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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정치심의’ 논란, 문제는 ‘정당 민원’ 그 자체[해설] 여당과 제1야당, 정치적 목적으로 공적 기구인 방통심의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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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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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이용해야 할 민원 창구가 정쟁 수단으로…심의 지연으로 이어져

유해·불법 정보 등 시민 권리 위한 다른 심의에는 무관심한 여야 정당?


국회 의석 300석 중 284석을 차지하는 두 거대 정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지난해에만 1700여 건의 민원을 넣은 사실이 공개됐다. 이미 두 정당은 심의위원을 추천하면서 심의에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는데, 시민이 이용해야 할 민원 창구를 정쟁화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일 국민의힘이 ‘동의 없이 정당 민원 통계를 공개했다’며 정연주 방통심의위 위원장을 고소하면서 국민의힘과 정 위원장 사이의 정치 공방으로만 논쟁이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당한 민원 제기를 정치 심의 원인으로 돌렸다’며 정 위원장의 사퇴까지 주장했다.

▲ 지난달 2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연주 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국민의힘의 주장처럼 ‘정당 민원’ 공개는 불법일까?

국민의힘과 방통심의위는 서로 다른 법을 근거로 정당성을 다투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민원처리법)에 따라 민원인의 정보를 공개하면 안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어 정 위원장을 고소한 반면, 방통심의위는 민원 내용이나 개인정보가 아닌 통계자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의 정보는 ‘공개’가 원칙인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해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 ‘비공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정당 민원 통계’는 공적 관심사로 분류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방통심의위는 민간독립기구로 민원처리법이나 정보공개법에서 말하는 공공기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공적 기구다. 방통심의위는 기존에도 국회의원실의 요구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개한 적이 있다고도 반박했다.

정당 스스로 정치적으로 필요한 경우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넣겠다고 발표하거나, 넣은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영상을 최초로 보도한 MBC를 상대로 형사고발과 방통심의위 제소 등을 예고했다. 정당 민원 건수를 공개한 게 위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에게 필요한 경우에는 공개해오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표에게 불법과 특혜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정치공세에 앞장서고 있다”며 채널A 보도를 방통심의위에 심의 신청했다고 밝혔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법적 위반 여부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커다란 스피커를 가진 여당과 제1야당이 공적 기구인 방통심의위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에 있다. 특정 보도가 문제라면 논평 등의 수단을 통해 지적할 수 있는데, 방통심의위를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며 방통심의위의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방통심의위에 접수된 정당 민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방통심의위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2012년 한 건을 제외하고는 정당 민원이 없었는데, 2020년 459건, 2021년 641건, 2022년 1687건으로 최근 3년간 급증했다. 정당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국민의힘이 1369건, 더불어민주당이 318건 민원을 제기했다.

▲ 연도별 정당민원 접수 현황. 그래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연도별 정당민원 접수 현황. 표=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이 같은 정당 민원은 특정 방송사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방통심의위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민원 접수 후 심의가 완료된 안건을 기준으로 보면 국민의힘은 TBS FM에 230건, MBC에 156건의 민원을 제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2건, 1건을 제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TV조선에 157건, 채널A에는 68건의 민원을 넣었고, 국민의힘은 각각 37건, 0건을 넣었다. 두 정당이 ‘민원’이라는 수단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집단적인 정당 민원은 정작 시민들이 넣은 민원에 대한 심의를 지연시킨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데, 평균적으로 10~15건이 안건으로 올라온다. 산술적으로 이 안건을 다 처리한다 하더라도 1년 동안 500~700여건 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마저도 다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의가 통상 2시간가량 진행되는데, 정파적으로 민감한 안건 한 개를 두고 장시간 논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안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할 경우 하나의 안건에 한 시간 이상의 심의가 이어져 다른 안건들을 당일 처리하지 못해 다음 주로 밀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김어준씨가 1회 200만원씩해서 한달에 (출연료) 4000만원을 받아간다고 한다”, “교통방송 식구들의 연봉보다도 엄청나게 많이 벌어가면서 지금과 같은 부담을 주는 것을 방치해도 되느냐”는 등 심의 내용과는 무관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 지난해 9월 국민의힘은 “방통심의위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왜곡·허위 방송에 대해 노골적인 내 편 봐주기 심의를 하고 있다”며 정연주 위원장과 방심위 관계자를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런 상황 속에 현재 방송소위는 대부분 지난해 방송분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이 사회적 관심도가 높고 심의가 시급한 사건이 발생하면, 신속 심의 안건으로 분류해 긴급심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정당 민원이 시민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 권리를 위한 다른 심의엔 무관심한 두 정당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시사·보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경제 정보 프로그램, 과도한 간접광고, 방송 프로그램의 폭력성·문제적 언어사용 등에 대한 심의도 진행하고 있다. 통신소위에서는 마약·도박 등과 관련된 유해·불법 정보의 유통을 막고, 디지털성범죄심의소위원회에서는 허위영상, 피해자 신원공개 정보 등 디지털 성범죄 관련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삭제한다. 이런 심의들은 시민들의 시청권을 지키고 범죄예방 등을 통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심의다. 5기 방통심의위 통신소위와 디지털성범죄소위는 약 41만 건의 불법 정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안건을 심의했다.

그런데 주요 정당의 관심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만 쏠린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적인 사안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여당과 제1야당이 자신들 정당의 유불리만을 따져 민원 대상으로 삼아 심의를 넣고 있는 것이다.

정당 민원 폭증과 관련한 문제는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의 추천 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 심의위원은 여야 추천 6:3의 비율로 이뤄진다. 정 위원장도 정당 민원 폭증의 이유로 이러한 여야 추천 비율의 구조적 한계를 언급했다. 심의위원을 추천하는 정당에서 직접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정당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정당에 유리하게끔 심의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이해충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에도 이러한 비판은 있었지만, 지난해 폭증한 정당 민원으로 심각성이 커졌다.

▲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중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게 윤석열 대통령 욕설 논란 MBC 보도를 먼저 심의해달라고 발언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 정연주 위원장 고소를 예고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재 공영방송 경영진은 전임 정부 시절에 임명됐고, 방통심의위원 구성도 민주당 추천 인사가 더 많다. 그동안 야당 입장이었던 국민의힘의 민원 건수가 민주당의 민원 건수보다 많았던 건 이런 조건과 무관하지 않다. 단순히 민주당의 민원 건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힘만 비판받을 수는 없는 이유다. 이번 논쟁이 자칫 정 위원장과 국민의힘 사이의 정치 공방으로 축소돼선 안된다. 두 정당이 심의위원을 추천하며 집단적 민원까지 제기하는 행위가 정당한지 따져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이글은 2023년 03월 10일(금)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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