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이 대구경북 운송업체인 코리아와이드에 매각된 가운데, 노조는 72년만에 바뀐 새 대주주 코리아와이드 측에 공공성과 편집권 보장을 요구했다. 지역언론 소유구조와 보도의 사유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지부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 새 대주주인 코리아와이드 측에 보도의 독립성과 투명한 인수·선임 과정 공개를 요구했다. 구성원들의 의사 수용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매각을 주도한 천주교 대구대교구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매일신문 대주주인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17일 코리아와이드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매일신문 지분 98.2% 전량을 매각했다. 여운동 매일신문 사장은 18일 취임 후 첫 실·국장 회의에서 매각 사실을 발표했다.

한윤조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 지부장에 따르면, 여운동 사장은 매각 이유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카톨릭 교구가 언론사를 소유한 경우는 대구대교구밖에 없다. 교구 쇄신위원회 차원에서 언론사를 매각하는 게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매일신문은 18일 오후 여운동 사장 신부 명의의 ‘독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일반 언론의 일은 시민사회로 환원하고,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신문의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도 대구대교구 홈페이지에서 ‘매일신문에 관해 교구민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같은 매각 이유를 전했다.

▲ 매일신문 로고. 사진=매일신문 제공.

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 지부는 성명을 통해 “매일신문의 지역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고, 신문 제작과 보도의 독립성, 자율성을 보장하라”며 “지금껏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공정보도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한윤조 지부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천주교대교구는 굉장히 극우 보수의 색채를 가진 집단으로, 편향된 시각으로 보여지는 보도들이 많았다. 이제는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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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매각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던 만큼, 앞으로의 인수·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도 강조했다. 지부는 “사장 등 신임 경영진의 선임 기준과 절차를 조직원들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수 과정과 향후 경영 정상화, 조직 안정화 계획, 미래 전략에 대해 전 사원 간담회를 개최해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매각 협상에서 약속한 처우개선 약속을 어떻게 지킬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조직원들의 동의를 구해 임금과 복지를 조속히 정상화하라”고 했다.

한윤조 지부장은 “새로 우리를 이끌 사장이 투명한 절차를 통해서 근거를 갖고 선임됐다는 과정을 명확하게 듣고싶다. 타 방송·신문사의 사례를 볼 때, 인수 후 처우개선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코리아와이드 측에 앞으로의 처우 개선에 대해 명시화된 약속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지역신문노조협의회(지신노협)는 21일 긴급회의를 열어 지역신문의 소유구조와 편집권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이서후 지신노협 의장(경남도민일보지부장), 한윤조 매일신문 지부장, 권태영 부울경협의회 의장(경남신문 지부장), 김명래 경인일보 지부장, 김동하 국제신문 지부장, 문영진 경상일보 지부장 등 7명이 참여했다.

전대식 부위원장은 “고용승계, 근로조건에 대한 적용 여부, 기존 단체 협약 승계 여부, 편집권 독립 등에 대한 새 주주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언론노조 이름으로 코리아와이드 측에 공식적 미팅을 제안해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난으로 인한 지역신문 소유구조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전대식 부위원장은 “지역신문 경영 위기 속에서 경영권을 빙자하여 너무 쉽게 지역신문이 매각되고, 매각 과정에서 일종의 제어 장치도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지역신문들에서 벌어지는 인수·합병 움직임을 조사하고, 언론사를 소유하고자하는 집단은 적어도 근거를 명확히 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하는 제도적 방안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정위기 때문에 주주들이 신문사를 팔아넘기고싶은 욕구가 높은 상황이다. 일정한 제한 없이 돈만 있으면 신문사를 살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면 안된다.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언론사를 매각 과정에서 공개 책무 이행을 요구하는 등 각종 제도적 방안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윤조 지부장에 따르면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21일 여운동 사장을 면직했다. 현재 매일신문 사장 자리는 공석인 상태다. 여운동 사장은 매각 결정을 발표한 18일 하루 근무 후 안식년에 들어갔다.

* 이글은 2022년 03월 22일(화) 미디어어오늘 윤유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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