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대 탄핵해달라” 요구

시행령으로 법률 유린 폭력적, 입법권 침해 지적

박광온 “윤석열 정부 공영방송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듯 심각”

KBS 수신료 분리징수 논의 정권따라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민주당 과거 왜 분리징수 법안냈나 묻자 “당론은 아냐”

KBS가 친여방송해도 분리징수 반대? 민주당 “그래서 방송법 통과시켜야”

언론현업인단체 대표들이 19일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을 탄핵 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KBS 수신료 문제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가 번갈아가며 문제제기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거 민주당이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제출한 데 대해서는 민주당 당론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KBS가 친여방송이 되어도 수신료 분리징수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민주당은 본회의 직회부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저지 더불어민주당-언론단체 긴급간담회’에서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탄핵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위원장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과정 전체는 상위법인 방송법 정면으로 거스르는 위법한 것으로, 법령을 교체해야 하는 행위를 시행령으로 개정하려는 것은 입법권 침해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왜 방치하느냐. 이런 시커먼 방송장악의 의도 노골화하는 위중한 상황인데, 이 정도면 행동해 달라. 탄핵논의에 착수해달라”고 촉구했다.

윤 위원장은 이밖에 수신료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이제는 정말 마감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윤 위원장은 특위를 설치해 근본적으로 변한 미디어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재원 문제를 어떻게 안정화할지 항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달라고 촉구했다. 유럽에는 TV수상기 보유 기준으로 수신료를 부과하다가 전 국민 대상으로 징수범위를 확대한 국가의 사례를 들어 윤 위원장은 “이런 방향을 따라가지는 못할망정 2009년 이명박 정권 이동관 홍보수석 치하에서 미디어법 날치기할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불법적 방법으로 미디어생태계 파괴와, 공공성 교란을 반복하는데,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미온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요청에 고민정 민주당 언론대책특별위원장은 백브리핑에서 서로 공감대는 있었다면서 당차원에서 논의해보고 구체적으로 결론 내려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저지 더불어민주당 언론단체 긴급간담회를 열고 있다. KBS가 방송장악돼 친여방송해도 분리징수에 반대할거냐는 취지의 질의에 과방위 간사 조승래 의원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신미희 사무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회에서 수신료 문제 공론화위원회 구성 △5개 야당과 언론계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참여해 시민들이 적극 대처할 범국민위원회 구성 논의 등을 요청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현재 상황을 두고 “연성 쿠데타에 해당된다”고 규정하면서 “공영방송 해체 수준의 구조조정은 민주주의 퇴행을 초래하고 검찰 권력, 대통령 권력이 연성 쿠데타를 하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 아닌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동아투위나 언론통폐합 시절보다 더욱 절박한 때라며 “이번 방송장악이 성공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 소멸의 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영방송 현장에 가보고, 1인시위 등도 멈추지 말라고 조언했다.

당사자인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매우 시급한 문제”라며 “진행되는 절차들이 매우 폭거적”이라고 우려했다. 강 본부장은 대한민국의 삼권분립이 이렇게 허술하게 무시될 수 있느냐면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에 깊이 고심해달라고 촉구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수신료를 전기료에 합산 징수한지 30년 가까이 된 점을 들어 “이미 우리 사회에서 안착 돼 있는 공영방송 유지 및 존립을 위한 기본틀”이라며 “이걸 흔들겠다는 것은 돈 문제만이 아니라 공영방송 존립 위협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공영방송이 왜 필요해’라는 집권세력 일각의 생각이 반영된 게 아닌가하는 걱정마저 든다”며 “그렇다면 한국의 공영방송과 언론자유와 언론민주에 대해 기본적 인식이 결여돼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문제는 기술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방송장악, 공영방송 장악, 이런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공영방송이 권력 또는 정부에 협조적이지 않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생각의 표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런 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소중하게 노력해서 쌓아온 자산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고, 반드시 지켜내야 할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장은 “당의 언론특위를 확대 개편하기로 했고, 언론탄압 저지를 위한 다각도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여기엔 시민단체, 원로 언론인, 국제사회 등 정파를 떠나 언론장악을 저지하고자 하는 국민들과 함께 맞서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과방위 간사는 “수신료를 분리징수할거냐 통합징수할거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 KBS 존재에 대한 질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KBS 공영방송을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없애자는 것이냐, 공영방송 역할을 하게 하자는 것이냐.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답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런 본질적 질문에 회피하다 보니 폭력적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권에 따라 입장이 바뀐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완기 새언론포럼 회장은 “과거 민주당에서도 수신료 분리징수를 요구하는 입법안을 만들었다”면서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수없이 교체될 때 마다 정쟁의 대상이 됐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이 회장은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 갑작스럽게 시행령을 변경하겠다고 나온 것은 과거에도 없던 일”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은 군사작전하듯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시행령을 통해 하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분리징수를 하려면 △현재 통합징수하는 것이 위헌 위법한지 △어떤 편익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이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의 수신료 인상 문제, 분리징수 문제는 여야 정파성, 공정성, 편파성으로 논의할 것이 아니라 방송 생태계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도 과거 분리징수 법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지금은 어떤 입장이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조승래 의원은 “정권이 바뀌어오면서 방송사의 논조에 따라 그런 논란이 있어 온 것은 사실이고, 수신료 분리징수를 포함한 수신료 체제에 대한 법안 발의를 해온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이 KBS 수신료 분리 문제를 당론을 모아 추진한 적은 없었다. 개별적 의원이 발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의원은 “현재 수신료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인지의 문제는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 정부에서 이후 KBS가 방송장악이 되어 친여방송(친윤방송)을 해도 수신료 분리징수 얘기는 안할 것이냐는 이어진 질의에 조 의원은 “KBS가 장악되지 않도록 하는게 더 좋다”며 “그래서 거버넌스 개정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해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어느 정파든 어느 일방이 KBS MBC EBS 등을 일방적으로 장악할 수 없도록 하는 말그대로 공영방송이 국민의 방송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개혁을 포함하는 것 아니냐”며 “그건 그법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 이글은 2023년 06월 19일(월)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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