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수신료 분리징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윤석열 정권은 방송장악 시도 말고 공영방송 독립을 보장하라”
“정부·여당 하수인을 자청하는 방통위는 해체하라”

12일 오후 2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이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이번 주 수요일(14일) 전체회의에서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가능케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려고 한다”며 “지난 5일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를 발표한 지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았다. 얼토당토않은 국민제안 종료 이후 권고안 발표까지 두 달을 끌어온 정부·여당이 갑자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12일 오후 2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이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V수신료 통합징수 중단(분리징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사진=박서연 기자.

▲12일 오후 2시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이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앞에서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TV수신료 분리징수 당사자인 KBS의 강성원 본부장과 압수수색 논란이 불거진 MBC의 이호찬 본부장, 매각 논란이 있는 YTN의 고한석 지부장 등이 함께 참석했다. 집회 시작 전 경찰이 기자회견장에 다가와 “집회 시위 신고되지 않았는데, 무슨 집회를 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전국언론노조 측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강성원 KBS본부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과거를 돌아보더라도 늘 있었다. 국민이 KBS가 잘못했을 때 회초리를 들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이 이미 수신료 분리 징수를 법리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이 정권의 언론탄압 폭주는 상상 이상이다. 곧 오후 2시30분이면 방통위에서 수요일 본회의 안건 상정을 위한 방통위원간 티타임이 있다. 수신료 분리 징수 이슈를 어떻게 논의할지 다룬다. 방통위 설치법에는 5인 체제를 둔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그러나 3인 체제 방통위가 정당성도 제대로 인정받기 힘든 체제 하에서 중차대한 분리징수 이슈를 다루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과거 KBS 이사를 역임했던 윤석열 대통령 추천 이상인 방통위 상임위원을 향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강 본부장은 “이상인 위원에게 묻고 싶다. 상위법과 충돌할 소지가 다분한 시행령 개정이 온전한 정당성을 가진다고 판단하나. 법률전문가니까 더 잘 알 거로 생각한다. 자신을 천거해준 권력의 입만 보고 그에 따른 2중대 행동을 자임하려 한다면 (방통위의 독립성을 규정한) 방통위 설치법 1조를 전면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효재 위원장 대행에게도 묻자. KBS 2TV 채널을 재허가한 당사자다.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채널을 재허가했다. 재허가 기간이 지나기도 전에 이러는 이유가 무엇인가. 조선일보 출신으로서 조선일보, TV조선에만 몰두해 있는 게 아닌가. 1조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호찬 MBC본부장도 “분리징수 시도는 명백한 공영방송 장악 시도이자, 길들이기이자 겁박이다. 온 국민이 알고 있다. 이 정권만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며 “지금은 KBS에 대한 공격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공영방송 전반으로 뻗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MBC만 하더라도 방문진 이사 교체, 사장 교체를 꿈꾸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2시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앞에서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12일 오후 2시 고한석 YTN지부장이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앞에서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고한석 YTN지부장도 “YTN이 가장 먼저 민영화 이야기가 나온 언론사”라며 “사내에서는 정권 비판 보도를 자제해야 하는 거 아니냐. 조심하자. 그러면 민영화를 막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동안 보여준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이고 무도한 행위를 볼 때 결과는 어차피 같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위원장도 “수신료 징수 방법에 대해 방통위가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법 취지에 반해 징수 방법을 멋대로 권력자들이 바꿀 수 있게 만드는 시행령 개정은 반법률 행위다. 독립성 따위는 안중에 없이 용산 대통령실의 주문을 이행하기 바쁜 방통위원들에게 경고한다. 김효재 대행, KBS 이사 시절에는 분리징수에 반대하다 입장을 바꾼 이상인 방통위원, 당신들의 이 행각을 언론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5명 위원 중 3명 밖에 없는 위원회가 중차대한 안건을 계속해서 의결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언론노조는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방통위의 폭주”라며 “방통위는 위원 5명이 정원이지만, 현재 3명뿐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꼼수로 최민희 전 의원의 임명을 미루고 한상혁 전 위원장을 폭력적으로 해임하며 비정상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 김효재 직무대행은 자신의 위원장이라도 된 마냥 TV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대한민국 언론의 중차대한 사안을 처리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재 직무대행을 향해 언론노조는 “김 대행은 알아야 한다. 직무대행은 직무대행일 뿐이다. 직무대행은 방통위 일상 업무만 차질 없이 처리하면 된다. 그 이상을 한다면 분명한 월권”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대통령실은 ‘KBS 사장 퇴진과 수신료 분리징수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눈엣가시인 비판 언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을 막아버리겠다는 것”이라며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재정을 끊어 입을 막고, MBC는 압수수색 등 수사로 겁박해 입을 막고, YTN은 정부 소유 지분을 매각해 민영화로 입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끝으로 “결국 이렇게 방통위가 폭주한다면 남은 결과는 방통위 해체밖에 없다”며 “지금 방통위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한다면 독립성을 스스로 내던지고 통합징수라는 사회적 합의의 유산을 부숴버리는 것이다. 수신료 문제는 반쪽짜리 방통위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방통위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당장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중단하라”고 했다.

* 이글은 2023년 06월 12일(월)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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