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면 ‘반개혁’인 양 몰아가는 분위기다. 이래서야 앞으로 실시될 공청회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도 이전은 정권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사업이다. 이전할 때 이전하더라도 먼저 국가사업의 우선순위에 대해 객관적 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밟고 국민적 합의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갈등과 불행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수도 이전 같은 국가 백년대계를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서야 두고두고 국정의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과 동아·조선의 극한 대립

노무현은 7월 8일 수도 이전 반대론에 대해 “나는 이것을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인천 송도 테크노파크벤처 빌딩에서 열린 ‘인천지역 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 참석해 “지금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하나가 무너지면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통째로 무너진다”며 “국회에서 동의까지 다 받아서 가던 정책이 무너졌을 때 정부가 그 다음에 무슨 정책을 국민에게 말한들 국민이 믿어주고 추진력이 생기겠느냐. 힘 빠진 정부가 동북아경제자유구역, 균형발전을 말해봐야 공허해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행정수도 반대 여론이 모아지는데 이를 앞장서서 주도해 가고 있는 기관들은 서울 한복판에, (정부)중앙청사 앞에 거대한 빌딩을 갖고 있는 신문사가 아니냐”면서 “수도권의 집중된 힘은 막강한 기득권과 결합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수십 번 토론회를 했는데 언론이 본체만체 하면서 부각시키지 않았다”며 “지금 와서 설득과 토론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부족했던 게 아니라 참여가 부족했다. 언론사들이 다 외면하지 않았느냐”고 언론을 비판했다(동아일보 7월 9일자 1면).

수도 이전 반대론은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이라고 느낀다는 노무현에 대해 동아일보는 7월 9일자 사설(「수도 이전까지 ‘승부수’로 밀어붙이나」)을 통해 강한 비판을 퍼부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을 자신에 대한 불신임이자 퇴진운동이라고 몰아붙인 것은 참으로 놀랍고 실망스럽다. 국가 백년대계인 수도 이전을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구해 나가자는 다수 여론을 이렇게 몰아붙여서야 이 정부가 강조해온 국민 참여가 무색할 지경이다.
  수도 이전은 권력의 논리나 이념적 가치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장래와 국민의 미래 삶과 직결되는 생활의 문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권력의 논리와 ‘정치적 승부수’로만 접근하고 있다. 수도 이전까지 지지세력 결집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오산이다.
  노 대통령은 일부 신문이 기득권 수호를 위해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언급했다. 이 또한 권력 논리에서 빚어진 왜곡된 인식의 소산으로 달리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본다. (·····)
  각계 인사 130여 명이 어제 “수도 이전과 같은 국가 중대사가 정치적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뒤 수도 이전을 추진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것도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데서 비롯됐을 것이다.
  수도 이전은 노무현 정권의 성패를 넘어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명운이 걸려 있는 문제다. 대통령이 정치적 승부수로 밀어붙일 문제가 결코 아니다.

동아일보 7월 10일자 1면에는 「청와대, 동아·조선 원색적 비난 / 수도 이전 보도 관련 “저주의 굿판 걷어치워라”」라는 기사가 나왔다.

  청와대는 9일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동아·조선일보의 언론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의도적으로 일관성과 균형성을 상실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이 날짜 <청와대 브리핑>에 양정철 대통령 국내언론비서관 명의로 게재한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 신행정수도와 관련한 동아·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은 비판 일변도로만 흐르고 있고 가치중립성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브리핑>은 “지난달 1일 이후 동아일보의 관련 보도 130건 중 부정적 비판적 내용(80%)이 가치중립적 내용(19.55)보다 4배 많았으며, 조선일보는 113건 중 부정적 비판적 내용(80.5%)이 가치중립적 내용(19.5%)보다 역시 4배 많았다”는 자료까지 제시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또 두 신문은 지난해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될 때를 전후해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에 대해 침묵을 지켰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인 1977년 행정수도 구상을 밝혔을 때 적극 지지했고,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수도권 과밀 문제를 제기해 오다 2002년 대선 이후 중단했으며, 1992년 이회창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도 침묵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사설(「노 대통령의 기막힌 신문관」)을 통해 <청와대 브리핑>의 내용을 강하게 비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 이전 반대론을 대통령 퇴진운동으로 느낀다”며 “이를 주도하는 기관이 서울 한복판에, (정부)중앙청사 앞에 거대한 빌딩을 갖고 있는 신문사가 아니냐”고 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상당한 오류를 담고 있다.
  동아일보 등 다수 신문은 반대여론을 주도한 것이 아니다. 사설 등을 통해 국가 백년대계인 수도 이전 졸속 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다 신중히 합의해 국민적 합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것이다. (···)
  이번 발언으로 신문에 대한 대통령의 왜곡된 시각이 다시 노출됐다. 권력 및 정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빌딩을 가진 신문사가 막강한 기득권과 결합해’ 벌이는 일이라고 여긴다면 나라의 앞날은 암담하다. 이래서야 언론자유도,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여론을 수렴해 가는 과정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브리핑>은 한술 더 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지목해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고 했다. 어이없는 궤변이다. 권력 감시와 정책 비판이라는 신문의 본분이 청와대엔 ‘저주의 굿판’으로 보이는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편 가르기와 불신, 사회 분열을 부추기는 모습을 계속 보는 것도 안타깝다. 이제는 신문까지 중앙청사 앞 ‘거대 빌딩’을 가진 신문사와 그렇지 않은 신문사로 가르고 있으니 참담할 지경이다. 이처럼 편협한 신문관으로 어떻게 여론을 중시하는 참여정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이 사설은 노무현의 ‘신문관’을 비판하면서 <청와대 브리핑>이 “저주의 굿판을 집어치워라”라고 외친 것을 ‘어이없는 궤변’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런데 이 글은 <청와대 브리핑>이 실례를 들어 보인 ‘저주의 굿판’ 내용에 대해 단 한마디의 반박도 하지 않고 있다. 2003년 12월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될 때를 전후해 동아·조선일보가 침묵을 지킨 사실 등 네 가지 지적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궤변’이라는 한 단어로 그 내용을 비난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7월 12일자 사설(「노 정권, 이성 되찾아야 한다」)에서도 노무현과 여권을 맹렬히 공격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가 수도 이전 보도와 관련해 특정 신문을 거칠게 비난한 이후 열린우리당과 친노 단체, 친여 방송들의 ‘동조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수도 이전 논란이 본질은 간 곳 없이 ‘특정 신문 때리기’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정부 여당과 신문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이 경우 신문 나름대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본질적 기능이다. 수도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 여당이 나라의 미래와 명운이 걸린 국가적 중대사를 몰아붙이고 있으나 반대 여론이 높은 만큼 수도 이전의 성격에서부터 비용과 효과에 이르기까지 다시 한 번 차근차근 따져보자는 것이다. 다수 국민이나 전문가 그룹, 야당의 요구도 바로 그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신문의 보도를 정권이나 개혁정책에 대한 헐뜯기로 보고 여권과 외곽세력이 총동원돼 마치 전면전을 하듯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으니 우리가 과연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다. (·····)
  제3자적 입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신문을 자신들의 적대적 정치세력으로 설정하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현 정권이 말하는 언론개혁인가.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을 장악한 데 이어 이제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까지 무력화하겠다는 속내가 아닌지 묻고 싶다. 집권세력과 가치 지향이 다르면 무엇이든 굴복시키거나 없애야 하는가. 그렇게 되면 정말 나라는 제대로 굴러가고 국민은 행복해질 수 있는가.


헌재,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

동아일보 7월 13일자 1면에는 「헌재로 간 ‘수도 이전’ / 교수·상인 들 169명 헌소(憲訴) / 정부 “사법심사 대상 안 돼”」라는 기사가 실렸다.

  헌법재판소(소장 윤영철)는 12일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주심을 이상경 재판관으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심판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
  앞서 수도 이전 헌법소원 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헌법소원과 함께 “특별법의 위헌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의 활동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헌재에 냈다.
  대리인단은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할 중대 사안이 국민투표 없이 강행돼 국민투표권을 침해당했고 국민 합의 없이 막대한 세금을 수도 이전 비용으로 쓰게 돼 납세자로서의 권리 및 재산권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또 공청회나 청문회를 통한 국민의 의견 청취 절차가 무시됐으며 수도 이전으로 서울시 공무원들의 지위와 권리 등도 침해됐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의 청구인단은 서울시 의원 50명을 포함한 대학교수와 기업인, 상공업자, 전문직과 대학원생, 주부 등 169명으로 이뤄졌다. 대리인단은 헌재 연구관 출신인 이석연 변호사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김문희·이영모 변호사 등 3명이다.

동아일보 10월 22일자 1면 머리에는 「수도 충청권 이전 전면 중단」이라는 통단 컷 아래 「헌재, 위헌 8-각하 1 “수도이전법 위헌”」이라는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1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 대 1의 의견으로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특별법은 효력을 상실했으며 정부의 행정수도 추진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7명의 다수 의견을 통해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헌법상 명문의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왕조 이래 600여 년 간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불문(不文)헌법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한민국 수도를 서울 대신 다른 곳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헌법 130조 2항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했으므로 특별법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
  그러나 전효숙 재판관은 “수도의 소재지는 헌법의 목적 실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반드시 헌법 개정을 통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침해 주장은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직후 정부 대변인인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은 성명을 내고 “정부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등의 법률적 효력이 미치는 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의 제목에 “수도이전법 위헌”이라는 표현을 넣음으로써 헌재의 결정문에 명시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라는 용어를 명백히 왜곡했다.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행정수도 이전’을 ‘천도’라고 우겨온 ‘논조’를 고수한 셈이다.

동아일보는 10월 22일자 주요 지면들을 ‘수도 이전 위헌’ 특집으로 꾸몄다. 먼저 「수도 이전 국력 소모 이젠 끝내야」라는 사설을 보기로 하자.

  헌법재판소의 긴 결정문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서울은 헌법상 수도”라는 것이다. (···) 
  정부 여당이 천도를 계속 추진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를 밟아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 국민투표에 회부해야 한다. 그러나 17대 국회 의석 분포나 국민 여론에 비추어 수도 이전은 불가능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헌재 결정에 승복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무효에 따른 후속 절차를 신속하고 적법하게 마무리 지을 때다.
  수도 이전 계획은 처음부터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진 무리수였다. 5년 임기 정권이 600년 수도를 옮기는 대역사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음이 헌재 결정을 통해 확인됐다. 국가 자원을 수도 이전에 총동원했을 때의 비경제와 비능률에 대한 검토가 미흡한 가운데 충청권 표를 겨냥해 내놓은 대선 공약이었고, 총선에 이어 다음 대선에서도 활용하려던 ‘정치적 카드’의 성격을 부인할 수 있는가. (···)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 이전 반대론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운동 내지 퇴진운동으로 느끼고 있다”고 강변했다. “구 세력의 뿌리를 떠나 새 세력이 지배하는 터를 잡는 지배세력의 변화”라는 발언 또한 왕조시대의 천도의 의미를 말했다고는 하나 수도 이전의 정치적 성격을 부각시켰을 뿐이다. (···)
  그러나 지난 일을 더 이상 왈가왈부할 때는 아니다. 급한 것은 앞으로의 대책이다. 무엇보다 충청권 주민의 실망이 클 것이다. 수도 이전지 발표 이후 그 지역에 몰려들어 부동산을 샀던 사람들의 피해도 작지 않을 것이다. 정략의 소산이자 원모심려(遠謀深慮) 없는 정부 정책이 빚은 결과다.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았다가 허탈감을 안겨준 정부가 충청권 민심을 달랠 방도를 내놓아야 한다. (·····)
  (···) 정부는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헌법적 절차와 국민적 동의를 무시하고 수도 이전을 밀어붙임으로써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수도 이전 논란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물러설 때는 깨끗이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동아일보는 10월 22일자 총 36면 가운데 14개 면을 ‘수도 이전 위헌’ 관련 기사와 논설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전면광고를 실은 8개 면을 빼면 전체 지면의 절반을 ‘수도 이전 위헌 특집’으로 꾸민 셈이었다. 1960년 혁명의 날인 4월 19일에 관해서도 동아일보는 그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다.
14개 면에 실린 기사와 논설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 1면: 「헌재, 위헌 8-각하 1 “수도 이전법 위헌”」「노 대통령 “수도·관습헌법 연결 처음 들어보는 이론”)
· 2면: 사설「수도 이전 국력 소모 이젠 끝내야」
· 3면: 「국민 여론 외면한 정부의 ‘일방통행’ 제동」
· 4면: 「수도 이전 추진위 5개월만에 간판 내려」「여 의결 정족수 49석 부족···개헌 사실상 불가능」「국토 균형발전 청사진 재검토 불가피」
· 5면: 「노 대통령 또 위기···어떻게 나올까」「여 “헌재 분수 망각 오만방자」
· 6면: 「충청권 투자 심리 급랭···땅값 거품 빠질 듯」「충청권 주민들 “전혀 예상 못했던 결정에 분통”」「이 부총리 “일부 정부기관 이전 검토”」
· 7면: 「“수도권 반사이익···집값 하락 주춤할 것”」「건교부 “그동안 노력 헛일 됐다” 허탈」「서울시·경기도 반응···“됐다 됐어” 환호」
· 9면: 「여권 4대 법안 밀어붙이기 ‘빨간 불’」「끝내 제동 걸린 노 대통령 대선 공약」「한나라, 환영 속 충청권 ‘후폭풍’ 우려」
· 10면: 「로이터·BBC “노 대통령 큰 정치적 좌절”」「경제계 엇갈린 전망 속 공식 논평 꺼려」「헌재 선고 후 건설주 줄줄이 폭락」「헌소 제기서 선고까지」
· 28~29면과 31면: 「행정수도특별법 위헌 헌재 결정문 전문」
· 34면:「“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경종”」「법조계 반응···“헌재 적극적 법 해석 이례적”」
· 36면: 「‘민의’로 무장한 3인, 골리앗 이기다」「“이제 모든 것이 원점 갈등의 정치 끝내야”」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노무현과 보수언론의 대립은 ‘빌딩 기득권’ 같은 단순한 이유만으로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성재·김상철 지음 <야만의 언론-노무현의 선택>(책보세, 2010)에는 그 대립의 원인과 과정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1977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서울시 연두 업무보고에서 행정수도 구상을 밝혔을 때 “영도자로서 심모원려(深謀遠慮)에 의한 구상”(조선일보 2월 12일자)이라고 평가하고, “인구 소산(疏散)과 안보에 중점을 둔 ‘최후의 비상수단’”(동아일보 2월 11일자)으로 해설했다는 점은 접어두자. 조선일보가 1991년 9월 25일 「수도를 옮겨라」 칼럼에서 “수도권 문제를 해결할 발상의 일대 전환”으로 수도 이전을 제안했고, 동아일보는 1990년 8월 26일자 사설에서 “서울은 이미 도시화의 한계를 넘었다” “서울은 지옥”이라며 수도권 집중을 심각하게 우려했다는 사실도 내버려 두자. (···) 그럼에도 ‘천도론’을 앞세워 논란을 주도한 수구기득언론의 행태는 정책 발목 잡기에 다름 아니다. 이들 신문이 내세운 천도론의 근거는 당초 정부 설명과 달리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모두 이전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행정수도 수준이 아니라 수도를 옮기는 천도이고, 정부가 국민을 속인 ‘대국민사기극’ ‘행정독재’라고 비난했다. (·····)
  조선일보가 ‘행정독재국가’ 운운한 것처럼 이들 신문은 「천도, 흥분하지 말고 냉철하게 논의하자」(조선일보), 「행정수도 이전 밀어붙이기 안 된다」(중앙일보), 「천도, 이렇게 강행해도 되나」(동아일보) 등을 통해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강행하는 것으로 내몰았다. (···) 당연히 충분한 여론 수렴이나 토론도 가능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밀어붙이기니, 전면 재검토니, 국민투표니 하면서 정상적인 정책 토론을 가로막았다. 2004년 갑작스레 복잡한 쟁점으로 떠오른 행정수도 이전 문제의 실상은 사실 이처럼 명쾌하게 정리된 것이다. (·····)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시기는 2004년 헌재의 위헌 판결 직후다. 행정수도 이전을 앞서서 반대했던 조선일보가 위헌 판결 이후 「신행정수도 그후-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기획을 시작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획에 11월 16일자 심대평 충남도지사 인터뷰를 시작으로 염홍철 대전시장, 이원종 충북도지사, 오영희 공주시장 등 충청지역 자치단체장 인터뷰를 연달아 게재했다. 11월 22일에는 <독자와 대화>라는 사외보(社外報)를 충청지역에 배포하기도 했다. 사외보에는 지역 인사들이 조선일보를 비판한 「충청도민의 말말말-조선일보에 바란다」를 비롯해 시장·군수 인터뷰 등이 실렸다. 위헌 판결 이후 충청지역의 조·중·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절독(絶讀) 운동으로까지 번지자 서둘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185~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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